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를 비롯하여 여러 대학이 수시 합격자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특목고, 자사고는 물론이고 강남 등 학군지를 중심으로 볼멘소리가 들리고 있네요. 예전 사례를 기준으로 안정권이라고 생각됐던 학생들이 대거 탈락했거든요.
어째서 이런 변화가 발생했을까요?
그 시작은 조국 전 장관입니다. 조국 전 장관 자녀 입시와 관련하여 학종에 대한 논란이 일파만파 커졌고, 교육부가 학종 비율이 높은 상위권 대학을 특정감사하는 상황까지 발생했지요. 그것도 수시 입학전형이 한참 진행 중인 시기에요.
학종 논란이 발생한 후 진행된 교육부 특정감사를 대학이 어떻게 받아들였을까요? 아마 학종에서 비교과 반영을 최소화하라는 압력으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대학이 알아서 몸을 사렸겠지요. 괜히 시범케이스로 걸리고 싶지 않았을 테니까요.
그 결과 올해 학종에서는 내신의 영향력이 더 강해졌습니다. 2020학년도 서울대 합격생 배출고등학교가 872개교로 2014학년도에 학생부종합전형을 도입한 이후 가장 많은 고등학교에서 합격생이 배출됐지요. 최근 3년 동안 합격생을 배출하지 못했던 89개 일반고에서도 합격생을 배출했을 정도니까요.
그렇다 보니 이해하기 어려운 합격사례들이 여럿 보고되고 있습니다.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고려대에 불합격한 학생 중 서울대에 합격한 학생이 여럿 보고되고 있거든요. 서울대 일반전형은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지 않아서요.
물론, 대학마다 인재상이 다르기에 고려대에 불합격해도 서울대가 바라는 인재상에 적합하면 서울대에 합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올해 입시결과는 단순히 그렇게 해석하기에 무리가 있을 정도로 이변이 많아 보입니다. 내신이 조금 부족해도 비교과를 통해 기존에 합격했던 사례가 있기에 그 기준을 맞춰 준비했지만 올해에는 불합격한 학생들이 많으니까요.
앞으로 상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정시모집이 확대될 예정입니다. 그러면 상위권 대학 합격생의 출신학교 유형 및 출신지역은 양극화가 심화 될 가능성이 높지요. 수능에 강한 특목고나 자사고는 물론이고, 대치동/목동/중계동/분당/평촌/일산 등 학군지 아이들이 정시에서 강세를 보이게 될 테니까요. 학군지 아이들은 수능에 강할 뿐 아니라 재수를 해서라도 좋은 대학에 가려는 의지가 강해서, 정시가 늘면 재수비율이 높은 학군지 아이들의 실적은 더 상승할 수밖에 없지요. 현역 고3 학생들의 대학진학률 및 수시 실적은 낮아지겠지만요.
이것을 교육부가 예상하지 못할 가능성은 없습니다. 그래서 정시확대를 16개 대학으로 한정했지요. 학생부 전형에서 비교과를 대거 삭제하는 방식으로 특목고/자사고/학군지 아이들의 비교과 강점도 줄여버렸고요. 여기에 더해서 대학에도 무언의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게 되면 수시 학생부 전형은 내신의 영향력 및 지역 분배 효과가 강해지겠지요.
즉, 앞으로 특목고/자사고/학군지 아이들은 수시 학종에서 더 불리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인서울 상위권 대학을 노리는 학군지 아이들은 정시에 집중해보세요. 비학군지 아이들과 내신경쟁하며 스트레스 받는 것보다 수능에 올인하는 편이 훨씬 효과적일 테니까요. 특히, 정시 인원이 확연히 증가하는 서울대와 고려대를 지망하는 학군지 학생이라면 정시에 더 집중하는 게 효과적이지요.
비학군지 학생들은 수시에 집중해보세요. 특히, 서울대는 정치적 이유 및 사회적 이목을 고려하여 수시에서 지역 안배를 더 강화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존의 지역균형선발전형은 물론이고 일반전형에서도 지역 안배를 더 신경 쓰겠지요. 그 결과 기존에 서울대 수시 합격자를 배출하지 못한 학교들도 앞으로는 합격자를 배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백년지대계여야 할 교육정책이 정치적 요인으로 인해 요동치니 머리가 복잡해지네요. 그래서 올해는 특목고, 자사고, 학군지 아이 중 수시 학종 결과에 승복하기 어려운 아이가 많을 거예요. 작년까지라면 충분히 합격했을 스펙의 아이가 내신 때문에 고배를 마신 경우가 많으니까요. 이래서 입시는 끝나기 전까지 아무도 알 수 없다고 하나 봅니다. 좋게 보면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노력해보자’가 되지만 나쁘게 보면 ‘이렇게 일관성없는 깜깜이가 있나’가 되는군요. 에잇!!! 이게 입시냐!!!
추신 1. 앞으로 수시와 정시는 점점 더 자신의 색깔을 강화할 것입니다. 수시는 내신이라는 색을 강화할 테고, 정시는 학력이라는 색을 강화하겠지요. 따라서 우리 아이가 어떤 색을 띄고 있는지 꼼꼼히 관찰해보세요. 정시형 아이라면 학군지로 이사해서 정시를 대비하는 게 좋지만, 수시형 아이라면 고등학교만큼은 탈학군이 효과적일 수 있으니까요.
추신 2. 앞으로 지켜봐야 할 대입의 핵심쟁점은 수능 최저학력기준입니다. 올해부터 연세대도 수시모집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폐지했을 정도로 많은 대학이 이미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없앴거나 완화하는 추세입니다. 수능 최저 폐지 및 완화는 교육부의 권고사항이니까요. 앞으로도 이런 기조가 계속되면 학군지 아이들은 수시모집에서 설 자리가 점점 더 줄어들 거예요.
하지만 수시 학종에서 비교과 적용이 대폭 축소될 예정이기에 수능 최저까지 사라지면 내신만 좋은 아이들이 대거 합격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지요. 이번에 연세대 의대에 수능 3등급 학생이 학종으로 합격한 것처럼요. 이것은 대학도 원하는 방향이 아니에요. 따라서 수능 최저학력 부활 및 강화를 추진하는 대학이 나올 수 있어요. 하지만 정부 정책에 역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과연 가능할지 의문입니다.
만약 수능 최저 부활 및 강화가 이뤄진다면 수시 학종에서도 학군지 아이들이 숨통을 틔우게 될 겁니다. 수능 최저가 비학군지 아이들에게 부담될 정도로 높아진다면 학군지 선호현상은 강화될 수 있고요.
그래서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결과를 유심히 지켜봐야겠습니다. 4월 15일에 진행될 국회의원 선거결과가 4월 말에 발표될 대학 입학요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테니까요.
추신 3. 정시확대가 학군지에 호재가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이 올해 입시부터 벌써 나타나고 있습니다. 따라서 입시정책이 발표될 때는 한 쪽만 보고 판단하지 않도록 조심해야겠습니다.
추신 4. 상담하다 보면 정말 안타까운 아이들이 학군지 2등급대 아이들이에요. 학군지에서 내신 2등급을 받을 정도면 모의고사는 1등급도 받기에 전국 최상위권이라고 할 수 있지요. 하지만 내신으로는 마땅히 지원할 대학이 보이지 않아요. 2등급으로 지원할 수 있는 대학은 눈에 차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학군지 아이들은 애초부터 정시에 집중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이 학군지 아이들이 대입에서 혜택을 받는다고 생각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내신때문에 역차별 받고 있지요. 노력한 만큼 대접받지 못하니까요.
비학군지 엄마들은 학군지 입성을 꿈꾸지만, 학군지 엄마들은 탈학군을 고민합니다. 올해 수시 학종 결과 때문에 탈학군을 고민하는 학군지 엄마들이 더 늘어나겠네요. 학군지 아이들은 내신때문에 피가 마르다 못해 영혼까지 탈탈 털릴 지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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