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시어머니 생신이라 시골 다녀왔습니다.
형편이 삭막하니 어른 생신도 스트레스거리네요(어머니 죄송해요)
원래 드리던 축하금의 딱 절반 준비해서 올라갔습니다.
아버님이 잘 아는 집에 오리불고기와 장어구이 예약해놓으셨답니다.
실컷 배부를때까지 먹으라며 아버님이 쏘신답니다.
동서는 아버님이 쏘신다니 더 잘 들어갈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었지만 저는 오히려 맘이 편치 않았어요.
하여간 자격지심이란...
괜히 죄송하고 민망하고 떳떳치못한것 같고..
식사가 끝나고 여담이 오가다가 아버님이 한마디 던지시네요.
옆집 아들이 서울 사는데 얼마전에 내려왔었는데 외제차 몰고 왔더라며.
그게 눈에 띄게 요란하지도 않으면서도 세련되고 있어보이더랍니다.
"나도 죽기 전에는 그런 차 한번 타보고 싶구나"
아버님 말씀하신 차 알고보니 1억6천만원짜리 아우디였습니다.
"자식들이 좀 잘 되서 아비한테 그런 차도 딱딱 뽑아주고 하면 을매나 좋을꼬"
그러자 동서가
"어머 그렇죠 아버님, 지금 형님과 아주버님이 형편이 안좋아서 그러긴 힘들죠"
-_- 참 나. 그럼 자기네들은 자식이 아니란 말인가.
얼마 먹지도 않은 장어와 오리불고기가 얹히는 기분이었습니다.
동서와 시동생과 조카가 식당 마당에 매여있는 개 보러 나간 사이에 어머님이
"느그 동서는 보통내기가 아이다. 느그 절대로 쟈들한테 약점 잡히고 살일 만들지 마래이.
느그가 잘 되야 우리도 쟈들앞에서 목에 힘주고 살지, 느그가 이래 짜부려져 있으면 우리도 야코가 죽는다 말이다"
남편은 그저 사람좋게 웃으면서 "형제간에 그런게 어딨어요" 합니다.
내 눈에도 보이고 어른들눈에도 보이는것을 정녕 안보여서 그런건 아니겠지요?
그냥 모르는척 하는거겠지요?
아버님의 외제차 발언은 힘내서 빨리 일어서라는 말일까요?
병주고 약주는 건감,,,? 인간관계 만큼이나 오묘한 아버님 말씀.
격려라면 너무 쎈(?) 느낌같고 정말 바라신다면 너무 하신것 같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