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의대로 가는 길

안녕하세요?

스터디홀릭 운영자 강명규쌤입니다.

 

오늘도 캉쌤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공부 잘하는 자녀를 둔 부모라면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보는 직업이 의사가 아닐까 싶어요. 초등 엄마들을 상담하다 보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의대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거든요. imf를 계기로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며 전문직의 인기가 급상승했어요. 그 중심에 의사가 서며 의대 커트라인도 급상승했고요. 전국 의대 다 채우고 서울대 공대 채운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의대 커트라인이 높아졌거든요. 그래서 입시를 잘 모르는 분들은 지인 자녀가 지방대 의대에 갔다는 소식을 들으면 ‘그 집 애 지방대 갔어? 공부 잘한다고 잘난 척하더니 별것도 아니었네’라고 조소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지요. 서울대에 중복합격 하고도 의대 가려고 서울대를 포기하는 게 현실인데요.

 

그런데 의대 가는 지름길로 영재학교가 언급되고 있어요. 영재학교는 못가도 서울대나 카이스트고, 웬만하면 의치한이라는 식으로요.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아요. 영재학교는 의대 가는 로얄로드가 아니라 가시밭길이거든요.

 

영재학교에서 의대 가는 애들이 얼마나 많은 줄 아냐고요? 네. 알아요. 저도 입시지도 하는 사람이니까요. 그래서 말씀드리는 거예요. 많지 않다는 것을 아니까요. 많다고 생각하시는 게 오해에요. 옛날이야기죠. 요즘은 교육부에서 영재학교에 의대 보내지 말라고 요구하고 있거든요. 아예 신입생 선발 때부터 의대에 지원하면 교사 추천서도 안 써주는 등 각종 불이익을 감수하겠다고 각서를 받는 학교도 있어요. 에이~~ 말만 그렇지, 영재학교도 입시실적 올리려고 뒤로는 입시지도 다 해줄 거라고요? 그게 오해에요. 입시는 절대 자의적으로 해석하면 안 돼요. 막연한 자의적 해석이나 출처도 명확하지 않은 카더라 통신이 입시를 망쳐요. 영재학교는 100% 공립학교여서 교육부나 교육청 지시를 어길 수 없어요. 그랬다가는 진짜 큰일 나니까요. 그러니 막연하게 자의적으로 해석하면 정말 위험해요.

 

그래도 영재학교에서 의대 가는 애들이 있는데 그 애들은 뭐냐고요? 그 애들은 다른 학교에 갔어도 의대에 갔을 애들이에요. 그런데 가시밭길로 더 힘들게 간 애들이지요. 솔직히 의대생은 어디에 데려다 놔도 의대 갔을 애들이에요. 의대는 그냥 열심히 한다고 갈 수 있는 학교가 아니거든요. 타고난 머리가 좋은 애들이 노력까지 열심히 해야 갈 수 있는 곳이 의대예요.

 

건/동/홍까지는 고등학생도 마구 쪼아대면 어떻게든 보낼 수 있어요. 중/경/외/시도 중학교 때부터 쪼아대면 어떻게든 보낼 수 있고요. 하지만, sky나 의치한은 타고난 애가 아니면 보내는 게 정말 힘들어요. 의치한 지도하는 강사 중에 자기만 따라오면 누구든 의대 갈 수 있다고 큰소리치는 강사도 있어요. 그런데 참 재미있는 것은 그 강사도 자기 애는 의치한을 못 보내요. 저도 저희 애는 의치한 보낼 자신이 없어요. 요즘 의치한은 타고난 그릇부터 좋아야 해요.

 

타고난 재능도 이길 만큼 근면하고 성실하면 되지 않냐고요. 맞아요. 그러면 돼요. 그런데 근면, 성실도 타고나는 재능이더군요. 엉덩이 무거운 것도 타고나는 재능이잖아요. 병아리 솜털처럼 엉덩이가 가벼운 애는 책상 앞에 앉혀놓는 것부터 힘드니까요. 공부하다가도 부스럭 소리만 나도 꼭 내다봐야 하고, 부엌에서 이야기하는 것도 꼭 참견해야 하는 애들한테 재능도 이길 만큼 근면 성실하게 공부하라는 것은 정말 힘든 요구죠.

 

의대 공부는 암기가 주라서 머리 안 좋아도 된다고요? 맞아요. 그런데 그건 의대에 들어간 다음의 이야기에요. 일단 의대에 들어가려면 머리가 좋아야 해요. 수시로 의대에 가려면 내신 1.0에 수렴하는 거의 완벽한 등급을 받아야 하고, 정시로 가려면 전국 등수를 논할 수준이 되어야 하거든요.

 

이런 이야기를 하면 그 정도 인재는 의대보다 이공계로 진출해서 과학 발전에 힘써야 한다는 분들이 계세요. 그렇게 공부해봤자 노벨상도 하나 못 타면서 뭐 하는 거냐면서요. 네. 저도 그러면 좋겠어요.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그게 남의 집 애니까 그렇게 이야기하는 거지 우리 애면 과연 어떻게 하실까요? 의대 갈 실력이 돼도 공대로 보내실까요? 물론 그런 분도 계시겠지만 대부분은 의대 보내실 거예요. 아이가 공대 가고 싶다고 해도요. 그게 어쩔 수 없는 부모 마음이잖아요. 특목고, 자사고를 폐지해야 한다는 사람도 자기 애는 특목고, 자사고에 보내고, 반미를 외치는 사람도 자기 애는 미국으로 유학 보내는 게 현실이니까요.

 

본론으로 다시 돌아와서 의대 지망생이면 kmo는 권하고 싶지 않아요. 오히려 적극적으로 말리고 싶어요. 의대 지망생이면 굳이 영재학교에 갈 필요가 없고, 영재학교에 갈 게 아니면 kmo를 할 필요가 없거든요.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수능 수준을 넘어섰다.

 

- 학원설명회에 가면 ‘영재학교에 안가도 공부해놓은 것은 사라지지 않으니까 kmo까지 시켜보세요. 잘 할 수 있는 애를 왜 그 정도에서 멈추게 하세요?’라며 kmo까지 권하는 학원들이 있어요. 학원의 대표적인 마케팅 멘트죠. 강사들도 이 말이 잘못됐다는 것을 잘 알아요. kmo는 수능과 문제 유형이 다르거든요. 게다가 kmo는 선택이지만 수능은 필수죠. 그렇다면 볼지 안 볼지 모를 시험보다 확실하게 볼 시험에 힘을 쏟는 것이 안전하지 않을까요? 수능도 1등급 받는 것은 굉장히 힘들어요. 그래서 수능시험을 잘 보려면 kmo보다 수능 공부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에요.

 

- 그렇다면 kmo를 권하지 않는 학원이 좋은 학원이냐? 그건 아니에요. 그건 극단적인 이분법 논리거든요. 아이의 진로 방향에 맞춰 kmo를 권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지만, kmo를 가르칠 강사나 커리큘럼이 없어서 권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어요. 만약, kmo는 권하지 않으면서 해법경시나 성대경시 등을 권한다면 후자일 가능성이 높아요.

 

 

2) 내신 수준을 넘어섰다.

 

- 내신 문제는 kmo는 말할 것도 없고 수능 수준도 안 되는 학교가 대부분이에요. 문제 유형도 다르고요. 게다가 어려운 문제를 잘 푼다고 쉬운 문제도 잘 푸는 것은 아니에요. 중학교 때 kmo에서 수상할 정도로 수학을 잘해도 막상 내신시험은 100점을 못 받는 애들이 있거든요. 그럼 그 애들이 내신 100점 받는 애들보다 수학을 못 하는 거냐? 그건 아니에요. kmo 수상한 애가 수학을 더 잘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요.

 

- 그런데 요즘은 내신시험문제가 정말 더럽게(?) 출제돼요. 수학적 사고력을 묻는 게 아니라 실수를 유도해요. 실력이 아니라 실수를 평가하는 시험이 됐어요. 그래서 이 문제가 개념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하려는 게 맞나 싶을 때가 많아요. 교육부와 교육청이 선행학습을 금지하고 시험 문제도 쉽게 출제하라고 지시해서 선생님들이 좁은 범위 내에서 어렵지 않게 출제하며 등수를 나눠야 하니까 문제가 더러워진 거죠. 그래서 내신을 잘 받으려면 kmo보다 내신 기출문제를 양치기하며 실수하지 않게 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에요.

 

 

3) 논술 수준을 넘어섰다.

 

- 예전에는 논술 문제가 굉장히 어렵게 출제됐어요. 그래서 내신이 바닥이어도 논술 문제를 다 맞추면 합격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어요. 어려운 논술이 사교육을 유발한다며 논술 문제가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벗어나지 못하게 규제하고 있거든요.

 

- 그래도 대학이 어려운 문제를 몰래 출제하지 않냐고요? 네. 예전에 연세대가 그렇게 했어요. 그리고 교육부한테 심하게 두들겨 맞았지요. 신입생 선발인원 감축이라는 행정처분까지 받았거든요. 그래서 이제는 교육부에 대들만큼 간 큰 대학이 없어졌어요. 그래서 요즘은 수리 논술 합격자 평균점수가 90점이 넘는 대학도 많아요. 논술 시험 보고 나면 애들이 시험이 쉬웠대요. 다 풀었대요. 답도 다 맞았대요. 그런데 떨어져요. 참 희한하죠? 그 이유는 부분점수 때문이에요. 답은 맞췄는데 식을 제대로 쓰지 않아 감점당한 거예요. 요즘은 논술에서 이런 식으로 떨어져요. 그래서 진짜 수학 잘하는 애가 수리 논술에서 떨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자기한테 너무 쉬워서 ‘굳이 이걸 식까지 써야 하나?’ 싶어 대충 건너뛰며 쓴 거예요. 그래서 논술로 대학 가려면 kmo보다 논술 기출문제 풀며 식을 정답지처럼 예쁘게 쓰는 연습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에요.

 

 

4) 돈이 많이 든다.

 

- kmo는 학원비나 과외비 수준이 달라요. 학원에서 방학 때 특강만 들어도 백 단위로 돈이 들고 과외비는 부르는 게 값이에요. 내신이나 수능하고 단가가 달라요. 그래서 학원이나 강사들이 kmo를 파는 거예요. kmo를 팔지 않으면 최상위권 아이들에게 팔 게 없어요. 선행은 진도를 이미 다 나갔거든요. 게다가 선행이나 심화로는 수업시간을 늘리고 단가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어요. 선행이나 심화에는 그 정도까지 돈을 안 쓰니까요.

 

 

5) 아이가 너무 힘들다.

 

- kmo 준비하려면 애들이 정말 힘들어요. 타고난 학업능력이 뛰어난 아이들도 kmo 준비하려면 잠잘 시간조차 부족해요. 초3 겨울까지 초등학교 과정을 끝낸 후, 초5 여름방학까지 중학교 과정을 끝내요. 그리고 초5 2학기부터 고1 과정 들어가요. 그리고 초5 겨울방학부터 kmo 준비를 시작해요. 진도가 더 빠른 애들도 있어요. kmo 준비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공부가 아니에요.

 

- 저렇게 해봤자 진도만 나가는 거지 애들이 이해도 못 한다고요? 그건 평범한 애들 이야기에요. kmo 학원 다니는 애들은 달라요. 저 빠른 진도를 다 따라가고 저 어려운 걸 다 이해해요. kmo 학원은 돈만 낸다고 다닐 수 있는 게 아니라 경시대회 수준의 입학 테스트를 통과해야 들어갈 수 있거든요. 학원에 들어간 후에도 수시로 테스트를 봐서 제대로 따라오지 못하면 쫓겨나고요. 대놓고 쫓아내거나 아래 레벨로 강급시켜서 나가도록 유도해요. 대치동 kmo 학원은 공부를 잘하러 다니는 곳이 아니라 이미 잘하는 애들만 다닐 수 있는 곳이에요.

 

- 뻥 치지 말라고요? 우리 애도 kmo 학원 보내봐서 아는 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요? 그건 제대로 된 kmo 학원을 보내지 않으셔서 그래요. 대치동에서 유명하다는 kmo 학원에 가서 입학 테스트를 받고 설명회도 들어보세요. 그러면 캉쌤 말이 뻥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실 거예요. 중학교 과정도 낮은 반이나 18개월에 끝내지, 윗반은 12개월에 끝내요. 2개월에 한 학기씩 12개월 동안 중학교 3년 과정을 끝내요. 그것도 한 학기 당 문제집을 2~3권씩(개념+유형+심화) 풀어요. 그냥 개념서나 유형서 하나 가지고 진도만 나가는 학원하고는 달라요.

 

- 그런데 이 정도로 따라올 수 있는 애들은 전국을 통틀어도 많지 않아요. 학군지를 벗어나면 kmo 학원도 별로 없고요. 수익을 낼 수 있을 만큼 애들을 모으기 어려우니까요. 그래서 kmo를 준비하다 보면 자꾸 대치동이 아른거려요. 심지어 목동, 중계동, 분당, 평촌, 일산처럼 유명한 학원가가 있는 지역 애들도 대치동으로 학원 다녀요. 그래서 다른 지역 애들은 체력적으로도 힘들어요. 부모가 극성이어서 대치동으로 이사 가기도 하지만, 아이를 제대로 가르쳐 줄 학원이 없어서 대치동으로 이사 가는 분도 있어요.

 

 

※ 강명규쌤의 조언

 

아이가 수학을 너무 좋아해서 kmo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하면 얼마든지 지지하고 도와주는 게 좋아요. 그렇지 않다면 대학입시 차원에서 봤을 때 kmo 준비는 효율이 극히 안 좋은 일이에요.

 

따라서 의치한을 목표로 한다면 힘들게 kmo까지 시켜가며 영재학교에 보낼 필요 없어요. 굳이 비싼 돈 들여가며 아이와 부모 모두 고생하는 길일 뿐이에요. 목표가 의치한이면 차라리 일반고나 자사고 보낼 생각으로 수능 공부를 시켜보세요. kmo는 선택이지만, 수능은 필수니까요.

 

그리고 의대 가는 가장 쉬운 방법은 지방 일반고에 가서 지역인재전형으로 지원하는 거예요. 수능 최저등급만 맞춰도 합격할 수 있는 의대가 많거든요. 그러니 꼭 의대에 가고 싶으면 영재학교가 아니라 지방 일반고에 가서 수능 공부 열심히 하며 지역인재전형으로 지원해보세요. 내신이 조금 부족해도 수능 최저등급을 맞추면 좋은 결과 거두실 거예요.

 

수도권 학생이고 지방으로 이사 가기 어려우면 일반고에 가서 내신관리부터 열심히 해보세요. 그래서 학생부 전형을 노려보는 거예요. 대신 일반고에서 학생부 전형으로 의대에 가려면 내신이 거의 완벽해야 해요.

 

우리 애는 꼼꼼하지 못해서 시험 볼 때 자꾸 실수한다고요? 수행평가도 제대로 안 해서 점수를 깎아 먹는다고요? 그러면 자사고에 보내서 정시를 준비시켜 보세요. 의대 입시실적은 전주 상산고나 강남 휘문고가 강해요. 그렇다고 그 학교에 가면 누구나 수능 1등급이 나오는 건 아니에요. 상산고나 휘문고는 입시지도도 잘하지만, 애초부터 의대 지망생이 많이 와서 의대 실적이 좋은 점도 있거든요. 같은 꿈을 가진 아이들이 많이 모이니 자기들끼리 정보도 나누고 서로 응원하며 공부를 열심히 하는 거죠. 의대 입시는 피 말리는 한 끗 차이 싸움이에요. 그래서 멘탈 관리가 중요한데 옆에서 열공하는 친구의 모습이 아이들 멘탈 관리에 큰 자극이 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