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시험이 끝난 후 집에 와서 하는 말 중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다 아는 문제인데 실수로 틀렸다."

자신은 다 알고있지만 실수로 틀렸다고 주장하는 것이고, 부모님은 이런 말을 들으면 너는 머리는 좋은데 꼼꼼하지 못해서 탈이라며 다음부터는 실수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고 넘어가시는데 이런 경우 정확히 어떤 상황인지 꼭 확인해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가 꼼꼼하지 못해서 정말 실수로 틀린 것일 수도 있지만 부모님께 덜 혼나기 위해 변명으로 둘러댄 말일 수도 있거든요. 몰라서 틀렸다고 하면 평소에 공부태도가 나뻐서 그렇다느니, 그동안 쓴 학원비가 아깝다느니 하며 과거에 있었던 온갖 일들까지 끄집어내져서 융단폭격을 받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아이들이 아는 문제인데도 틀렸다고 하는 경우를 보면 의외로 아이가 문제 자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는 아이의 문제 풀이능력이 부족해서라기 보다 문장 이해력이 부족해서 발생하는 경우인데, 이런 현상이 요즘 우리 아이들에게서 많이 발생하고 있지요. 문장이해력 증진에 꼭 필요한 절대독서량이 부족하다 보니 출제자가 무엇을 묻고자 하는지 출제의도 자체를 제대로 파악해내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웹툰이나 인터넷소설 등 짧고 직설적인 문장들에 너무 익숙해지다 보니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며 행간의 의미를 찾는 연습이 부족한 아이들이 매우 많습니다.)

학교나 학원에서 문제를 풀 때는 선생님이 출제의도를 자세히 설명해 주시니까 다 아는 것 같지만 본인이 직접 풀어야할 때는 출제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서 난관에 봉착하는 것이지요. 직접 고민하며 문제를 해석해 본 경험이 많지 않으니까요. 과거에 비해 교재나 교수법이 너무 좋아지다 보니 우리 아이들이 너무 친절하게 교육을 받게되어 학생 스스로 출제의도를 파악해 내는 능력이 부족하게 된 것입니다. 흰쌀밥만 먹은 아이들이 잡곡밥을 먹으면 소화를 잘 못해내는 것처럼요.

그렇기 때문에 아이가 아는 문제인데 실수로 틀렸다고 이야기 할 때는 정말 실수로 틀린 것인지,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틀린 것인지, 출제의도를 파악해 내지 못해서 틀린 것인지 명확히 파악해 보시기 바랍니다. 정확한 처방을 위해서는 정확한 증상파악이 선행되어야 하거든요.

그리고 아이가 문제의 출제의도를 제대로 파악해내지 못해서 틀렸다면 아이의 문장이해력 및 독서능력이 부족한 것이므로 영어, 수학 못지않게 독서지도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해 주시기 바랍니다.

성적이 좋지 못한 아이들의 경우 문장이해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으며, 이러한 현상을 방치해 둘 경우 지문의 길이가 길어지고 사고력이 많이 요구되는 수학능력시험에서 절대로 좋은 성적을 받을 수가 없거든요. 내신시험도 수능형으로 출제하는 고등학교들이 늘어나고 있다 보니 고등학교 내신관리도 어려워지고요.

따라서 아이가 아는 문제를 자꾸 틀려오거나 공부를 열심히 하는데도 불구하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성적이 떨어진다면 아이의 문장이해력을 꼭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어릴 적에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준 후 내용을 물어보는 식으로 이해력을 확인했던 것처럼, 아이들에게 문제의 출제의도를 물어보시는 방식으로 문장이해력을 확인해보시면 됩니다.

추신 1. 아이들이 아는 문제라고 이야기하는 것들 중에는 실제로 알고 있는 문제가 아니라 선행학습을 통해 눈으로 구경한 문제에 불과한 것들도 많이 있습니다. 아는 문제가 아니라 본 문제에 불과한 것인데 아는 문제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이지요. 어설픈 선행학습의 가장 대표적인 부작용이 바로 이것입니다.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선행학습은 아이들의 학습태도만 망가트릴 뿐이지요.

추신 2.
스홀맘 : 아이가 정말 알고 있는 것인지, 안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인지 어떻게 하면 알 수 있을까요?
캉   쌤 : 빈 종이를 한 장 내밀면서 해당 문제가 묻고자 하는 내용(공식 또는 개념 등)을 종이에 써서 엄마에게 설명해달라고 부탁해보세요. 그걸 설명해준다고 엄마가 이해할 수 있겠냐고 타박한다면 모르는 사람을 이해시킬 수 있어야 설명이지 아는 사람한테 이야기하면 그게 설명이겠냐고 말씀하시면서요. 그래서 아이가 종이에 써가며 그럴듯하게 설명해내지 못한다면 그냥 눈으로 한 번 본 문제에 불과하거나 개념을 체계적으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아이가 종이에 써가며 설명을 하는 과정에서 아이 스스로도 많은 공부가 될 것입니다. 다른 사람을 가르쳐 주는 것도 좋은 공부법이니까요. 오늘부터 아이에게 이것도 이해 못하냐며 구박 좀 받아보세요. 엄마의 자존심은 상하겠지만 아이가 설명하는 과정을 통해 이해도는 물론이고 자신감도 쑥쑥 올라갈 겁니다. 어릴 적에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달라며 한글 공부를 시킨 것처럼요. ^^

이 글을 72명이 좋아합니다.

내사랑꽁스,앤슬리,짱이마미,포포사랑,연년생마미,꿈이룰맘,싱이싱미맘,river0,오도리될뻔,세에라,프랑켄슈타인,햇살2,황금두꺼비,서영진맘,빛이되고픈맘,쌍둥쪼미,준이마미,초롱이셋,오나의사랑,깨진유리,여우속눈썹,허강우맘,hohi,봄꽃찬란히,햇살머금,여유마미,천호동,신뚱맘,빠람빠람,smarti,별이좋아,민지파더,리즈liz,edi274,까꿍씨,유쾌오드리,꿀단지엄마님,원투원,인서올,한수맘,내업보,테라칸,나도깨비,곰지엄마,z00,apollo,아이친구,은승파파,풀무지,sombre,재근재석맘,짝한사람,오페라홀릭,콩색씨,mks319,sunnyb,따시기맘,중심을잡자,현희맘,민호홀릭,토끼돼지맘,엘리자베스쫑,씨월드고,값진진주,막내별,서일서일,똥글이맘,정든님,조마인,소엽풍난,실내천,리사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