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여자친구는 영어 학원 강사입니다.

 이래저래 매일 만날 때 마다, 카페에서 같이 공부를 하고, 학원 수업이 끝나고 데리러 갔을 때 매일 축 처진 어깨로 힘들어합니다.

 원인은 학생들.

 중1 (특목고 준비반), 중3, 고1 두 반, 고2 이렇게 맡아서 수업을 하고 있는 데, 얼마나 말을 안 듣는지 너무나도 힘들어 합니다.

 원인은 수업태도 및 숙제를 해오지 않는 것, 그리고 한번씩 수업에 빠지는 것..
그리고 방임적인 부모들. 너무 극성적인 부모들.

 저 번 수업을 마치고, 학원 회식 후에 만취된 상태로 저에게 찾아온 저희 아가씨는 너무 힘들다며 하소연을 하였습니다.

 그때 저는 이때까지 하던 말들을 쉽게만 보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안쓰럽게 눈물을 흘리는 저희 아가씨를 보면서 아무 말도 없이 그저 안아주고는 토닥거려 줬을 뿐입니다.

 그때 저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제가 화내지 않고 살게 해주세요. 화내는 게 너무 힘들어요. 혼내는 게 너무 힘들어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저희 아가씨는 나이도 어리고-24살-, 외모도 동안이라 조금은 학생들이 무시하는 감이 있지는 않은가 싶기도 합니다.

 고2들은 짖궂은 말도 서슴치않고 내뱉고, 중3들은 숙제도 해오지 않고, 수업은 시시때때로 빠져먹고.. 그나마 고1 아이들은 열심히하고 잘 따라오나 봅니다.

 어느 날은 중3 애들이 너무도 숙제를 잘해오지 않아 영어 본문을 외어오라는 숙제를 내주었더니, 자기들끼리 쪽지로 '짜증난다, 그만두자.' 이런 식의 대화를 나누었답니다.

 같잖지요. 어린 것들이 지네들끼리 속닥거리고, 학원이라는 배움터에 와서 하는 일이 고작 내어준 일에 대해 해보자라는 심정이 아니라, 저런 식이라니 말이지요.

 그래서 저희 아가씨는 얘기했더랍니다.

 "나는 너희가 그만두던 말던 상관은 없다. 하지만 내가 숙제를 이렇게 내어주는 것은 너희 학업의 진취도가 떨어지고, 그만큼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한 것이다."

 라고요. 하지만 다음 날 한 학생 부모에게서 연락이 왔더랩니다.

 "선생님, 저희 아이가 공부할 것도 많고, 영어에만 집중할 수가 없어서 학원 이제 그만둬야되겠습니다"

 "어머니, 타 과목도 중요하긴 하지만, 현재 입시상황에서는 국영수가 가장 치중적입니다. 영어에 대해 이 정도 시간의 투자는 당연한 거에요."

 "선생님, 저는 아이가 원하는데로 해주려고 합니다. 저희 아이하고 한번 얘기해보세요."

 이러더랩니다.

 그 학생 어머니는 야채장사를 하시는데, 하루하루 너무 빠듯하니 살아가시면서 이틀 전에도 상담하시면서 잘 좀 부탁한다고 얘기를 하셨더랩니다.

 그렇게, 이렇게 여러 얘기들을 듣고, 저는 그저 조금은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얘기하려 하지만, 저도 직장에서 부하직원들을 다룰 때 어떻게 해야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기도 어려워, 그저 조용히 다독여줄 뿐입니다.

 하아, 갑작스럽게 생각나 그저 이렇게 한숨 쉬며, 하소연을 하네요.

 어떤 사람이든 좋은 말로, 그리고 스스로 찾아서 하려고 하는 사람을 찾기는 왜 이렇게 어려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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