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내신시험 기간이 끝났으니 학원 대이동 기간이 다가왔겠네요. 매년 내신시험이 끝나고 나면 전국적으로 학원 대이동이 발생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성적이 만족스럽지 못한 부모님들은 '그 많은 돈을 쏟아부었는데 성적이 이 모양이냐'며 울분에 차서 새로운 학원이나 추가로 다닐 학원을 찾아보시지요. 성적이 만족스러운 분들 중에도 '1등은 어디 다닌데?'라며 더 좋은 학원을 찾기 위해 학원쇼핑을 다니시는 분들이 계시고요. 민족대이동 못지 않은 학원대이동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2011년 5월 4일에 충청북도교육청에서 흥미로운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이 있네요. 충청북도교육청 산하 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인데 그 내용이 다소 놀랍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이 보호자에게 가장 바라는 것으로 손꼽은 전체 1위가 '학원을 쉬게 해 달라'이거든요.

중학생이나 고등학생도 아닌 초등학생들이 이런 대답을 했다라는 것이 캉쌤에게는 다소 충격적입니다. 아이들이 학원에 대해 커다란 부담과 불만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거든요. 그것도 교육열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에 속한다는 충청북도에서조차요.  만약, 교육열이 높고 학원이 밀집되어 있는 수도권에서 설문조사를 했다면 어떠한 결과가 나왔을까 라는 생각에 다소 두려운 마음까지 듭니다. 수도권에서는 '학원을 쉬게 해 달라'는 답변에 압도적인 몰표가 나오지 않았을까 싶거든요.

'우리 아이는 꿈이 없어요'라고 한탄하시는 부모님들이 많이 계십니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아이들에게 꿈을 꿀 시간을 얼마나 주고 있는가 라는 반성을 해봅니다.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의 꿈과 희망이 성적이라는 부모의 욕심에 이끌려서 학원이라는 멍에에 짓눌려 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과 함께요.

학원을 줄였더니 아이의 얼굴에 웃음이 돌아왔다 라는 이야기가 우리집에도 필요한 상황은 아닐지 오늘 당장 아이와 대화를 나누어 보시기 바랍니다. '아이를 위해서 보내는 곳'이라는 학원이 아이들을 불행하게 만들어서는 안될 테니까요.

사교육은 분명히 필요합니다. 그러나 적당히 필요합니다. 내 아이에게 적합한 적당량을 찾아내주세요. 그것이 우리 부모들의 역할이니까요.

추신 1.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 다니는 학원을 늘여야 하는 아이도 있지만 학원을 줄여야 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는 배움(학) 못지 않게 익힘(습)이 필요한데 배우는데 시간과 에너지를 다 소비해버려서 익히지를 못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거든요. 어제 먹은 것도 아직 소화를 못 시킨 상황인데 몸에 좋은 음식이라며 엄마가 억지로 입에 쑤셔넣고 있는 것이지요. 아이들의 소화능력과 소화상황을 면밀히 관찰해가며 음식을 넣어주세요. 소화능력을 넘어선 음식은 약이 아니라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추신 2. 초/중학교 때부터 아이들 성적에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며 과도한 성적관리를 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이러한 분들의 특징은 학원표든 엄마표든 너무 과도한 배움을 아이에게 밀어넣는다라는 것이지요. 초/중학교 때는 아이의 학습능력과 상관없이 엄마나 학원의 힘으로 상위권 성적을 얻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니까요.

그러나 이렇게 자라난 아이들은 스스로 익히는 능력(자기주도학습능력)이 부족하다 보니 학년이 올라갈수록 성적관리가 점점 더 어려워집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습난이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아이의 학습능력이 성적에 미치는 영향력이 점점 더 커지거든요.

따라서 국제중이나 특목고가 아니면 안 된다라는 교육철학이 아니시라면 초/중학교 때는 배움보다 익힘에 더 신경을 써주세요. 엄마나 학원의 힘으로 초/중학교 때 성적이 백날 잘 나와봐야 말짱 도루묵입니다. 중요한 것은 고등학교 성적이니까요.

(불과 몇년 전 까지만해도 학원운영이 12시까지 가능했고 그 이후에도 불법으로 수업을 하는 학원들이 넘쳐났습니다. 그래서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에도 부모님이 충분한 관심을 갖고 충분한 경제적 지원을 해주신다면 수능을 기반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각종 사교육 억제 정책으로 인해서 고등학생들이 사교육을 받기 점점 더 어려워졌을 뿐 아니라 수능 하나만으로 대학을 가기도 어려워졌습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자기주도학습능력이 명문대 진학에 중요한 열쇠가 될 것입니다. 대입 정시의 경우는 자기주도학습학생이 학원키즈를 이기기 어렵지만, 꾸준히 확대되고 있는 대입 수시의 경우는 학원키즈가 자기주도학습학생을 이기기 어렵습니다.)

추신 3.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 오늘은 학원을 하루 쉬자'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간 큰 엄마는 별로 없으실 것입니다. 캉쌤 역시 간이 작아서 그런 말은 쉽게 못할 것 같거든요. 큰 맘 먹고 한 번쯤은 해볼 수 있겠지만 마음이 계속 불안할 것 같네요. 그 불안한 마음을 아이들은 귀신같이 알아차릴 테고요. T_T

추신 4. 학원을 열심히 다니지도 않으면서 부모가 학원을 끊겠다고 하면 부모보다 더 불안해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학원에 중독된 아이들이지요. T_T

이 글을 0명이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