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둘 이상 키워보신 부모님들이시라면 누구나 아시겠지만 똑같은 배속에서 나온 아이들조차도 학습능력이 다르다는 것을 잘 아실 것입니다. 한 번만 가르쳐도 금방 이해하는 아이가 있는 반면에, 똑같은 내용을 여러번 가르쳐도 계속 헷갈려하는 아이도 있잖아요.

그러나 내 자녀의 학습능력이 부족함을 납득할 수 있는 부모는 많지 않을 것입니다. 이성적으로는 납득이 되지만 감성적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 어쩔 수 없는 부모의 마음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내 아이가 학교공부만으로는 성적이 만족스럽지 않을 경우 학원 등 사교육에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교에서는 교육적 차원에서 '아이가 머리는 좋은데 노력이 부족해서...'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고, 부모님들도 그러한 말에서 마음의 위안을 찾으려다 보니 학습방법이나 학습량을 늘려서 내 아이의 성적을 더 끌어올려보고 싶기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학원에 가면 학교와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원생 모집이 어려운 소규모 학원의 경우는 원생을 한 명이라도 더 늘리기 위해서 누구나 노력하면 최상위권이 될 수 있다며 자기 학원 등록을 부추기지만,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유명학원의 경우는 그 정도 실력이면 자기 학원 수업을 따라오기 힘들 것이라며 받아주지 않으니까요.

그렇다면 왜 학교와 학원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매우 간단합니다. 부모님들이 학원을 보낼 때 학생들간의 학습능력 차이를 인정하지 않은 채 내 아이도 학원을 보내면 단기간에 성적이 향상될 것이라고 기대하시지요.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보니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학원의 입장에서는 사탕발림으로 원생을 한 명 더 등록받음으로써 무리하게 단기수익을 늘리려고 하기 보다는 단기수익이 줄어들지라도 솔직한 이야기를 함으로써 자기 학원 재원생들의 학습능력을 균질하게 만듦으로서 학원의 명성 맟 자신들의 교육철학을 지키려는 것입니다. 괜히 무리한 욕심을 내며 학생을 받아들였다가 부모의 높은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원생이탈로 이어져서 학원 이미지만 안 좋아질 수 있으니까요.

즉, 학교에서 하는 이야기보다 학원에서 하는 이야기가 더 솔직한 이야기인 경우도 있다는 것이지요. 학교는 전인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곳이기 때문에 교육적 차원에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야기를 해주지만, 학원은 성적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곳이기 때문에 성적에 포커스를 맞추어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주니까요.

추신 1. 수학이나 과학은 타고난 학습능력이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과목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일반 중/고등학교에서의 내신이나 수능에서 상위권에 진입하는데는 학습능력보다 학습량이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됩니다. 특히, 수능의 경우 난이도가 낮아진 상황이기 때문에 학습능력이 부족한 학생들도 학습량이 충분하면 1% 이내의 극상위권 까지는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3~5% 수준위 최상위권 진입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하고요.

참고로 아이큐 80인 학생과 아이큐 110인 학생의 학습성적 차이는 아이큐와 성적이 어느 정도 비례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그 이상부터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배워야 하는 초중고 교과과정이 110 이상의 아이큐를 요구할 정도로 난이도가 높지 않기 때문이지요.

그러니 우리아이의 타고난 학습능력이 낮다고 할지라도 너무 아쉬워하거나 너무 일찍부터 포기할 필요는 없겠네요. 그렇다고 너무 장미빛 기대를 해서도 안 될테고요.

추신 2. 서울대 학생 10명 중 8명은 타고 난다, 학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DNA다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극상위권의 경쟁(서울대 및 연고대 주요학과, 의치한 등)에서는 학습능력이 분명히 중요한 변수 중 하나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서성한 중경외시 급까지는 학습능력이 아니라 학습량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극상위권 진입도 학습량을 극도로 높일 수만 있다면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학습량을 극도로 높인다는 것이 극히 힘든 일이기는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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