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특목고 입시를 지도하다 보면 지역별로 특목고 경쟁률 및 선호도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임을 알 수 있습니다. 서울과 경기도가 다른 모습을 보이고, 경기도와 지방도 다른 모습을 보이지요.

다 똑같은 특목고일텐데 지역별로 이토록 큰 차이가 나는 것에 대해서 의아한 분들도 많으실텐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전기고등학교 수의 차이

- 지역별로 전기 고등학교 수의 차이가 막대합니다. 특히, 자율형사립고 수의 차이가 크지요. 서울에는 무려 25개의 자사고가 있지만, 경기도에는 단 2개 밖에 없습니다. 그 중에서도 한 곳은 전국단위 모집을 하는 자사고이기 때문에 경기도 학생들을 위한 자사고는 1곳 밖에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2의 도시라는 부산에도 자사고는 단 2곳 밖에 없습니다.)

2. 외고에서의 이과반 운영 여부

- 외고에서의 이과반 운영은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지역에 따라서 아예 대놓고 이과반을 운영하거나, 방과후학교에 이과수업을 개설하는 형태로 이과 지망생들을 지도하는 학교들이 있습니다.
- 예를 들어 진보교육감 산하의 서울지역 외고의 경우 이과반 운영이 엄격히 금지되어 있기에 이과 지망생들의 경우 서울지역 외고 지원을 기피하고 있지만, 보수교육감 산하의 부산지역 외고의 경우 이과반을 공개적으로 운영하며 이과반 운영 사실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서울에서는 이과 지망생들이 외고지원을 기피하지만, 부산에서는 이과 지망생들의 외고지원이 많은 편입니다.

3. 일반고의 경쟁력 차이

- 경쟁력 있는 일반고가 지역 내에 많은 경우 특목고에 대한 수요가 그 만큼 줄어듭니다.

   ㄱ) 대입실적
          - 서울에는 일반고임에도 불구하고 왠만한 특목고 보다 명문대 합격자를 많이 배출하는 우수 일반고들을 찾기가 어렵지 않습니다. 고교 선택제 시행 이후 일부 일반고들에는 경쟁률이 10:1을 넘기며 우수 학생들이 몰려들고 있어서 해당 학교들의 대입실적은 더욱 상승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고요.
          - 그 반면에 서울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명문대 합격자를 특목고 수준으로 많이 배출하는 학교를 찾아보기가 매우 힘듭니다.

     ㄴ) 수시전형 대비
          - 서울지역에는 다년간 수시전형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해가며 수시전형 내 다양한 전형에서도 우수한 실적을 보이는 학교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지방 일반고 중에는 수시전형을 제대로 공략할 수 있는 학교가 많지 않습니다. 이것은 학교의 입시 마인드 부족 뿐 아니라 지방에는 수시전형을 대비할 환경(사교육업체 및 각종 활동 꺼리 등)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ㄷ) 스타교사
          - 서울지역의 경우 일반고에도 EBS나 강남인강 등에 출강하며 전국적인 인지도를 갖고 있는 선생님들이나, 대학 입학처의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대학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시는 선생님들이 적지 않습니다.
          - 그러나 지방 일반고의 경우 대외 인지도를 갖고 있는 선생님들이나 서울의 주요대학들에 영향력을 행사하실 수 있는 선생님들이 극히 드뭅니다.

4. 사교육 환경

- 서울은 사교육 환경이 너무 잘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굳이 내신 불이익을 감수하며 특목고를 갈 필요가 크지 않습니다. 집에서 가까운 일반고에 진학하여 통학시간 등을 줄인 후 유명 사교육업체에 다니며 수업과 컨설팅을 병행하면 특목고 진학보다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지요. 그러나 지방에서는 사교육을 활용하려고 해도 마땅한 학원이나 강사를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특히, 상위권으로 올라갈수록요.

5. 학부모와 지역의 교육열 차이

- 서울에서 1km가 떨어질수록 부모의 교육열이 1도씩 떨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서울과 지방의 학부모 교육열은 차이가 엄청납니다. 그리고 그러한 교육열의 차이가 특목고/우수 일반고/사교육 환경의 차이를 만들어내지요. 수요가 적으니 공급 또한 적을 수 밖에요.

- 학교 내에서 재학생 부모들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설명회나 공개수업 등의 학부모 참여율을 보면 지역별/학교별로 차이가 엄청 납니다. 그리고 그 차이가 점점 심화되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만들어내지요. 대치동으로 이사를 가서 공부를 잘 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공부를 잘 하는 학생들이 대치동으로 이사를 와서 대치동의 학력이 높게 유지된다라는 식으로요.

- 학부모의 교육열 차이가 지역의 교육열 차이로 이어지고, 지역의 교육열 차이가 전반적인 교육환경의 차이로 이어집니다.

- 그러나 지방의 경우 우수학생들의 타지역 유출 및 특목고 편중이 발생하여 지역 일반고의 전반적 교육환경이 열악해지자 어쩔 수 없이 내신불이익을 감수하며 특목고행을 선택하는 경우가 있지요.

6. 집에서 가까운 대학의 차이

- 학부모님들과 상담을 하다 보면 '성적이 안 되면 그냥 집 가까운데나 보내려고요'라는 말을 종종 듣습니다. 그리고 이 말은 거의 대부분 지방 학부모님들께 들을 수 있지요. 지방 부모님들의 경우 성적이 안 되면 집에서 가까운데로 보낼 수 있지만, 서울 부모님들의 경우 성적이 안 되면 집에서 먼데로 보내야 하지요. 집에서 가까운데나 보내자라는 이야기의 기저에는 성적이 뛰어나지 않으면 굳이 비싼 돈 들여가며 서울로 대학을 보내지 말고 집 가까운 대학으로 보내서 돈이나 아끼자라는 내용이 깔려있는데, 서울 부모님들의 경우 공부를 못하면 집에서 먼 대학으로 보내느라 돈이 더 많이 들기 때문에 차라리 그 돈을 미리 투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재수비용으로 사용을 하던지요.

- 학생들의 경우도 어릴 적부터 보고 자란 대학의 수준에 따라서 대학을 바라보는 눈높이가 달라집니다. 서울학생과 지방학생들이 생각하는 명문대의 개념 뿐 아니라 자신이 진학해야하는 마지노선 대학의 수준도 다르지요. 그러한 인식의 차이가 학업성적 및 특목고 진학 실적의 차이로 이어집니다.

다 똑같은 고등학교처럼 생각되기 쉽지만 고등학교는 같은 유형의 학교라고 할지라도 지역과 학교에 따라서 많은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고등학교에 대한 접근은 유형별 개별학교단위로 접근을 해보시기 바라며, 우리 지역의 교육환경 분석도 놓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추신. 고등학교의 교육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 요소 중 간과하기 쉬운 요소로 교육감의 성향이 있는데, 교육감의 성향은 고교 교육에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대학입시는 교과부나 대학교육협의회 등에서 주관하지만 고등학교 운영은 시도 교육감 관할이기 때문이지요. 즉, 시도별로 교육감의 성향이 다르다 보니 시도별로 교육의 방향성도 다른데 진보교육감들은 학생인권을 중요시하는 반면 학력위주의 교육을 반대하고 있고, 보수교육감들은 학력위주의 교육을 중요시하는 반면 학생인권에 소홀한 면이 있지요. 이러한 교육정책 차이는 대학입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다 보니 자연스럽게 고교입시에까지 영향이 미치게 됩니다. 보수교육감 휘하의 시도들이 상대적으로 특목고 선호현상이 높게 나타난다라는 식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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