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를 준비하느라 중3때 가입해서 자료를 찾아보던게 생생한데 벌써 대학교 2학년이 되었습니다.
고1,2 때는 그래도 눈팅(죄송!ㅋㅋ)이라도 했는데 고3때부터는 거의 접속도 못했네요.
그래도 계속 메일이 오길래 이렇게 오랜만에 들렀습니다.
부모님께서 대학에 가라, 대학에 가라, 할 때는 사실 잘 몰랐습니다만, 오고 나니까 좀 알 것 같더라고요. 지난 1년동안 배우고 느낀 경험이 18년동안 머리로만 배운 지식보다 훨씬 값지고 귀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사과의 맛을 아무리 실감나게 설명해도 사과를 맛 본 사람만이 그 맛을 알 수 있듯, 대학에 와서 느껴보는 경험은 제가 장황하게 설명해봐야 무익할 게 뻔하니 굳이 언급은 안할게요. 다만 한 가지, 어느 대학에 가든지 간에 다들 느끼고 경험하는 것은 비슷하니 확고한 자기의식이 있다면 대학진학 포기는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대신, 아직 대학 2년차에 불과하지만 몇 가지 조언을 드리겠습니다.
1. 중학생: 외고진학, 신중에 신중을 더하시기 바랍니다.
외고에 나온 친구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다들 한결같이 '차라리 일반고 가는 게 더 나았어.'라고 말하더군요. 외고 나와서 삼수한 사람도 봤습니다. 4~5년 전만 해도 외고가 대학진학의 지름길처럼 보이긴 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그렇지 않습니다. 들어보니 제가 아는 분의 자녀는 중학교 성적이 저보다 훨씬 뒤떨어지는대도 서울권 이름있는 외고에 붙었다고 하더라군요. 왜 그럴까요? 대세가 바뀌고 있다는 뜻입니다. 머리 똑똑한 애들은 피튀기는 경쟁을 하지 않으면서 수업도 빵빵한 명문 일반고에 가고 있습니다. 이제 '모의고사만큼은 잘 나오는' 외고의 명색도 퇴색할 확률이 높습니다. 하지만 명색이 외고인만큼 점수경쟁이 치열할 겁니다. 모의고사나 내신이나 둘 다 떨어질 확률이 농후하다는 이야기지요. '외고에 가는 이유가 무엇인가?' a4용지 한장 꽉채울 정도로 확실하고 구체적이고 명료한 이유가 없다면 차라리 일반고나 자사고 등에 진학하세요. 이제 더 이상 '외고메리트'가 없을 겁니다.
2. 고등학생: 우선순위를 정확히 하시길 바랍니다.
대학에 오면 이점 중 하나가, 시간이 무지하게 많아진다는 겁니다. 그 시간에 연애도 하고 공부도 하고 동아리도 하는 것이지요. 괜히 부모님들이 대학가서 연애하라는 게 아닙니다. 제 시간표를 살짝 공개하자면, 20학점(결코 높은 학점이 아니지만 낮은 학점도 아닙니다.)을 듣는데 보통 10시~11시 내외에 등교해서 이르면 1시 전에, 늦어도 5시 전에 끝납니다. 고등학교 수업이랑은 차원이 다르죠. 따라서 고등학교 때와는 달리 정말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즉, 우선순위가 더이상 공부가 아니란 뜻입니다.
물론 고등학교 때도 연애나 동아리, 취미활동 등을 우선순위로 매길 수는 있습니다. 이것도 결코 나쁜 게 아니에요. (고등학교 3년 내내 연애하면서 오히려 내적성장까지 이뤄서 성균관대 글로벌경영학과 간 친구도 봤습니다.) 다만 기회비용을 따지면서 어떤 게 우선순위가 되어야하는지 스스로 고민해보길 바랍니다.
3. 한 가지 희망적인, 혹은 희망적이지 않은 이야기.
좋은 대학이 모든 것을 이루어주지는 않습니다. 고등학교 동창들을 만나 이야기해보면, 다들 비슷합니다. 1학기 때는 마냥 즐겁게 술마시고 동아리하고 연애도 즐기면서 놀다가, 여름방학도 오기 전에 벌써 질려서 인생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하지요. 누군가는 또다른 사람을 찾아 연애하고, 누군가는 또다른 동아리에 들고, 누군가는 편입이나 전과할 공부를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또 반복됩니다. 대학의 보편성이라고나 할까요, 건축학개론이 그렇게 뜰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런 원리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좋은 대학에 갔다고 교만하지 말며, 좋지 못한 대학에 갔다고 절망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진정으로 자기가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을 생각하면서, 그 길을 찾은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하세요. 물론 이정표같은 사람을 따라가진 마세요. 이정표는 길안내 역할만 할 뿐, 목적 그 자체는 아닙니다. 자기가 어디쯤 와있다는 것만 알려줄 뿐이지요. 부디 자기 자신에게 실망하여 극단적인 선택을 취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지금 20살 여러분들은 합격자 아니면 불합격자의 두 세상 중 하나에 속하게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승자는 자만하지 말 것이며, 패자는 절망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20살에 세상이 둘로 달라지는 것을 깨달았다면, 7~8년 후에는 그게 다시 뒤바뀔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20살은 끝이 아니라 시작에 불과하든 것을 잊지 말고, 일찍 출발한다고 반드시 이기는 것이 아니며 늦게 출발한다고 반드시 지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박진영
이만 물러갑니다. 행복하세요! 혹시 또 모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