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휴대폰으로 전화 한통 왔습니다.

액정을 보니 "회장(**맘) " 이라고 뜨더군요.

임원회장이었지요. 그런데 전화 받으니 남자목소리였어요. 회장의 남편이라네요.

"**엄마지요? 한시간 뒤에 학교로 오세요"

자기 할 말만 하고 끊더군요.

혼자 황당해 하다가 한시간 뒤에 학교로 갔어요.

딸램 교실쪽으로 가니 회장과 회장남편 또 한명의 엄마가 있었어요.

회장남편이 우리를 기세등등한 눈으로 쏘아보더니 기다리라고 명령조로 말하고는 교실로 들어갔어요.

아이들에게 큰소리로 윽박지르더군요.

"잘 들어라. 너네들 우리 ** 앞으로 한번만 더 때리고 괴롭히면 경찰서에 쳐넣어버릴거야. 알았어?

아저씨 주변에 경찰들 아주 많아~ 죽을때까지 경찰서 쳐 넣어서 못나오게 만들어준다 알았어?"

그 중에 담이 약한 아이 두어명은 울기까지 했어요.

회장의 딸이 3월부터 특정학생 3명으로부터 계속 괴롭힘을 당해왔다네요.

발로 차이고 뺨 맞고 등등등.

그렇다면 해당학생과 그 학생들의 부모들을 상담실 같은 곳에서 따로 만나 이야기를 해야 하지 않나요?

초등2학년생들에게 경찰서 쳐넣는다고 품위있게 말씀하셔서 애들 모두 겁 먹고 분위기 급 하락.

그나저나 난 왜 오라고 한거야?

잠시 후 그 의문이 풀렸어요.

바로 어제 점심시간에 임원엄마들과 식사를 했거든요.

체육대회와 봄소풍, 어린이날 간식+선물 준비 의논을 위한 첫 모임이었지요.

어제 그 자리에서 회장이 흥분하며 말했었죠.

A. B. C. 세명이 자기 딸을 발로 차고 얼굴을  때려서 얼굴이 퉁퉁 부었다고.

그 세명 중에서 A란 아이는 우리 딸램과 유치원때도 같은 반이었고 1학년때도 같은 반이었어요.

체구가 아주 작고 얌전하고 친구한테 손찌검 할 아이는 아니었지요.(그냥 그동안 제가 옆에서 겪은 느낌이 그랬어요.)

저의 맞은편에 작년 같은 반이었던 엄마가 앉아있었는데 그 엄마가 절보고 "A가 누굴 때리고 할 아이는 아닌것 같았는데 그쵸" 하길래  저도 "그러게요" 이렇게 맞장구를 쳤어요.

우리끼리 조용히 한마디씩 했는데 회장이 바로 옆에 있다보니 들었나보더라구요.

그 소리를 들었다고 한들 우리가 그 애가 절대 그랬을리가 없다고 극구 부인한것도 아니고 좀 의외라는느낌으로 한 말이었어요. 그래서 딱히 미안할것도 없는 상황이었고요.

그런데 회장이 집에 가서 남편한테 일렀나보더라구요.

그자리 그 느낌 그대로 말하지 않고 아무래도 각색(?)을 좀 하며 전한듯...

그래서 저랑 마주보고 이야기했던 엄마랑 호출(?) 한 거더라구요.

할 이야기가 있으니 학교로 와주실수 있느냐 이렇게 정중하게 청해도 올까말까한 판에

명령조로 자기 뜻만 전달하고 끊어버린 무개념한 태도를 속으로 계속 욕하면서 왔는데

아이들한테 하는 태도를 보니 정상적인 예의를 바라기엔 거리가 먼 사람같더군요.

아이들한테 엄포를 놓고 복도로 나오더니 담임선생님한테는 "인쟈(이제) 수업하이소."

황공하옵게도 수업을 윤허하시더니 우리를 보고는 "저 끝에 연구실이 있으니 따라오소"

또 할말만 하고는 휘적휘적 걸어가버리더군요.

회장이란 여자는 남편옆에서 우리를 힐긋힐긋 쳐다보면서 걸어갔구요.

아오..성질 나...

"우리가 저 말에 따를 이유 있어요? 그냥 갈까요?"

"아뇨. 대체 우리를 부른 이유가 뭔지 들어나보고 갑시다"

이래서 연구실까지 따라갔어요.

그리고는 너네들이 뭔데 사람을 거짓말쟁이로 만드느냐, 늬들 자식은 얻어맞고 온적 있느냐,

늬들 일 아니라고 함부로 씨부리지(말하지)마라. 등등 반말과 욕을 섞어서 뭐라 하더라구요.

남편이 삿대질하며 소리칠때 회장이란 여잔 팔짱끼고 옆에서 입을 비죽비죽하고 서 있었구요.

엄마들 중에서 나이도 젤 많으신 분이...하는 행동은 ....-_-

우리가 하는 말은 들으려고도 하지 않고 오로지 자기들 할말만 하더라구요.

아이를 때렸다는 세명의 부모들과는 어제 벌써 한판(?) 치렀었나봐요.

그 사람이 우리에게 막말하는 것을 같이 있던 엄마가 휴대폰으로 다 녹음을 해두었어요.

오후에 딸이 귀가를 하여..친구들은 괜찮으냐고 하니...

"엄마 아무도 ** 옆에 가지도 않으려고 해요, 완전 겁먹었어요"

그 회장 딸이란 아이는 교실에서 오가다가 서로 맞부딪혀도 선생님한테 맞았다고 고자질하고

손가락 끝으로 살짝 찔러도 맞았다고 고자질하는데 오늘 그 아이 아빠가 와서 으름장 놓는 통에

그 아이가 과민하게 고자질 할 거리를 만들지 않으려고 아예 옆에 가지 않는다는 말이었어요.

앞으로는 자기 딸아이 왕따 시켰다고 또 학교로 쳐들어오지나 않을지 걱정이네요.

이 글을 0명이 추천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