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사람이 있습니다. 아주 오래 알아온 사이는 아니지만, 대학선배이시기도 하고, 그 집 아들이 제 아들 고등학교,대학교(경기과고/서울공대) 직속 후배이기도 하고, 딸도 잘 키워서 연대의대 다닙니다.
어제 한 모임에서 얘기가 나왔는데, 어릴 때는 놀리고 철들면 공부 드라이브를 걸어야한다는 얘기와 일찍부터 공부습관을 잡아 줘야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대부분 그러시듯이 조기교육이라는 단어에 거부감이 있으신지 어릴 때는 놀려야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 될 때, 그분이 끼어들어 얘기합니다.
"나도 한국말도 제대로 못하는데 영어를, 구구단을 외운지 얼마 됐다고 미적분을 공부 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절대 반대이고 ,어릴 때는 잘 놀려야한다는 쪽에 100% 동감한다. 그렇게 잘 놀아야 아이가 공부 할때도 잘하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가 하고 싶은 일만 하게 한다거나, 최대한의 자유를 보장해 주는 것이 잘 놀린다는 것으로 착각하는 부모들이 대부분이다. 그런 것은 방치라는 단어가 더 어울린다. 잘 놀린다는 것이 얼마나 부모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지 아는 사람이면 어릴 때는 놀려야한다는 주장을 함부로 하지 못한다.
잘 놀린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옷장 정리를 하는 데 아들이 나프탈렌을 보고 이게 뭐야라고 묻는다. 약이야 저리가 라는 대답보다는 이건 나프탈렌이라고 부르고 이게 냄새가 나는데 한 번 맡아봐 이 냄새가 벌레를 막아주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작아진 나프탈렌을 보여주면서 이게 시간이 가면 냄새로 다 날라가서 작아져라고 알려주면 나중에 커서 승화라는 개념도 쉽게 이해되고...
비디오 틀어주고, 게임기 손에 잡혀 주고, 컴앞에 한시간만이야라는 으름장 놓으면서 앉혀두고.... 현장학습시킨다고 데려가서 얘들은 애들끼리 어른은 어른끼리 따로 모여 수다떨고.....
이러는 것은 놀리는 것이 아니다. 그건 어릴 때는 놀려야한다는 명분을 내세워서 아이를 방치하는것이다.
나는 아이들에게 공부하라는 얘기를 절대 하지 않았고 아들은 중학2년때까지는 전교 20등내에 들어 본적이 없다. 그냥 아들이 호기심을 갖고 있는물리책들과 실험도구들을 부지런히 챙겨주고 쏟아지는 질문 하나하나에 성의를 다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아들이 갑자기 진심으로 공부하겠다고하더니 전교1등이 되고 경기과고 들어가서 또 서울공대까지 쭉 가더라. 누구다 알다시피 그 때부터 공부해서 성적 역전 이룬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데, 그것이 가능했던것은 어릴 내가 아이를 잘 놀렸기 때문이라고 굳게 믿는다."
신선했습니다.그리고 공감이 갔습니다. 저는 어릴 때 부터 습관을 잡아주어야한다 쪽인데, 이 선배님이 하시는 말씀 겉은 저와 반대의견처럼 보이지만 따지고 보면 잘 놀린다는의미는 잘 준비시킨다는 말과 별반다를바가 없어 보였습니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