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들은 얘기인데 첫 딸이 중학교 3학년입니다.

학원 끝나고 셔틀버스로 아파트에 내리면 밤 11시쯤 된답니다.

딸이 올 시간쯤에 현관문을 열어두는데 요즘 며칠은 더워서 복도를 죽 훑어보면 현관문을 절반쯤

열어놓은 집이 2~3군데 있대요.

딸이 올 시간쯤 되었을때 저 복도 끝에서 엄마~엄마~ 다급하게 외치는 소리가 들리고

곧 이어서 쾅쾅쾅 하는 소리가 들리더랍니다.

문 밖으로 나가니 딸이 눈물을 흘리면서 달려와 푹 안겼대요.

엘리베이터 같이 탄 남자에게서 불안한 낌새를 느꼈는데 엘리베이터를 내려서도 자기를 따라오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겁 먹고 엄마를 부르며 무작정 달리는데 문을 열어놓았던 집에서 하나같이

문을 닫아버리더라는....

그 말 듣고 가슴이 벌렁거려서 미치는줄 알았답니다.

그런 비슷한 사례를 인터넷에서 본 적이 있는데요, 그걸 내 가까운 사람이 직접 겪었다니

놀랍습니다.

앳된 여학생이 다급하게 소리를 치면 나와서 살펴봄직도 한데 그냥 문을 닫아버리다니.

뭐 귀찮은 일에 휘말리기라도 할까봐서 그랬겠죠?

저도 옛~날 직장생활 할때 야근하고 늦은 시간에 귀가할때 골목길에서 한참 저를 따라오는 남자가

있더라구요. 그때는 지금보다는 덜~ 흉흉한 세상이었지만 무섭더라구요.

모퉁이를 도는데 대문이 빼꼼 열린 집이 있기에 무작정 들어섰습니다.

주인으로 보이는 아줌마가 누구냐고 해서 사실은 이렇다 저렇다 사정을 설명했죠.

전 아줌마가 놀랐겠다며 조금 피해있다가 나가라고 할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대뜸 눈을 치켜뜨면서 당장 나가라고 하더군요.

재수없다던가? 하면서..

그집에서 쫓겨 나와서 보니 저를 따라온다 생각했던 남자는 그저 자기 갈길 가던 사람이었는지

벌써 사라지고 없더라구요.

집에 가서 엄마에게 그 말을 했더니 엄마가 완전 흥분해서 그집이 어디냐고 당장 같이 가자고

난리가 나서 극구 말렸는데도 불구하고 기어이 그집을 가서 그 주인 아줌마한테

따졌답니다.

당신은 딸 안키우냐고, 딸이 없다해도 그런 상황에 어떻게 바로 내쫓을수 있냐고

만약 내 딸이 사고를 당했다면 당신이 책임질거냐고..

엄마가 워낙 흥분했던지라 초큼 억지를 쓰기도 하셨지만 ...

그때부터 세상은 이미 야박했던 거네요.

웬지 씁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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