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공부비법

최근에 학원가나 언론, 출판계에서 널리 사용되는 말이 ‘자기주도학습’이다. 이에 대한 관심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어떤 것이 강조되는 사회적 현상은 실제로 벌어지는 현실이 그 반대이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자기주도학습’이 강조된다는 것은 바꾸어 말하면 학생들이 자기 스스로 공부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뜻이다. 다양한 사교육 방법론이 오히려 학생들을 의존적으로 만들고 당장의 반짝 효과만 부추길 뿐 장기적으로 성공적이지 못한 경우가 많다. 반면에 팽창하는 사교육 서비스는 이제 그야말로 거대한 산업군을 이루어 수많은 종사자와 학생들이 몸담고 있다. 그야말로 자기주도성 상실의 시대가 온 것이다. 자기주도학습은 이에 대한 반성의 결과물이다.

 

‘자기주도학습’이라는 말을 따져보면 용어 자체는 그리 대단한 것이 못된다. 예전에는 다들 당연히 그렇게 공부했으니 말이다. 자기가 스스로 주도해서 나에게 필요한 도구를 이용하여 공부하는 것이 대단할 것도 없었다. 굳이 어려운 학문적 정의 없이도 너무 당연해서 탈일 지경이다. 그러나 요새는 학원 한 두개 안다니는 학생이 없을 정도다. 자기 스스로 학원안다니고 공부하는 게 더 희한할 정도다.

 

그렇다면 이런 ‘자기주도학습’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학창 시절의 공부가 그냥 그걸로 끝이라면 아주 틀린 말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자녀의 인생은 여러 단계의 도전과 성취로 이루어지는 것이고 자기주도적으로 살아가는 것은 이런 도전과 성취에 꼭 필요한 역량이다. 언제까지고 부모의 도움을 받으며 살수는 없을테니까. 누구나 언젠가 부터는 스스로 모든 것들을 결정하고 책임져야 한다. 이런 자기주도성을 기르는 중요한 시작점이 바로 학창시절의 공부습관이다. 많은 사교육을 받고 일류대학에 진학한 주변인들을 보면 모두는 아니지만 많은 경우 자신의 인생을 개척하고 도전해나가는 데에 소극적이거나 우왕좌왕 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서울대/연고대 나와도 자기가 혼자서 생각하는 능력이 없다면 회사 입사도 제대로 안 되고, 입사해도 성공적인 삶을 주도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회사생활에는 과외도 학원도 없다. 반대로 학창시절에 자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간 친구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주도적으로 도전과 성취를 이뤄내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된다. 자기주도성은 비단 공부에 국한된 문제를 넘어서는 것이며 중고생 시절에 연습해서 길러야 하는 중요한 덕목이라 하겠다.

 

게다가 ‘자기주도학습’이 필요한 결정적 이유는 앞으로의 사회가 끊임없는 학습능력을 요구한다는 데에 있다. 예전에는 젊은 시절 공부한 내용을 평생 활용해도 무리가 없었다. 급변하지 않았고 경쟁도 치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점차로 젊은 시절 배운 내용만으로 버틸 수가 없다. 사회가 엄청난 속도로 정보량이 증가하고 변화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에 적응하고 자신의 가치를 높이려면 새로운 정보를 학습하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이때 자기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도태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학원-과외에 의존해서라도 좋은 대학에만 가면 다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이 없이는 좋은 대학에 가는 것 자체도 어렵다. 학습은 배우는 과정과 익히는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익히는 과정에 있어서 스스로가 아니고서는 다른 묘책은 없다. 다시 말해서 누군가 가르쳐주는 것은 가능하지만 결국 자기 것으로 만드는 과정은 자기 자신이외에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많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배우는 과정에만 온 신경을 집중하여 정작 중요한 익히는 과정을 소홀히 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최근 강연에서 조사해보면 일주일에 공부시간이 5~6시간 밖에 안 되는 학생이 대부분이었다. 서울과학고에서는 하루에 5시간 공부한다.

 

고등학생과 상담을 하다가 깜짝 놀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기본적인 문장 독해력이 굉장히 떨어지는 것을 발견하고 놀란다. 또 문제 푸는 요령만 있지 혼자서 곰곰이 수학문제를 푸는 능력이 전혀 없는 것을 보고 놀란다. 언어영역은 문제 자체를 제대로 이해를 못한다.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힘이 없어서 항상 헷갈리고 찍고 넘어가기 일쑤다. 자기 의사표현을 하도록 질문을 해보면 로봇처럼 판에 박힌 답변뿐이다. 대부분 어려서부터 학원에 길들여진 학생들이었다.

 

앞으로의 입시에서 절대로 사교육에 찌든 학생들은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 대학별고사는 모두 서술형이고, 논술은 수시에서 더욱 중요해졌으며, 내신에서도 서술형이 늘어나고 수업을 열심히 듣지 않고서는 맞출 수 없는 문제가 출제된다. 한동안 수능이 의미 있는 지표로 쓰이지 못했지만 앞으로 대학자율에 맡기는 입시상황과 등급제 폐지는 수능의 중요도 상승을 예고하고 있다. 이런 수능시험은 종합적 사고력과 창의력을 다루므로 당연히 혼자서 골똘히 고민하고 찾아보고 익히는 공부습관이 중요하다.

 

많은 학부모들은 자녀가 혼자서 공부하는 것을 조금이라도 힘들어하면 학원이나 과외를 선택한다. 혹은 주변 다른 학부모들의 선택에 휘말려서 불안감에 보내기도 한다. 공부 잘하는 애들은 학원 과외를 잘 받아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혹은 집에서 노는 모습이 보기 싫어서 보내기까지 한다.

 

그러나 공부 잘하는 학생들은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먼저 만들고 나서 필요할 경우 사교육을 선택해서 활용한다. 스스로 공부해서 터득하고 깨달아 가는 과정이 시간은 좀 더 걸릴지언정 훨씬 효과적이며 장기적으로 성공적인 방법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학생들과 상담하고 조언하면서 그들이 불안과 걱정을 이겨내고 스스로 공부해서 얻은 결과의 즐거움을 느끼는 것을 보면 그런 믿음이 진리임을 확신하게 된다. 이런 경험은 학창시절이 지나 어른이 되었을 때에도 자기만의 분야에서 좋은 결과를 내는 데에 크나큰 원동력이 되어 줄 것이다. 쉽게쉽게 도움을 받아 단시간에 한번 공부해서 알아둔 지식은 쉽게 사라진다. 마치 쉽게 번 돈은 쉽게 쓴다는 격언처럼 말이다. 어렵사리 두 번 세 번 공부해서 자기 것으로 만든 지식은 절대 잊혀지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쉽게 떠먹여 주는 방식의 공부가 범람하는 이 시대에 더욱 ‘자기주도학습’이 중요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