[대입] 대학입시 칼럼

 

 

안녕하세요?

스터디홀릭 운영자 강명규쌤입니다.

정시확대 발표 이후 학군지가 정시확대의 수혜지라는 주장이 빠르게 퍼지고 있어요. 그런데 그런 주장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보니 대부분 다음과 같더군요.

1. 학원 등 사교육업체
2. 부동산 카페

사교육업체들은 이때다 싶어 학부모 불안을 조장하며 학원 등록을 유도하고, 부동산 카페에서는 사교육업체 정보를 확대 재생산하며 학군지 집값을 펌프질하고 있지요.

이런 모습을 보면 걱정스러운 생각이 많이 들어요. 정책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아 오해한 경우도 있지만, 자신의 이익을 위해 아전인수식 해석한 경우도 많이 보이거든요. 언론도 자극적인 타이틀을 뽑아내고 있고요.

물론, 일차원적으로 생각하면 학군지가 정시확대의 수혜지인 것이 맞아요. 하지만 함께 발표된 내용까지 다각적으로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지지요. 수시모집에서 비교과 반영이 대폭 줄어들고 출신학교 영향력도 줄어서 내신강화라는 풍선효과가 발생하거든요. 수시 논술전형 및 특기자전형도 줄어들고요. 그래서 수시모집을 준비하던 학생들은 오히려 손해가 발생하지요. 하나 주고 하나 빼앗기는 상황이 된 거예요.

그러면 하나씩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볼까요.

1. 정시확대 = 수시축소

- 정시확대로 그동안 내신불이익을 받던 학군지 아이들의 숨통이 트이는 것은 맞아요.

- 하지만 정시가 확대되면 수시가 축소되어 현역 고등학생들의 대입문이 좁아져요. 2019학년도 서울대 합격자를 분석해보면 수시모집에서는 합격생 중 재학생 비율이 89.7%나 되요. 재수생 등 졸업생 비율은 5.9%에 불과하지요. 그 반면 정시모집에서는 재학생 비율이 43%로 낮아지고, 졸업생 비율이 55.6%로 높아져요.

* 2019학년도 서울대 합격생 현황 분석

수시 : 고3 - 89.7% / 졸업생 - 5.9%
정시 : 고3 - 43%   / 졸업생 - 55.6%

- 정시는 수능 성적을 바꿀 수 있는 졸업생에게 유리하고, 수시는 학생부를 바꿀 수 있는 현역에게 유리해요. 따라서 정시가 확대되고 수시가 축소되면 현역 고등학생들은 대학 가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어요.

- 학군지의 명문대 정시 실적이 좋은 이유 중 하나는 재수생이 많기 때문이에요. 그러니 정시가 확대되면 재수 비율이 높은 학군지 아이들의 정시실적이 올라가겠어요. 재수 비율도 함께 올라가고요. 반대로 수시로 대학가기는 더 어려워질 거예요.

2. 정시확대, 어떻게 이뤄질까?

- 교육부에서 서울 16개 대학에 정시확대를 권고하며 논술 및 특기자전형 축소/폐지도 함께 권고했어요. 정시확대에 필요한 모집인원을 논술 및 특기자전형 축소/폐지를 통해 충당하라는 것이지요. (참고로 이번 정시확대 권고를 받은 대학은 전국 196개 4년제 일반대학 중 16개교에 불과해요.)

* 정시확대 권고 16개 대학 : 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광운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시립대, 서울대, 서울여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숭실대, 연세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

- 정시확대 요구가 폭발한 이유가 학생부 종합전형때문인데 학종은 그대로 두고 애먼 논술과 특기자 전형 죽이기가 된 거예요. 논술 및 특기자 전형 축소/폐지는 기존부터 진행되던 정책으로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해요.

- 고2가 되면 학생부파와 정시파로 나뉘어요. 내신관리에 실패한 아이들이 내신 등 학생부 관리를 포기하고 정시 준비를 시작하지요. 그리고 그 아이들이 수시에서는 논술과 특기자 전형에 지원해요. 수시 지원기회 6회를 모두 논술전형에 쓰는 아이들도 있어요. 따라서 정시 확대효과가 제대로 일어나려면 학생부 전형 비율을 줄여 정시를 확대해야 하지, 논술 및 특기자를 줄여 정시를 확대하면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형국이 되어 버려요. 어차피 논술은 정시 준비하는 애들이 주로 지원하는 전형인데 그걸 줄여서 정시를 늘리면 조삼모사인 거죠.

- 정시확대 40%는 전체 모집인원 줄 40%를 정시로 선발하라는 거예요. 그래서 학과별로 40%를 맞출 필요가 없어요. 의대 등 인기학과의 정시비율은 낮게 유지하고 비인기 학과의 정시비율을 높여서 전체 정시 모집비중만 40%를 맞추면 돼요. 작년에 2022대입개편 공론화를 통해 정시를 30%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하자 서울대가 예체능 학과 정시비중을 높여서 정시 비중 30%를 맞추는 개편안을 발표했어요. 심지어 성악과는 100% 정시모집을 선발하겠다면서요. 미대도 정시 비중을 40%로 높이고요. 서울대가 이런 꼼수를 공식 발표했으니 다른 대학도 따라 할 가능성이 높아요.

3. 수시 개편 (블라인드 확대, 고교프로파일 폐지, 학종 비교과 축소)

- 내년 입시(20201학년도, 현 고2)부터 수시모집에서 블라인드가 확대되요. 지금까지는 면접만 블라인드로 진행했는데 서류평가까지 블라인드를 확대한다는 것이지요. 면접을 블라인드로 진행해도 서류평가에서 학교정보나 개인정보가 노출되면 차별이 발생할 수 있으니까요.

- 블라인드가 확대되면 고교등급제 등 출신학교 후광을 입는 것이 원천적으로 봉쇄돼요. 물론, 특목고와 일반고는 교육과정이 다르기 때문에 교육과정을 보고 학교 유형을 구분하는 것은 가능해요. 하지만 구체적인 학교명을 알아내기가 어려워져요. 교육과정이 일반고와 큰 차이 없는 자사고는 구분이 힘들어지고요. 강남과 강북 일반고 구분은 거의 불가능하겠지요. 고교 프로파일도 폐지되기 때문에 학교 교육과정의 우수성을 대학에 알릴 수도 없게 되고요. 이렇게 되면 대치동, 목동, 중계동, 분당 등 학군지 고등학교들이 빛을 잃게 돼요.

- 2022학년도(현 고1)부터 학생부 기재항목이 축소되고, 교사추천서도 폐지됩니다. 자기소개서 역시 문항 및 글자수가 축소되고요.

- 2024학년도(현 중2)부터는 자율활동,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 등 정규교육과정 외 비교과 활동의 대입 반영이 폐지됩니다. 자기소개서도 폐지되고요.

- 수시 개편안의 모든 항목이 학군지 아이들에게 불리해지는 방향이에요. 학군지 아이들은 내신불이익을 다양한 비교과 활동 및 교사추천서, 자소서, 학교 시스템 등을 통해 어느 정도 극복했는데 그게 힘들어지는 거예요.

- 학군지 아이들은 준비하기 힘든 사회적배려대상자 및 지역균형 선발도 늘어나요. 사회적배려대상자 선발 10% 이상 의무화 및 지역균형 선발 10% 이상도 대학에 권고되거든요.

학군지에서 수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폭탄세례가 떨어진 셈이에요. 그래서 학군지가 정시확대의 수혜지가 되려면 수시를 포기하고 재수를 감수한 채 정시에 올인해야 해요. 대입 비교과 반영 축소로 내신의 영향력은 더 강해지는데 학군지에서 내신을 관리하는 것은 너무 어려우니까요.

그래서 앞으로 학군지 아이들이 정시에서는 지금보다 유리해지겠지만 수시에서는 더 불리해져요. 하나 주고 하나 받는 셈이라 결국 큰 차이가 없지요. 정시가 40%로 늘어난다고 해도 여전히 수시가 60%로 1.5배 더 많아서 수시를 포기할 수도 없으니까요. 정시확대는 16개 대학에만 권고(!)하는 것이고, 수시개편안은 전국 모든 대학에 적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보면 오히려 더 불리해진다고 볼 수도 있어요.

따라서 지역만 가지고 정시확대 유불리를 언급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에요. 지역보다 아이의 특성이 더 중요하니까요. 지역에 상관없이 정시형 아이는 유리해지고, 수시형 아이는 불리해진다고 봐야겠지요.

그러니 정시가 확대된다고 학군지로 몰려갈 필요가 없어요. 자칫하면 내신만 깔아주러 가는 셈이 될 수 있어요. 오히려 학군지 학원을 이용할 수 있는 내신관리 쉬운 고등학교로 진학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에요. 초중은 학군지에서 공부의 기초와 공부습관을 다지고 고등학교는 내신관리가 쉬운 학교로 전략적으로 진학해야 하지요. 우리가 진짜로 가고 싶은 곳은 고등학교가 아니라 대학이니까요.

(주의 : 아이들마다 성향, 성적, 성격이 달라서 개인별 입시전략은 달라져야 해요. 주위 분위기에 잘 휩쓸리는 정시형 아이들은 내신을 포기하더라도 학업 분위기 좋은 특목고, 자사고, 학군지에 있는 게 효과적이지요. 지금 말씀드리고 있는 것은 일반론이에요.)

앞으로 지켜볼 최대관건은 수능 최저학력기준입니다. 비교과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차 떼고 포 떼고 나면 내신위주의 학생부교과전형과 차이가 모호해져요. 그래서 여차하면 내신관리가 쉬운 지방 일반고 학생들이 서울 상위권 대학으로 대거 몰려드는 상화이 발생할 수 있지요. 이번 대입개편안의 최대수혜자는 강남 등 학군지가 아니라 내신관리가 쉬운 지방 일반고가 될 수도 있는 거예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학도 곤란해하고 있어요. 사회적배려대상자와 지역균형 선발 비중도 높여야 하는데 학생부 전형마저 지방 일반고 학생들이 휩쓸어 버릴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학종에서 면접 비중을 높이고 수능 최저학력기준도 강화할 가능성이 있어요. 수능 최저학력기준이라는 최소한의 안전망을 설치하려는 것이지요.

그런데 지금까지의 정부 기조는 수시모집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폐지하거나 완화하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SKY 대학 중 한 곳인 연세대학교조차 올해 입시부터 수시모집 모든 전형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폐지했지요. 서울대도 몇 년 전부터 수시 일반전형(학종)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있고요. 그런데 학종에서 비교과 적용이 어려워진 상황이기에 대학은 수능 최저학력기준 부활 및 강화를 내심 원할 텐데 과연 교육부가 허가해줄지 의문이에요.

내년 4월에 대학들이 입시요강(안)을 발표할 텐데 어떤 내용이 담기느냐에 따라 대입환경이 또 한 번 출렁이겠네요. 만약, 수능 최저학력기준 부활 및 강화방안이 담긴다면 학원가가 잘 형성된 학군지 아이들이 수혜를 입을 테고, 그렇지 않다면 내신관리가 쉬운 지방 일반고 아이들이 수혜를 입게 되겠지요.

그래서 이제 수능에 대한 공론화 2라운드를 펼쳐야 한다고 생각해요. 1라운드가 정시확대에 대한 공론화였다면, 2라운드는 수능 최저학력기준 적용에 대한 공론화가 되어야 하지요. 정시를 지지하시는 분은 수능 최저학력기준 부활 및 강화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수시를 지지하시는 분은 수능 최저학력기준 폐지를 외쳐야 할 테고요.

내년 4월 15일에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을 예정입니다. 국회의원 선거 결과에 따라 내년 4월 말에 발표될 각 대학별 대입요강(안)의 향방이 크게 바뀔 수 있어요. 그러면 대입환경이 또 다시 요동칠 수 있지요. 인기있는 주요대학이 주로 사립대학이기 때문에 정부가 마음대로 할 수 없거든요. 우리나라 대입제도에는 사공이 너무 많은 거죠.

대입제도가 호떡도 아니고 이렇게 수시로 뒤집히니 정신을 못 차리겠어요. 백년지대계여야 할 교육정책이 백일지소계가 되고 있군요. 대입제도의 변화를 원하신다면 내년 선거 전까지 여러분의 목소리를 크게 높여주세요. 많은 분께서 올바른 판단을 하실 수 있도록 캉쌤은 이권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 드릴께요. 그런데 이권에 연연하지 않고 정보를 제공하려니 개인적으로는 너무 힘드네요. 캉쌤이 혼자 고생하지 않도록 힘을 보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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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터디홀릭은 강명규 쌤이 운영하는 교육 공유 사이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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