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에 열공님 글 보고 나니 옛 일이 떠오르네요.

저에겐 20살,16살 차이나는 두 언니들이 있어요.

아버지의 딸 사랑은 남달라서 언니들이 회사 다니는 것 외에 집안일은 아무것도 할줄 몰랐답니다.

언니들 출근준비할때 구두 싹 닦아서 현관에 내놓고 퇴근할때면 언니들 자는 방 싹싹 쓸고 닦아서

그저 이불만 펴면 되게끔 만반의 준비를 해놓으셨습니다.

엄마가 시집보낼때 되어가는데 음식은 좀 할줄 알아야지 하면서 가르치려고 했는데

아버지가 반대해서 불발~

이유는 : 결혼하고 나면 하기 싫어도 해야 되는 일인데 내 품안에 있을때라도 편하게 해주고 싶다...

아버지의 그 사랑이 결국은 언니들을 궁지(?)에 몰아넣게 되어버렸지만요.ㅎㅎ

결국은 정말 하나도 배우지 못한 채 결혼한 두언니~

큰 언니는 결혼 후 첫 김장을 하는데 얼마 후 집에 전화가 왔습니다

"엄마, 김치만들 배추는 아직 많은데 넣을통이 없어요 어떡해"

배추를 소금에 절여야 하는데 그 기본과정을 쏙 빼먹은 것이었어요.

그러니 숨이 죽어야 할 배추가 파릇파릇 하니 잎을 쩍~ 벌리고 있는데 양념만 칠해서 통에 넣으니

두통만 넣어도 꽉 차지 않겠어요?

그래도 큰 언니는 김장은 실패했지만 다른 요리는 요리책 봐가며 얼렁뚱땅 넘어갔더래요.

작은 언니는 첨부터 시댁살이 했는데 결혼하고 2주일쯤 되어서 시아버지께서 삶은달걀이 드시고

싶다 하셨답니다.

모르면 전화해서 물어보기라도 할 것이지, 달걀이 뭔 시금치라도 되는 냥

팔팔 끓는 물에 집어넣어서 30초 정도 데굴데굴 굴리다가 건져냈답니다.

아버님께 갖다드리기 전에 먼저 하나 깨어서 확인했으면 실수를 막을수 있었을텐데 그 똥배짱은

어디서 나왔는지 데친 달걀을 서너개 접시에 담고 시아버지께로 직행.

"하하 고맙다 아가야" 톡톡...퍽~~~~

요고이 대표적인 실수이고 그 외에도 수십가지가 넘는 실수가 있답니다.

언니들의 이야기를 전해듣고 뒷목잡으신 친정 엄마...

비록 니 언니들은 그렇게 되었지만 너만은!! 그런 일이 없게 하겠다...등골섬뜩한 엄마의 다짐.ㅠㅠ

나중에 저의 결혼 날짜가 잡히고 결혼 한달전부터 급하게 신부수업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래서 찌개종류와, 국 종류와, 조림반찬 서너가지, 볶음반찬 서너가지 정도 배웠죠.

당장의 위기는 이걸로 모면(?)하고 나머지는 시댁에서 배워라~ 이렇게 되었습니다.

신혼여행 다녀와서 시댁에 올라가 일주일동안 시댁에서 지내고 ( 그 사이에 시댁풍 반찬 좀 배우고)

집에 들어갈 예정이었는데 시골 밥통이 수동압력밥솥이지 뭐에요.

그 전에는 전기밥솥만 취급해본 저로서는 처음 접해보는 물건이었죠.

시어른들은 새벽 5시면 일어나신다 해서 그 담날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서 남편을 데리고

주방에 들어가 압력밥솥 쌀 앉혀서 물을 어디까지 붓나. 등등등

둘이서 이렇게 하나 저렇게 하나 회의(?)를 해 가며 아침밥 완성. 밥 아래는 조금 탔슴.ㅡ.ㅜ

그런데 사흘째 되는 날 아파트로 가라며 쫓아내시더라구요.;;;

우리는 살금살금 조용히 한다 생각했었는데 어른들은 다 아시고 계셨더라구요.

그 장면을 들키면 내가 무안할까봐서 화장실 가고 싶은것도 참아가면서 방에서 옥살이(?)를

하셨는데 더 이상 불편해서 못 참겠다 하시며 가사 일은 알아서 하라고 하시더라구요.ㅋㅋ

그 뒤로 1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건만 저의 음식솜씨는 아직도 제자리 걸음이네여.

마음먹고 작정하고 열심히 만든 음식은 결과가 별로였던 반면에

허둥지둥 막가파식으로 막 만든 음식은 의외로 평가가 좋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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