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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안중근의 거사는 단순히 힘이 약한 하나의 국가가 잔꾀를 써서 상대방을 쓰러뜨린 것이 아니다. 이건 압제를 당한 국민의 당연하고도 필수적인 저항방식이었다. 안중근은 1909년 10월 26일에,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고 중국 뤼순(여순)감옥에 갇힌 후, 법률 역사상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초고속으로 익년 3월 26일, 6개월만에 형장에서 처형되었다.

안중근은 자기가 이 저격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조목조목 변론했고, 안중근은 평화로운 세상에서 사람을 죽인 살인범죄가 아니라, 전쟁 시에 한 나라의 군인으로서 전쟁업무를 수행한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동남아시아 대부분의 나라가 공동의 적국으로 판단한 일본에 대한 마땅한 응징이었다. 그럼 안중근은 당연히 전쟁포로로 대우 받으며, 충분히 그 사건의 변호와 항소를 했어야만 했다.

그러나 안중근의 재판 법정에는 외국인 기자와 일본인 외에는 한국인의 참석이 불허되었고, 비공개로 이루어졌으며, 신속한 재판진행으로 사형을 선고하고 집행했다. 당시의 정황이 얼마나 편협적이고 편파적이었으면 안중근은 항소조차 염두에 두지 않고 묵묵히 죽음의 길을 걸어갔을 정도이다.

기억해야 할 날은 경축일만이하니라, 죄는 용서하되 그 의도와 잘못된 역사가 반벅되지 않도록 기념하는 날도 포함되어야 한다.

이제 2월 14일은 발렌타인데이가 아닌, 역사현장의 날로 기념해야 한다. 이날 하루라도 내가 할 수 있는 국민의 역할에 대해 고민이라도 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 차원에서 초콜릿을 파는 건 좋으나, 굳이 발렌테인데이를 겨냥해 지나친 고가의 저질상품을 파는 비양심적 마켓팅은 지양되어야 하고, 진짜 기억해야 할 정신적 기치관들을 더 이상 감추거나 호도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므로 대중매체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의식 있는 문화사업이 바람직한 방 향을 찾아야 할 것이다.

우리의 달콤한 하루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쓰디쓰게 덮을 수 있다. 이제 깨어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