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 고교입시백서

안녕하세요? <스터디홀릭> 열혈운영자 <강명규쌤>입니다.

 

캉쌤에게 고입관련 개별상담을 요청하시는 분들을 보면 대부분 동일한 특이점을 한 가지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일반고는 절대로 보내고 싶지 않으니, 합격 후 바닥을 깔지라도 학교나 학과에 상관없이 무조건 특목고에 합격할 수 있게 도와달라'라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러한 분들의 또 한 가지 특이점은 특목고 입시에서 불합격하거나 불합격할 것 같은 경우에는 또 다른 특목고를 찾아헤메거나, 전/편입에 대해 문의를 하신다라는 것입니다.

 

이런 분들의 경우 특목고에 대한 맹신과 일반고에 대한 불신이 워낙 크다보니 자녀가 일반고에 진학한다라는 것을 조금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아이가 소년원에 들어간다'라거나 '대학은 이제 물 건너 갔다'라고 생각하시기도 하더군요. (부모의 체면을 구겼다며 특목고 입시에 낙방한 자녀를 원망하시는 분들도 적지 않으시고요. 과연 누구를 위해서 공부를 시키는 것인지... T_T)

 

이런 분들을 접할 때면 참으로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사실... 과거에는 캉쌤도 이런 요구에 응해드렸던 적이 있습니다. 해당 학생이 특목고에 입학해서 바닥을 깔든 말든, 그러다 못 견뎌서 자퇴나 전학을 하든 말든 그것은 저와 전혀 상관없다고 생각했었거든요. 오직 저와 상관있는 것은 제가 합격시킨 합격실적 뿐이고, 그것이 저에게 부와 명예를 가져온다고 생각했었으니까요. (그것이 사교육계에 입문해서 입시지도라는 것을 처음 시작할 때, 선배들이 가장 중요한 교훈이라고 가르쳐줬던 내용입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위와 같은 내용만큼 나쁜 일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특목고가 누구에게나 잘 통하는 만병통치약도 아닐텐데 모든 학생들에게 권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내가 먼저 권한 것이 아니라, 도와달라고 해서 도와준 것 뿐이다 라는 구차한 변명으로 스스로를 포장하면서요.

 

특목고란 우수한 친구들과 함께 우수한 환경에서 우수한 선생님들로부터 수업을 받을 수 있는 학교이기에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해볼만한 좋은 학교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아무리 좋은 약일지라도 개인의 체질에 따라 약이 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맹신은 안 된다라는 것이지요. 원한다고 다 들어갈 수 있는 학교도 아니고요.

 

그렇기 때문에 자녀 스스로 또는 부모님이 자녀의 특목고 진학을 희망하고 있는 경우라면 특목고 진학에 대한 정보수집이나 계획수립 못지 않게 일반고 진학에 대한 정보수집이나 계획수립도 충분히 해두실 필요가 있습니다.

 

막상 알고 봤더니 '우리 아이에게 특목고는 독이였더라' 라는 상황이 발생하거나, 우리 아이가 특목고 입시에서 원하지 않는 결과를 얻게되었을 때의 대안이 구체적으로 필요하다라는 것입니다.

 

불합격을 염두에 두고 일반고 준비까지 한다라는 것은 시간 낭비가 아니냐고요?
차라리 그 시간마져도 특목고 입시 준비를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 않겠냐고요?

 

네. 아이들 입장에서는 특목고 입시준비만 하기에도 바쁜 시간에 일반고 준비를 한다라는 것은 분명히 시간낭비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은 특목고 입시준비에만 최선을 다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도 있지요.

 

그러나 학부모의 입장은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사람의 일이란 어떻게 될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인만큼 부모님들은 대안을 마련해두어야 하는 것이지요. 입시에서 고배를 마시게 될 경우 대부분의 아이들이 순간적으로 패닉 상태에 빠져들게 되는데 이 때 부모님들까지 우왕좌왕 했다가는 일이 걷잡을 수 없게 혼란스러워져 버리거든요. 그렇게 되면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는 굳이 설명드리지 않아도 잘 아실테고요.

 

대입에 실패한 고등학생들이 느끼는 좌절감과 고입에 실패한 중학생들이 느끼는 좌절감은 그 크기가 다릅니다. 그리고 그 좌절감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도 다르고요. (특히, 아이의 의지가 아니라 부모의 의지(세뇌 또는 강요)에 의해 특목고 입시에 도전한 아이들의 경우에는 원하지 않는 결과를 얻게 되었을 때 자신에 대한 좌절감이 부모에 대해 원망으로 표출되며 부모와 자녀 사이의 관계를 멀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녀가 특목고 입시를 준비 중인 학부모님이시라면 특목고 입시정보 수집 및 입시전략 수립 뿐 아니라 일반고 입시정보 수집 및 입시전략도 충분히 마련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혹시라도 원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지나간 일에 미련을 두지 마시고, 아이에게 더 강한 모습을 보이며 그동안 준비해온 대안을 일목요연하고 설득력있게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최소한 아이는 부모의 노력에 감사할 것이고, 잠시간의 탈선(당연히 발생하는 일이니 너무 놀라지도 마시고, 너무 급하게 다시 끌어오려고도 하지 말아주세요)이 있을지라도 큰 무리없이 본 궤도로 다시 돌아올 수 있을 것입니다.

 

특목고 탈락 보다 더 무서운 것은 탈락의 상처로 인한 탈선입니다!! 탈선에 대비해주세요!

 

추신. 대학이 선발하고자 하는 학생은 절대로 특목고 학생이 아닙니다. 그냥 우수한 학생일 뿐입니다. 학생이 우수하냐 그렇지 않느냐가 중요한 것이지, 그 학생이 어느 학교 출신이냐라는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입시란 학생 개개인별로 개별론으로 접근해야지, 학교 단위의 일반론으로 접근하셔서는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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