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전부터 학생들의 학업부담을 낮춰준다며 수능의 난이도가 점점 낮아지고 있습니다. 시험 난이도 자체를 낮추는 것 뿐 아니라 EBS와의 연계율을 급격히 높인 덕분에 이제는 타고난 학업능력이 부족한 아이들도 학교수업과 EBS 방송만으로 얼마든지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게 되었지요.

그 덕분에 이제는 수능에 막강한 강세를 보이던 특목고의 위세가 사그라들고 일반고에서도 수능 대박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라는 이야까지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매년 수능결과를 보면 위와 같은 기대와 전혀 다르게 특목고 학생들의 초강세는 도무지 꺽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지요.

그렇다면 일반고 학생들도 얼마든지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물수능에서 왜 아직도 이런 결과가 계속되는 것일까요?

이유는 매우 간단합니다. 성적은 시험 난이도 보다 학생의 학습량과 학습 난이도에 더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이지요.

시험 난이도를 낮춰서 학업부담을 줄여준다는 것은 시험 난이도를 낮춤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학습량과 학습 난이도는 낮아지지 않을 것이다 라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시험 난이도가 낮아진다고 해서 학습량과 학습 난이도까지 낮춰버리면 시험 난이도와 학습량, 학습 난이도 사이의 격차는 여전히 동일하기 때문에 시험 난이도를 낮춘 효과가 사라져버리기 때문이지요.

수능 난이도가 꾸준히 낮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당국의 예상과 달리 특목고나 강남 일반고들의 수능강세가 줄어들지 않는 것은 바로 위와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특목고나 강남 일반고는 그 안에서의 경쟁이 워낙 치열합니다. 그렇다 보니 수능이나 교과 과정 난이도 등 그 어떤 난이도를 낮춘다고 할지라도 학습량과 학습 난이도를 줄이지 않지요. 하지만 순진한 강북이나 지방 일반고 학생들은 정부 정책을 자기 편한대로 해석해서 학습량과 학습 난이도를 마음대로 낮췄다가 날벼락을 맞고있는 것이지요. 수능의 난이도보다 자기 실력이 더 낮아졌다라는 사실을 수능 시험장에 들어가서야 깨닫게 되면서요.

어설픈 수능 난이도 조절이 순진한 학생/학부모들에게 희망고문만 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도 듭니다. 우리 학생들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막연한 희망이 아니라 더 많은 노력이니까요.

수능 난이도를 낮춰주면 학업부담감이 줄기 때문에 시험 부담도 줄어들고 대학진학도 쉬워질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그래서 수능 난이도를 낮추는 일에 많은 부모님들이 열광하고 계시지요. 이제는 대학가기가 더 쉬워졌다면서요. 그러나 현실은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내신을 절대평가하고 수능도 절대평가한다고 할지라도 입시는 여전히 상대평가입니다. 내가 합격하면 다른 학생이 불합격하게 되고, 다른 학생이 합격하면 내가 불합격할 수 밖에 없는 제로섬게임이지요.

따라서 제로섬 게임이라는 입시의 룰이 바뀌지 않는 한 학습량과 학습 난이도를 함부로 줄이지 마시기 바랍니다. 순진하게 나만 줄였다는 상황이 되어서 여전히 상대평가인 대학입시에서 뒷통수를 맞을 수도 있거든요. 정부는 학생의 실력이 줄어들든 말든 사교육비 절감을 위해 절대적인 학업부담을 낮춰야 하지만, 대학은 사교육비가 많이 들든 말든 상대적으로 더 우수한 학생을 뽑아야 하니까요.

추신 1. 입시는 정부에서 권유하는 학생상과 대학에서 선발하고 싶어하는 학생상 중 어느 쪽에 맞추어 준비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까요? 선발권한을 누가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내가 대학 관계자라면 어떤 학생을 선발할지 객관적으로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머리 속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는 막연한 기대를 지우고 객관적인 시각을 가져보신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금방 방향을 잡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추신 2. 일반고는 수업 분위기가 안 좋아서 공부를 열심히 할 수 없기 때문에 특목고를 따라갈 수 없다고 불평하는 분들이 많이 계신데 특목고는 특수목적고라는 학교의 특성상 전문교과를 80단위 이상 배워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과정이 일반고보다 입시에 훨씬 불리하게 짜여져있지요.

특목고가 입시에 강한 이유는 특목고의 교육과정이 뛰어나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학습량과 학습 난이도가 뛰어나기 때문이거든요. 따라서 수업분위기가 안 좋다는 것을 단점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내신 관리가 쉽다라는 장점으로 활용하며, 일반고에서 특목고 학생들처럼 공부한다면 대학진학은 더 수월해질 수도 있습니다. 일반고가 공부할 분위기가 못 된다면, 특목고는 입시에 불필요한 공부를 과도하게 시키는 학교니까요.

즉, 어느 학교냐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얼마나 공부하냐 입니다. 단점이 없는 학교는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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