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크게 한판 해서 완전 꿀꿀합니다,

지금 우리 형편을 부모님께 말하자고 해도(도움 받으려는게 아니고 최소한 손벌리진 말라고)

장남의 체면상 안된다 하고,

지금 가정경제가 파탄이 났고 비상시국으로 살아야 하는데 원래 해오던것 할것은 다해야 겠답니다.

남한테 아쉬운 소리 하는건 자존심 상해 죽어도 못하겠고..

그럼 내 자존심은?

같이 노력해도 뭐할판에 뒷짐 지고 한발 물러서 먼산만 보고 있는 남편은 천상 선비로 살아야 할

운명(?)인가봅니다.

"자기 친구들한테 돈 좀 빌릴데없어?"

이 소리 정말 듣기 짜증납니다.

그러면서 허구헌날 컴퓨터로 자동차 사진만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일이 터지기 전 새차로 바꾸고 싶어했거든요.

오늘도 자동차 들여다보고 있는데 딱 머리뚜껑 열려서 화를 냈더니 사진 보는것도 안되냐고 뭐라 하네요.

그래서 내가 허구헌 날 샤넬, 루이비통 가방사진 같은 것만 들여다보고 있으면 넌 좋겠냐고 했더니

암말 안합니다.

저도 힘들어서 현실을 외면하고 싶을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그런데 서로 힘을 북돋아줘야 할 남편이 더 사기를 꺾으니 정말 콱~

내일 모레 시아버님 생신이에요.

명절땐 명절인사비로 30만원. 원래 다달이 드리는 용돈 30만원 해서 60만원 드렀었고요.

친정엔 원래 드리던 돈보다 50%나 깎아서 드렸습니다.

생신도 원래대로라면 30만원 드립니다.

그런데 버거워서 10만원정도 되는 티셔츠 하나 사드리고 돈은 이번엔 패쓰하자고 했더니

아버님삐치신다고 절대 안된답니다.

그 외에도 줄이려면 줄일수 있는 것들 다 안된다고 해서 그럼 아이들 학원을 다 끊어야겠네.

그랬더니 또 암말 안합니다.

수렁에서벗어나야 자존심도 있는것이죠.

이번일로 정말 실망이 큽니다.

어려울때 버리는건 인간으로서 할짓이 못되구요, 언제가 될지 다시 형편이 돌아오면 이 남자랑

계속 살아야 할지 곰곰히 생각해봐야겠어요.

그리고 사람들도 정말 다양한 타입들이 있더라구요.

지금껏 남편이 사업을 하면서 남의 인건비 결제 미룬적 한번도 없었구요.

고객이 돈을 늦게 줘서 우리 통장의 돈을 먼저 헐어서라도 남줄건 재깍재깍 결제를 해왔어요.

10년이 넘는 세월간 나름대로 신뢰를 쌓아온 사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사정을 솔직히 밝히고 꼭 결제를 다 할테니 좀 기다려주십사고 했는데

우리를 위로하면서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까지도 기다려줄테니 걱정마라는 곳도 있는 반면

집까지 찾아와서 언제까지 줄거냐고 윽박지르고  전화로 육두문자 날리는 사람(벌써 떼먹힌것 처럼)

등등... 돈 앞에서 본성 드러내는 사람들 보니 무섭네요.

남편은 속으로 뭔 생각을 하는지 한숨만 쉬고 있고

저는 마음속으로 살생부(?)를 작성하고있어요.

응지에서 양지로 올라서는날...응징에 들어가리라...ㅋ

사장님 사장님 하면서 주문 좀 많이 넣어달라고 굽신굽신 하던 곳에서 썅소리 날리면서 협박하고..

요즘 정말 값진 인생공부 하고 있어요.

저의 지인들 중에서도 보험계약대출해서 빌려주겠다는 사람, 돈을 빌려줄 형편은 안되지만

자기 가게 명의로 보증이라도 서줄테니 대출받으라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마음만 받고 거절했어요.

진창은 혼자 구르는걸로~) 혹시 손이라도 벌릴까 싶어 잠수타고 생까는 사람 등.

그러면서 제 자신을 돌아봅니다.

내가 아니라 다른 지인이 이런 형편에 처했을때 나는 어뗳게 했을까? 이런거.

진정한 친구는 어려움에 처했을때 가려진다(?) 알아볼수 있다(?) 이런말 있었죠.

비록 지금은 어렵지만 훗날에라도 저도 누군가에게 진정한 친구가 될수 있도록 살아야겠어요.

남편때문에 속상해서 안좋은 생각만 릴레이로 하다가도 그나마 아이들때문에 웃습니다.

딸램이 꼬깃꼬깃하게 모은 돈(세뱃돈 등등) 13만원을 내놓으며 "이걸로 빚 갚고 남은건 엄마 맛있는거 사서 드세요" 하더라구요.

그러자 아들이 자기 방에 후다닥 가더니 다시 나와서는 "야야~ 그거갖고 되겠냐? 이정도는 되야지"

하며서 22만원을 주더군요. 

자식들이 있어서 오늘도 버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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