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 방치하던 사이트에 들어가니 한 여인으로부터 메세지가 있더군요.

중학교 동창 C.

이 다리 저 다리 건너 건너 저의 홈피를 들어오게 되어 확인차 남긴 내용.

"나 C야. 우리의 피로 얼룩졌던 수학여행을 기억해?"

이걸 보고 바로 빵 터지면서 C라는 것을 알았죠.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초등, 중학생 시절만 해도 수학여행괴담(?)이 있었어요.

자는 친구 얼굴에 절대 낙서하면 안된다, 친구의 영혼이 떠돌아다니다 자기 육체에 왔을때

낙서된 얼굴을 보고 알아보지 못해서 다른데로 가버리면 친구는 그대로 죽게 된다 등등.

중학교 2학년 수학여행 첫날밤, 모텔 방 한칸에 10명씩 배정되었고 취침시간도 훌쩍 넘겨가며

폭풍 수다가 이어졌습니다.

C는 체력이 약한 친구로 눈이 초롱초롱한 친구들을 남겨두고 일찍 잠들었답니다.

잠시 후 검정색매직을 꺼내 든 친구가 C의 얼굴에 화려하게 낙서를 했죠.

귀신 얼굴로 분장시키듯 으시시하게 낙서를 했습니다.

친구들이 "야~ 자는 사람 얼굴에 낙서하면 혼이 못알아본대" "늬들은 그걸 믿냐?"

두 부류로 나누어진 친구들은 옥신각신하다 그 뒤로 괴담메들리가 이어졌답니다.

괴담분위기가 절정에 이르렀을때 친구 한명이 저의 등 뒤를 보더니 꺅!!!!! 비명을 질렀습니다.

일제히 뒤를 돌아본 친구들은 하나같이 아악!!!!! 비명을 지르며 모두 방을 튀어나갔죠.

얼굴에 귀신분장으로 떡칠되어 자고 있던 C가 입에서 피를 질질 흘리며 쓰러져(자고) 있었던거에요.

담이 약한 친구는 복도에 나가자마자 으어엉~~ 울기도 했어요.

불침번 서고 계시던 선생님들과 옆방의 친구들도 우리 소동때문에 복도로 나왔습니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우리 방에 C가 죽었어. 엉엉엉"

난데없는 친구의 사망소식(?)에 아이들은 놀라면서도 방 안을 들여다보길 주저하더군요.

그런데 C가 흐느적흐느적 걸어나오는 겁니다.

우리들 뿐만 아니라 옆방에서 나온 친구들도 비명을 지르고 선생님들조차도 흠칫~ 햇답니다.ㅋㅋ

처녀귀신이 입술에 피를 흘리며 나왔으니..

진짜로 놀라서 기절한 친구도 한명 있었던 걸로~

C가 그당시 입술이 터서 무척 건조한 상태였는데 자다가 손으로 뜯은건지 어쩐건지 모르지만

입술이 찢어져서 피가 나왔던 거에요.  입술표면이 찢어졌는데 피가 그렇게 나오는건 처음 봤어요.;;

귀신얼굴 낙서와 입술의 피, 괴담으로 으스스한 분위기의 조합이 달밤에 코미디로 막을 내렸네요.

C는 자고 있다가 복도에서 뭔가 시끄럽고 웅성거리는 소리에 깨어나 무슨 일인가 하고 나온거였어요.

결과는?

반장이 여선생님 크림 빌려와서 C의 낙서를 지우고 있는 동안 우리방 전체 인원은

엎드려뻗쳐! 기합을 받았어요.ㅜㅜ

이렇게 기막힌 수학여행 하신 분 또 있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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