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한 온천에 몸을 푸욱 담근후이어서 그런가요? 개운한 아침을 맞아 어제 사놓은 컵라면을 후루룩 마시고 힘차게 숙소를 나섰습니다만...

오늘은 눈이 내리더군요 - - ;

군대 있을때도 훈련만 나가면 눈이나 비가 내리더만 제대를 해도 여전하군요^^

어제 우태와 정한이동로는 부구로 버스를타고 나가 울진으로 걸어가는것 보다

빠른길로 가자고 해서 덕구온천에서 917번 지방도로를 타고 걸어가기로 했습니다.

눈발이 폴폴 날리고 바닥을 살짝얼어 미끄럽고...

갈림길에서 마주친 도로명도 멋들어집니다. 십이령길... 12개의 고갯길이라는 뜻일까요? 우태에서 설명하니 우태도 허걱 하네요 ㅋㅋ

덕구온천에서 얻은 울진 관광안내 지도에는 울진까지 얼추 20km 걸어가야 하는 것으로 되어 있네요...

역시나 시작부터 오르막길은 끝이 없습니다. 땀이 찔찔 흐르네요... 3km정도 걸어가니 구수곡 자연휴양림이라는 곳이 나오네요 춘천에도 집다리골 자연휴양림이란곳이 있는데 비슷한 곳이더군요 산속에 휴양림이 있고 통나무집 같은 펜션을 지어놓은 곳인데 나중에 인터넷으로 검색해보고 한번 가봐야 겠네요 ^^

첫째, 둘째날 처럼 비가 많이 오지는 않지만 눈이왔다가 진눈깨비가 왔다가 비가왔다가 오락가락 하네요 ^^ 걸어가다가 힘이들만하면 자그마한 시골길 버스 정류장이 우리의 훌륭한 휴식처가 되어줍니다. 평상시에는 거들떠 보지도 않던 정류장이었는데 이렇게 고마울줄은 생각도 못했네요 ^^

동내이름도 쉽고 정겹습니다. 상당 - 중당 - 하당, 정림 1리, 2리, 3리, 호월리, 고성리...... 30분걷고 10분 쉬고... 오늘은 논밭과 산만 신나게 봅니다.

우태는 바다가 보고 싶다고 난리네요 ^^

차도 드문드문 다니고 버스도 3시간마다 한번씩 다니는 아주 깡촌입니다.

하도 비슷한 길만 걷다보니 우태가 아까 본길 같다며 그길이 그길이라고 이름을 붙여 줍니다. ㅋㅋ

중간에 배가고파 밥이라도 먹으려 했는데 식당도 없고, 슈퍼마켓은 물론 하다못해 구멍가게도 없는 길입니다....

중간에 버스정거장에서 쉬다가 출발하는데 어르신한분이 따라오십니다. 다리가 약간 불편하신 분이셨는데 버스를 타러오시다가 우리가 출발하니까 뒤를 따라 오시는겁니다. 우태와 저는 흠칫해서 서로 손을 꽉잡고 흘깃흘깃 뒤를 쳐다 봅니다.

알고보니 마을 주민 분이셨는데 우태한태 사탕도 쥐어주시고... 괜히 사람을 오해한 제가 부끄러워 집니다.

나중에 우태도 아저씨가 칼들고 돈내놓으라고 하면 어떻게 하지 하고 고민했다고 합니다. ^^

아~~ 사회가 이렇게 각박해 졌나요 저 스스로도 아이도 사람을 못믿으니 말입니다.

반성해야 하겠습니다.

한 15km정도 걸어가니 슬슬 우태가 맛이 가기 시작하는군요 ^^

그동안 여행중 가장 길게 걸으니 무척 힘이 든가 봅니다.

그렇다고 뒤돌아 갈 수도 없고... 재미있는 이야기, 수수께끼 등을 이야기 하면서

얼르고 달래며 울진을 향해서 갑니다.

한참걷다가 울진 1.5km라는 간판을 보며 어찌나 좋아 하던지...

2시경 울진군청 부근에 도착하여 김치찌개를 시켜 먹었는데 1인분 6000원에 맛도 좋고 반찬도 푸짐하게 나와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울진이 물가가 약간싼듯한 느낌이 듭니다. 돼지고기도 1인분에 9000원입니다. 춘천은 11000원인데 ㅜㅜ

온김에 조금만 걸어가면 울진과학체험관이 있어서 또 1.5km 정도 걸어갑니다.

와우!! 지은지 얼마 안되는듯 건물이 크고 깨끗합니다.

게다가 손님은 우리밖에 없습니다. ㅋㅋ

입장료도 2000원, 아이는 1,000원으로 저렴하고 볼거리도 꽤 있습니다.

초등 저학년 아이들 데리고 가면 1~2시간 정도 재미 있게 놀수 있을 것 같네요 내용은 다양하지는 않지만 깔끔하고 재미있게 OX 퀴즈도 있고 화면을 만지면 설명이 나오는 터치스크린 방식의 설명도 있어 괜찮은 곳 같습니다.

바다가 너무너무 보고 싶어서 계속 동으로 동으로 갑니다. 울진읍내를 지나 도착한 곳은 현내항 와우 !!! 대박입니다. 길 바로 옆에서 파도가 치는데 바닷물이 길까지 튀어 올라 옵니다. 갈매기가 끼룩끼룩 날아다니고 어떤 놈은 암초위에 앉아서 유유히 파도를 피하고 있고 우태하고 한참이나 구경했습니다.

모래사장은 없지만 한없이 바다와 파도를 구경할 수 있는 곳입니다.

그래서 여기에 숙소도 바로 잡았습니다.

오늘은 무려 25km나 걸었네요 제 다리도 시큰한데 우태는 오죽할까요?

뜨거운물에 싸악 씻기고 TV틀어주니 천국이 따로 없습니다.

게다가 여기는 와이파이까지 터져서 아주 좋습니다.

이따가 식사하고 와서 그동안 격려해주신 분들에게 댓글 달아 드려야 겠습니다.

드디어 노래부르고 부르던 회를 먹으로 갑니다. ㅋ ㅋ 쏘주도 한잔 해야 겠습니다.

내일은 바닷가길을 따라 내려가 보려 합니다. 격려해주시고 못쓴글이지만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

이 글을 0명이 추천하셨습니다.

이 글을 추천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