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은 다음주 화요일이지만 우리는 주말이 아니면 내려오기 힘든 시동생네 때문에 내일

시골에서 어버이날행사(?)를 치른답니다.

아버님은 예전에는 동서와 나를 "큰 매누리" "작은 매누리" 이렇게 호칭하셨었는데,

지금은 이름으로 XX야, TT야~ 부르신답니다.

동넷분들이 며느리들 이름을 막 불러대냐고 하면 아버지가 딸래미들 이름 부르는게 잘못되었냐고 하십니다.

남편이 열받게 할때 어머님 휴대폰으로 전화해서 미주알고주알 일러바쳐서 고부간에 아들+남편 뒷담합니다.

우리가 처음부터 이렇게 평화로운 가족은 아니었답니다.

아버님은 완전 가부장적이고 독불장군의 극치를 달렸다 할까요?

며느리들한테 바라는걸 일일이 다 들어드릴수가 없었고 우리로서도 아버님이 무섭고 어렵기만 해서

근처만 가도 입이 조개처럼 딱 붙어서 떨어지질 않고 명절에 시댁에 있노라면 없던 우울증도 생길것 같았답니다.

최악의 상황도 몇번이나 있었지요.

아버님은 아들 며느리 없는셈 칠테니 전화도 하지말고 오지도 말라고 하시고

나는 이렇게 스트레스 받아가며 살아야 하나 극단적인 생각도 여러번 했었답니다.

아들이 6살 되었을때 제가 난치병에 걸렸습니다.

한달에 두번씩 꼬박꼬박 검사와 치료를 받아야 했는데 와중에 딸을 가졌습니다.

의사는  아기를 포기해야 한다고 하더라구요.

아들 낳고 몇년간이나 둘째 소식이 없어서 거의 포기하고 있다가 아이가 생겼는데 도저히 포기할수 없더라구요.

남편도 의사도 안된다고 설득했지만 똥배짱으로 버텼답니다.

살얼음을 걷는 것 같은 임신기간동안 위기가 몇번 있었고 남편이 시댁에 알리고 말았습니다.

아버님이 엄청 충격을 받으셔서 그때부터 저에 대한 욕심, 불만을 몽땅 내려놓으시고는

다른거 다 필요없고 오로지 살아서 가정만 유지하고 살면 된다는 모드로? 돌아서셨어요.

시할머님이 병으로 일찍 돌아가시고 계모를 맞았던 상처가 있으셔서 그런지 저는 완전 자유(?)가 되었답니다.

아버님이 스트레스를 주지 않으시니 저도 아버님에 대한 원망이 없어졌고 차츰차츰 소원했던 관계가

나아졌답니다.

아버님이 동서와 저를 "매누리"에서 "딸"로 우리들이 "시아버지"를 "아버지"로 받아들여서

가정의 평화가 온건 서로가 조금씩 양보를 했기 때문입니다.

계기가 건강하질 못해서 좀 그렇긴 하지만,

제가 건강하고 불화인것 보다는 좀 아파도 화목한게 나은것 같아요.

물론 건강하면서 화목한게 제일 좋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