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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 같아.
LV75 cca7
2014-01-13 오후 10:22:37 | 조회 : 2419
초저녁에 친구에게 전화가 걸려 왔어요.
남편때문에 열받아서 점심직후에 집을 나왔는데 갈데가 없어 그냥 혼자 돌아다녔답니다.
몇시간을 혼자 돌아다니니 배가 고픈데 혼자서는 밥을 사먹기 민망하다며 같이 저녁을 먹어줄수 있는지 물어보더군요.
그리고 저한테 하소연도 하고 싶은 눈치였고요.
저는 이미 저녁을 먹었지만 친구를 생각해서 나도아직 안먹었다며 만나자고 했습니다.
친구는 몇달전에 개업했다는 돈가스식당에 가고 싶어했고 도착해서 돈가스 정식을 두개 주문했습니다.
전 그냥 적당한 사이즈의 돈가스가 나올것이라 생각했는데 흐미....
어른 손바닥보다 더 크고 두툼한 돈가스가 두개나 나오지 뭐에요.
친구는 맛있게 잘 먹었지만 저는 이미 배가 부른 상태여서 먹는게 정말 고역이었습니다.
친구 보조 맞춰준다고 열심히 열심히 먹었는데도 온전한 한덩이와 절반의 돈가스가 남았습니다.
친구도 돈가스를 다 먹고 포만감 충만한 상태였고요,
딱 절반 정도만 남았으면 그냥 포기했을텐데 한덩이 반이나 남아서 좀 아깝더라구요.
주인한테 "죄송하지만 남은 돈까스 포장될까요?" 하니 웃으면서 혼쾌히 포장해준다 하더군요.
주인이 포장해준다며 저의 접시를 들고 갔습니다.
그때 옆테이블에서 음식을 먹고 있던 여대생(?)같이 보이는 무리들이 우리를 보며
"완전 거지 같아." 하더군요.
처음엔 설마하니 나를 두고 말한거겠어...했습니다.
"돈가스 얼마나 한다고 찌질하게 남은거 싸간대? 우린 나중에 결혼해도 저렇게 구질구질하게 살지 말자"
"아줌마들이 원래 그렇잖아. 뻔뻔하고 무식하고 공짜 밝히고 싫다~ 진짜"
-_-;;
머리통을 한대씩 쥐어박고 싶은걸 꾹 참았습니다.
저보다 더 열받아서 씩씩거리는 친구를 달래서 밖으로 나오니 길 건너편에 까페bn 가 있더군요.
커피를 받아서 테이블에 앉았다가 친구가 카드에 스탬프 받는거 깜박했다며 카운터에 다시 가서 스탬프를 찍고 왔습니다.
알바 직원이 "공짜에 목숨건다 목숨걸어" 비꼬면서 중얼중얼.
그때 자리가 다 차고 카운터 앞에 있는 자리만 하나 남아있었거든요. 다 들리더라구요.
연타로 열받은 친구가 난리치고 매니저?가 와서 사과하고 한바탕 소동을 겪었네요.
친구는 저 인간들 행태에 비하면 자기 남편은 아무것도 아니라며 셀프로 화를 풀고 돌아갔습니다.
집에 돈가스를 풀어 내놨더니 곰세마리(?)가 기뻐하네요.
아줌마라서 구질구질한건지, 구질구질해서 아줌마인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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