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수가 좀처럼 오르지 않아 고민이시라면...
2020-05-06 오후 7:22:51 | 조회 : 7060
안녕하세요?
스터디홀릭 운영자 강명규쌤입니다.
입시 차원에서 봤을 때 우리나라에서 제일 불쌍한 애들은 학군지 중상위권 아이들이 아닐까 싶어요. 학군지 중상위권 아이들을 상담해보면 자존감이 상당히 낮거든요.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도 많고요. 자기도 나름대로 할 만큼 하는데 등수가 좀처럼 올라가지 않으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더라고요. 머리 위에 콘크리트 천장이 있대요. 머리가 깨지도록 아무리 부딪혀봐도 뚫리지 않는다면서요. 그래서 혹이 불룩 솟은 머리를 부여잡고 바닥에 나동그라지기도 해요. 자기는 해도 안 된다면서요. 그런 아이들을 볼 때면 가슴이 아파요. 아무리 열심히 해도 기대한 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으니 얼마나 힘들까요. 그래서 그만 두고 싶을 때도 많을 거예요. 하지만, 잠깐만 방심해도 등수가 추풍낙엽처럼 떨어지고, 그렇게 떨어진 등수가 내신에 치명상을 입힌다는 것을 알다 보니 멈출 수도 없어서 더 힘드네요.
엄마들도 마찬가지에요. 학군지 중상위권 엄마들의 스트레스가 가장 심해 보여요. 나름대로 아이 교육에 신경도 많이 쓰고, 사교육비도 많이 쓰는데 계속 제자리 걸음이니 너무 답답해요. 조금만 더 하면 얼마든지 치고 올라갈 것 같은데 그게 안 되니 답답해요. 아예 못하면 기대라도 내려놓을 텐데 될듯 될듯 안 되니 더 미치겠어요. 그 와중에 만만히 봤던 이웃집 애가 쭉쭉 치고 올라가는 모습을 보면 더 답답해져요. 우리 애가 훨씬 잘했었는데 도대체 뭐가 문제지? 내가 모르는 무슨 비밀이 있나? 아니면 혹시 쟤가 부정한 방법이라도 쓰는 건가? 온갖 생각이 다 들어요. 그런 생각이 들면 아이가 미워지기도 해요. 쟤 때문에 도대체 내가 뭐하는 건가 싶어서요. 그래서 다 내려놓고 내 인생부터 챙기자며 바람이라도 쐬러 나가지만 밖에 나가서도 즐기는 건 잠시뿐 ‘애가 학원은 잘 갔을까?’, ‘독서실에서 딴짓 안 하고 공부는 열심히 하고 있을까?’ 온통 아이 생각 뿐이에요. 이런 생각이 머리에 가득차면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에요. 그래서 학군지 중상위권 엄마들은 가슴에 돌덩이라도 얹어놓은듯 마음이 답답해요. 예쁘게 꾸미고 싶은 생각도 없어져서 아이 학년이 올라갈수록 옷차림이나 화장도 수수해져요. 학군지 중상위권 엄마들은 자기 외모를 돌아볼 마음의 여유도 별로 없어요. 그래서 마음에 드는 옷이나 가방을 발견해도 구경만 잔뜩 하며 상상의 나래만 펼칠 뿐 ‘어디 들고 갈 데도 없는데’라며 다시 내려놔요. ‘이 돈이면 수학 과외나 하나 더 시켜볼까’라면서요. 머리 속이 온통 학교, 학원, 문제집, 입시 등 아이 공부로 가득 찼어요. 학군지 엄마는 입시에 미친 엄마가 아니라 입시에 불안한 엄마거든요. 아는 게 많으니 걱정도 많은 거죠.
그런데 학군지 중상위권 아이들은 비학군지에 가면 얼마든지 상위권을 차지할 수 있는 아이들이에요. 학군지에 있어서 중상위권일 뿐 그 아이들도 학습량이나 실력은 절대로 부족하지 않으니까요. 실제로 옆동네에서 최상위권이다가 학군지로 이사 온 후 중상위권으로 주저앉은 아이들도 많아요. 이사오기 전에는 우리 애가 잘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동네 애들이 못하는 거였어요. 우물안 개구리였던 거죠. 그래서 우물로 다시 돌아가는 애들도 있어요. 아이가 견디지를 못해서요. 학원 레벨테스트부터 삐끗해서 첫 걸음부터 꼬이는 애들이 있으니까요. 학원 레테에 떨어져서 문자나 전화로 불합격 통보를 받으면 진짜 자존심 상하죠. 우리 애가 잘하고 있으니 걱정말라던 이전 동네 원장 멱살이라도 잡고 싶어져요. 그동안 뭘 가르쳤나 싶어서요. 심지어 똑같은 브랜드의 학원인데 학군지로 이사왔더니 그 동네에는 우리애가 다닐 레벨의 반이 없어서 학원에 못 다니는 경우도 있어요. 간판만 같을 뿐 내용물이 다른 학원이 많거든요.
따라서 학군지 중상위권 아이들은 과감히 옆도시 비학군지로 이사한 후 학원만 학군지로 다니는 것도 입시 차원에서 좋은 전략이 될 수 있어요. 공부가 재미있어지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공부한 결과가 곧바로 드러나는 것인데 비학군지에서는 등수 올리기가 훨씬 쉬우니까요. 지역만 바꾸면 학교나 학원에서 대접 받아가며 공부할 수 있지요. 이렇게 올라간 등수가 내신에 반영돼서 입시준비도 쉬워지고요. 아이들도 대접받으며 공부하니 자존감도 올라가고 얼굴도 밝아져요.
그러니 학군지에서 좀처럼 등수가 오르지 않아 고민스러울 때는 과감히 지역을 바꿔보세요. 우리 아이가 못하는 게 아니라 우리 아이 친구가 너무 잘하는 것일 수 있거든요. 어쩌면 내가 우리 아이의 체급을 잘못 파악해서 윗 체급 아이들과 싸움 붙이고 있는 것일 수 있어요. 그럴 때는 과감히 체급을 낮추는 게 도움이 되지요. 낮은 체급에서 딴 금메달도 똑같이 금메달로 인정받으니까요. 수시모집이라는 대학 입시체제 아래에서는요. 정시가 확대된다고 하지만 여전히 수시모집 비율이 훨씬 높거든요. 2023학년도에도 전국 4년제 대학의 수시모집 비율은 76%나 되지요. 정시를 확대한다는 서울 주요 대학도 수시모집 비율이 60%나 되고요.
공부는 노력이지만 입시는 전략입니다. 교육과 입시는 철저히 다르고요. 따라서 입시를 생각하신다면 입시를 염두에 둔 전략을 세워주세요. 자존심만 한 번 굽히면 대학은 한 단계 더 높일 수 있습니다.
특목고나 자사고 중상위권도 마찬가지에요. 일반고로 전학가면 내신을 얼마든지 끌어올릴 수 있어요. 그러니 아니다 싶을 때는 과감하고 신속하게 학교를 바꿔주세요. 여차하면 자퇴 후 일반고로 재입학하는 것도 전략이 될 수 있어요. 재수로는 학생부를 리셋할 수 없지만 자퇴후 재입학으로는 리셋할 수 있으니까요. 2~3학년 때 자퇴하고 정시를 준비하는 것보다 1학년 때 신속히 자퇴하고 일반고로 재입학해서 학생부부터 다시 만드는 게 훨씬 효과적인 입시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어차피 자퇴나 전학을 할 거라면 하루라도 빨리 하는 게 좋거든요.
추신 1. 학군지 하위권 아이들은 그냥 학군지에 남는 게 좋아요. 학군지 하위권 아이들은 자존감이 낮지 않거든요. 얘들은 애초부터 공부에 관심이 없고, 등수를 올리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기에 자존감이 무너져 있지도 않아요. 오히려 근자감이 넘쳐지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잘할 수 있다면서요. 범이랑 제대로 싸워본 적이 없으니 하룻강아지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거예요. 그래서 하위권 아이들은 학군지에 계속 남아있는 게 좋아요. 어차피 비학군지로 옮겨도 공부는 안 할 테고, 학군지에 남아있으면 열심히 하는 친구들을 보고 자극받아 어느 순간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요. 하위권 아이들에게 학군지는 안전망이자 보험일 수 있습니다.
추신 2. 대입 수시모집 학생부 전형은 실력으로 가는 입시가 아니라 등수로 가는 입시입니다. 그래서 교육적으로는 실력을 올리는 게 맞지만, 입시면에서는 등수를 올리는 게 효과적입니다. 교육과 입시는 접근법이 완전히 달라져야 하지요.
추신 3. 그렇게 대학 가봤자 무슨 소용이냐 그래봤자 남의 밑에서 직원 노릇하는 것밖에 더 있냐? 라는 분들도 계세요. 맞아요.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라도 해서 대학이라도 가야 직원 노릇도 할 수 있다는 거예요. 대학도 못 나오면 취직하기도 힘든 게 현실이잖아요. 초등학교 때는 글로벌 인재를 꿈꾸지만, 고등학교 때는 대학이나 갈 수 있을까를 걱정하고, 대학교 때는 취업을 걱정해야 하는 게 현실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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