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 한통이 배달되었습니다. 열어보니 “j가 지난 주 시험에서 국영수기준으로 전교1등을 했다고 담임샘께서 연락하셨습니다. 정말 감사해서 연락드립니다. 감사합니다”

j는 중2 이맘때 쯤 저와 만났습니다. 성적은 반에서 중간 정도이고 게임(요즘은 오바워치에 열광중)을 좋아하는, 막연히 이과로 가야겠다는(이과출신이 직업 가지기 좋다니까) 맘만 있는 남학생이었지요. 아이가 딱히 선호하는 과목이 없기에 수학을 먼저 시켰습니다. 어렵고 힘든 과정이었지만 때론 질책하고 격려하며 수학을 해 나가니 점수가 나오게되지요. 점수가 나오면 어느 아이라도 그 과목에 재미를 붙이게 되지요. 그러니 선행도 하게되고.... 아이가 수학 점수에 집착을 보일 무렵 얘기했습니다. “계속 수학 고득점을 유지하려면 국어실력이 중요하다(실제로도 그렇고요).그리고 고등학교에서 최상위권과 상위권을 가르는 과목이 국어이다. 그러니 국어도 공부하자” 그렇게 국어공부하니 국어도 성적이 올라가고.... 가장 취약과목이었던 영어는 매일 꾸준한 영단어 암기(한 단어장을 보통 3번정도는 외우게 했지요)와 동일한 영문법책을 강의 듣지 않고 자습으로(이해안되는 것 질문만 받아주며) 3회독 시켰습니다.(다른 것을 할 수 잇는 실력이 안되서...) 수학 국어에 비해 내 놓을 만한 점수가 나오지는 않았지만,“워낙 네가 그간 영어를 소홀히 해서 그런거다. 하지만 이렇게 계속하면 시험패턴이 달라지는 고등학교가서는 영어 성적도 제대로 나올테니 꾸준히하자”라며 계속 시켰지요. 그리고 j는 작년말 중2때는 상상도 하지 않았던 현재의 고등학교에 합격하여 기숙사로 떠났습니다. 입학 직후 진단평가에서 그 잘한다는 아이들이 모인 가운데서도 수학은 전교1등을 했다는 소식을 전 한 후 ,한동안 기숙사에서 오바워치 전교1등이라는 얘기도 들리더니 지난 중간고사는 별루였답니다. 그러고도 오바워치에 연연하는 아들에 충격받은 j어머니가 찾아 오셨더군요. 그래서 매주 토요일 기숙사에서 집에 가는 길에 제게 들리게 했지요. j가 오면 지난 주 공부했던 것과 앞으로 1주간 공부 할 것등에 대한 얘기를 1시간여 정도 나누고 보내곤 했습니다. 다행히 공부모드로 돌아오는 모습을 보이더니 이번 6월모의고사에서 국영수 98 100 100으로 전교1등을 했답니다. 오늘 기숙사에서 나오는 길에 비타500 사들고 찾아온 j는 이런 얘기를 합니다. “우리 학교에 잘하는 아이들이 많이 모였지만 그래도 국어 수학을 중학교때 제대로 하고 온 아이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아요. 그 때 열심히 해 놓은게 있으니 고등학생이 되어 다른 과목공부에도 시간 배분이 되고 쉽게 성적을 잡을 수 있어요. 간간히 오바워치도 할 수있고...”

외고로 진학했던 한 여학생의 어머니도 찾아 오셨습니다. 그 학생은 제가 스홀에 올렸던 다른 글 “1등의 자세”의 주인공인 a의 여동생입니다. 현실적으로 공부머리라고 하는 것이 공부의 양과 질에 영향을 미치는데, 그 두 남매들은 참 머리가 좋더군요(전 유전적인 요인으로 머리가 좋다 나쁘다가 결정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들 비슷하게 태어나는데 자라면서 환경의 영향으로 누구는 공부머리가 좋아지고 누구는 운동을 잘하게 된다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그런데 성향은 달랐습니다. 오빠는 수학을 좋아했어서 열공하여 지균으로 서울대 입성까지 한 경우이지만,여동생은 영어를 좋아하고 잘해서 외고로 진학을 원했지요 하지만 수학은 좋아하지 않았었습니다. 물론 학교내신성적은 90점-100점 나왔고 거기에 만족하고 안주하려는 그 여학생에게 항상 독촉했었습니다. “중학이니까 그 점수라도 나오는 것이다. 지금처럼 하면 고등학교에가서는 큰일난다. 넌 머리가 좋으니 조금만 더 수학에 투자하자” 하지만 크게 변한 것 없이 자기가 좋아하는 영어와 외고 비교과 대비한다고(많이 말렸지만..) 모의유엔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그 귀한 중3 2학기와 방학을 보내버리고 영어성적만으로 선발하는 외고에 합격하여 기숙사로 떠났습니다.

외고가 영어성적만으로 선발하니 입학한 학생들의 영어 성적은 다 거기가 거기이지요. 그들중에서 중위권과 상위권은 수학성적이 절대적인데 당연히 아이의 수학성적은 절반 이하였습니다. 수학이 안 나오니 다른 과목들 공부할 시간도 적어지고.... 외고이다보니 학교분위기는 너무 좋고 아이도 학교생활에는 대 만족이지만 외고특성상 비교과활동들도 많이 참여하게되고,그럴수록 학습시간은 적어지니 만회할 기회가 없어지고... 이번 모의고사수학이 3-4등급 사이이고 영어는 1등급 유지했지만 국어도 3등급정도의 성적을 받고보니 어찌해야할 지를 물으십니다

내친 김에 작년에 국제고로 진학한 여학생에게도 연락을 해 봤습니다. 이 학생 역시 영어는 very very excellent!(외국에서 학교다니다 초등 고학년때 귀국). 수학은 하기 싫었지만 그래도 중요하다고 하니 억지로라도 학습시간을 할애. 이 학생의 문제는 어릴적 외국생활로 국어실력이 처진다는 것이었습니다. 한국말을 못하고 그런다는 게 아니고 어려운 말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떨어졌지요. 하지만 성실하고 승부욕이 있어서 중학과정의 국어는 그래도 따라갔었고 그래서 그런지 고등국어는 다르다는 말을 유념해 듣지 않더군요. 그리고 수학을 따라가느라 고등국어 준비할 여건이 현실적으로 많이 허락되지도 않았었습니다. 지난 중간고사에서 수학을 의외로(?) 1등급 받았고 국어는 어렵지만 나름 선방하고 있다고 얘기를 들었었는데, 이번 모의고사 성적 물어보니 역시 일반적인 통계와 크게 다르지 않더군요. 영어1등급 당연하고 수학은 2-3등급 경계, 국어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점수. 쇼크! 국어는 30번대 풀고 있는데 시간 되었다고 내라고 하더랍니다.(대부분의 고교생들도 이 얘기를 하지요. 국어가 몇번까지 출제 되느냐고, 항상 중간정도 풀다가 시간 만료되어서 몇번 문제가 끝인지 모른답니다)

오늘도 전 얘기합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에 어찌해 놓는 가에 따라서 고등학교 성적이 결정되고 대학도 결정된다고..... 그런데 공부는 고등학교가서 고민해 보고 지금은 내버려 두자, 그렇게 커야한단다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너무 많으세요. 통계가 말해 준다고 보여드려도 마치 우리 아이는 그 정도 통계의 예외일 것이라 굳게 믿으시는 것 같습니다. 답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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