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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마트에 다녀오다가, 마트 근처 공원에 산책나오신 듯한 할머니께서 제게 말을 거셨습니다.

마트부터 공원을 지나 버스정류장까지 걸어가는 내게 할머님께서도 집까지 가시는 동안 계속 말씀을 하고 싶으신 것 같았습니다. 

원래 과천이 집인데 아파트 재개발공사기간이라 월드컵 아파트쪽에 이사왔다며 전세로 와있는데, 주변환경이고 참 마음에 든다고 하시며.

걱정은 없는 듯 보여 좋아보였습니다.

할머니 : 과천집이며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며 내가 다 장만했어!

            나는 애들 하나도 신경 안쓰게 하고 살아

            늙어서는 돈이 힘이 돼!

나 : 어머! 할머니는 좋으시겠어요.

      할아버지께서 무슨일을 하셨는데요?

할머니 : 팽이. 

나 : 네 팽이요? (하며 팽이를 만들었나보다 했다- 전통 민속팽이 기술 보유자인가!)

할머니 : (항변하는 투로) 놈팽이!

나 : 아! ＾＾

     할머니께서 고생을 많이 하셨겠어요!

할머니 : 육체적으로는 힘들지 않았지만, 머리를 많이 굴려야 했어!

             계주를 해서 돈을 늘렸어.

할머니 : 나는 3남매야.

            몇년 전, 영감죽었을때 땅있는 것 자식 셋이름으로 넘겨주고, 상속세도 내가  다 냈어.

나 : 자식들은 할머니를 위해 뭐 해주세요?

할머니 : 큰아들은 핸드폰비

            딸은 집에 전화비

할머니 : 얼마전 딸이 집 전화비용 많이 나온다고 웃으면서 집에서 전화만 하고 있냐고 해서 마음이 아파서 그 후로는 은행에 가면 5000원어치씩 동전 바꿔다가 집 밖에 공중전화에 가서 전화해.

나 : 어머! 따님 말에 많이 속상하셨군요.

할머니! 그러지 마시고 큰아드님한테 조금쓰나 많이 쓰나 같은 요금인 정액제 휴대폰 비용으로 해달라고 해보세요.

아니면, 집전화 결제를 할머니 이름으로 바꾸시던가요.

집에 전화 놔두고 공중전화쓰면서 전화하는 것을 왜 신경쓰세요?

할머니 : 그냥 산책 나오는셈 치고 공중전화 써.

할머니 : 나는 된장이고 고추장 애들 것 다 담궈줘.

            김치도.

            며칠전에 노량진 수산시장가서 멸치젓 2통 사다 냉장고에 넣어놨어.

나 : 안 힘드세요?

할머니 : 이제는 힘들어.

나 : 힘드시면 안하시면 되잖아요. 이제는 하지마세요.

할머니 : 그동안 해 온거라. 애들은 당연히 해주는 걸로 알아!

            내가 계속하니까 . 내가 힘들지 않아서 하나보다 해.

할머니 : 이제는 허리도 아파서 봐서 이제는 못하겠다고 해야할 것 같아.

할머니 : 일주일에 한 번 우리 막내가 집에와서 자고 가.

            내가 막내 셔츠이고, 바지 사다놨어.

나 : 아드님이 미혼이세요?

할머니 : 아니. 손자가 고2야

나 : 네? 그런데 할머니께서 왜 옷을 사주세요?

할머니 : 나는 막내 옷을 사주고 싶어!

짐이 좀 있어서 나는 택시를 타야했고, 택시가 좀처럼 안오는 바람에 할머니께서는 배웅나온 친정엄마처럼 날 보고 계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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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를 탄 후에도 힘든데도 고추장 된장 담그고 있는 할머니를 안타까워 하자.

기사님 말씀이 한숨을 쉬며, 제 어머니 생각이 나네요.

어머니께서 고추장. 된장을 담은 후, 형수님이 하도 안찾아간 것.

그리고 형수가 그동안 그 고추장. 된장을 버리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많이 속상해서 형수가 버린 것을 어머니께 차마 말은 못하고, 고추장, 된장을 어머니께 담그지 말라고 계속 말했다며 말하더군요.

앞으로 나도 점점 노인이 될 텐데,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 다시금 생각하는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