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만 해도(으, 그렇게 오래 되진 않았습니닼ㅋ) 저는 나름대로 잘나가는 외고를 다녔습니다. 그때나 요즈음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일단 외고에 들어가면 대개 운이 좋은 애들과 머리가 좋은 애들과 열심히 하는 애들이 있습니다. 음 운이 좋은 애들이란... 뭐, 집에 여유가 되서 어릴 적부터 외국에서(주로 영어권) 몇 년 지내도 보고, 성격도 모나지 않아 부모가 원하는 방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공부도 썩 잘해온 케이스를 얘기하는 것 같습니다. 머리가 좋은 애들은 그냥 머리가 좋아 성적이 술술 잘 나오던 애들이고요. 보통은 열심히 학원 돌고, 내신 챙긴다고 독서실에서도 많은 밤을 지내고 했던 마지막 그룹이 가장 다수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저도 마찬가지로 마지막 그룹이었는데요, 대개 외고 초기에 가장 열의에 불타는 그룹도 이 그룹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아 내가 여기까지 왔으니 최대한의 노력으로 최대한의 가능성을 펼쳐 내보이리라!
그게 대부분 그런 식이지만, 어쨌거나 줄은 세워져야 하죠. 그렇게 중간고사를 치르고 하다 보면 바람대로 성적이 나오질 않습니다. 사실 당연한 거지만 여하간 그럼 멘붕인데, 그 와중에 운 좋은 애들은 학원이든 뭐든 돈으로 쳐발라 안 되면 되게 하는 것 같이 보이고, 머리 좋은 애들은 그냥 불공평한 능력의 소유자 처럼 보이게 되는 것 같습니다. 혼란이 와요. 아, 나는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걸까. 성적지상주의을 가장 성공적으로 내면화해서 등수에 목을 매는 것도, 상대적으로 덜 넉넉한 형편에 약간의 불편한 마음을 품는 것도 대개 이 유형입니다. 이 중에서도 시간이 갈수록 초인적인 노력으로 격차를 줄여 가는 쪽과 벌어지는 격차에 점점 멘붕하는 쪽이 있는 것 같습니다. 참 힘들어요, 내가 후자에 속하게 된다면. 그런데 사실 전자에 속한대도 힘듭니다. 여하간 남들은 학교 생활을 나보다 더 많이 '누리고 있다'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거든요. 결론은 여하간 힘듭니다.
그럼 어쩌라는 건지? 사실 뻔한 얘기를 더 늘어놓기밖에 못합니다. 성적이 전부가 아니란 말. 저도 아직 학부생이라 종종 성적 따라 마음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위아래로 출렁대지만, 그래도 성적이 전부가 아닌 게 맞는 것도 같습니다. 물론 '성적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말도 주로 성공한 사람이 하는 입바른 소리인 경우가 많죠. 그렇지만 '어느 정도 이상' 하고 있다라면, 성적이 전부가 아닌 게 거짓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노력으로 뛰어 넘을 수 있는 부분이 있고 아닌 부분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기회가 되면 더 이야기를 해 보겠지마는, 진짜 머리가 좋거나, 진짜 돈 많은 이들은 자기가 스스로 무너지지 않는 한 내 노력으론 못이깁니다. 그렇다면 열심히 노력해서 내가 닿을 수 있는 곳까지 닿았다면 그것을 기뻐하고 스스로에게 상을 주는 게 끝없이 자기를 채찍질하며 내달리는 것보다 훨씬 바람직합니다. 진짜 건덕지가 없다라면, 외고에 와서 이 정도 하고 있다는 것이나마 스스로를 칭찬해줄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거, 절대 작은 거 아닙니다.
욕심은 끝이 없고 비교도 끝이 없어서 자꾸만 나락으로 빠져들게 만듭니다. 여기에서 굳이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여하간 어떤 능력이든 그에 대한 수치화된 증명을 가지려 하는게 요즈음 학생들이 짊어진 압박이자 앓고 있는 병인 것 같은데, 주제넘은 얘기입니다만, 사실 세상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걸 종종 봅니다. 뭐, 고등학교 때 내달리던 쳇바퀴에서 벗어나 보니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되게 어정쩡한 이야기가 되어 버렸는데... 뭐, 딱 쪼개지는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도 흔한 '내가 해봐서 아는데~' 수준의 이야기일 뿐이니 일단은 이 글은 이 정도에서 어설프게 마무리짓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