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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전국의 중고등학교에서 내신시험이 한참 뜨겁게 진행 중이네요. 시험을 빨리 본 학교들은 벌써 끝난 학교들도 있는데 시험이 끝나면서 아이들의 뜨거웠던 학구열도 급속히 식어가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런데 혹시 이런 사실을 아시나요? ‘등수는 시험이 끝난 후 뒤집힌다’라는 것을요.

시험이 끝났는데 등수가 뒤집힌다니 이게 무슨 소리냐고요? 혹시 불법적인 비리라도 있다는 이야기냐고요?

아니요, 그런 것은 아닙니다. 이미 시험이 끝났기 때문에 이번 시험의 등수는 뒤집히지 않습니다. 그러나 다음 시험은 이제부터 뒤집히기 시작하지요. 시험등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누적학습량인데 학생들간의 학습량 차이가 가장 극단적으로 벌어지는 시기가 바로 시험이 끝난 직후거든요.

시험기간에는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는 학생을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전교 1등부터 전교 꼴찌까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누구나 시험공부를 열심히 하지요. 부모님들도 아이들 공부에 가장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고요. 그렇기 때문에 시험기간에는 학생들간의 학습량 격차가 크게 발생하지 않습니다. 시험기간이 학생들간의 학습량 격차가 가장 적은 시기이지요.

그러나 시험이 끝난 직후에는 상황이 180도 달라집니다. 시험이 끝나든 말든 상관없이 꾸준히 공부하는 학생들이 있는 반면에 시험이 끝났다며 신나게 놀기 바쁜 학생들도 있지요. 어차피 성적표가 나온 후에는 부모님들의 눈총 때문에 놀기가 어려워지니까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며 죽기살기로 노는 학생들까지 있을 정도니까요. 그렇다 보니 학생들간의 학습량 격차는 시험이 끝난 직후에 가장 크게 벌어집니다. 그리고 그렇게 누적된 누적학습량의 격차가 다음 시험 등수를 좌지우지하게 되지요.

우리 애도 다른 아이들 못지 않게 열심히 공부를 하는데도 등수가 좀처럼 올라가지 않는다고요? 그렇다면 시험이 끝난 직후의 모습을 살펴보세요. 내 아이와 전교1등의 격차는 시험이 끝난 바로 지금 벌어지고 있을테니까요.

추신 1. 우스개 소리로 이런 말이 있습니다. ‘1등은 시험 끝나고 1일 놀고, 10등은 10일 놀고, 30등은 30일 논다’라고요. 우리 아이가 시험이 끝난 후 며칠을 노는지 한 번 지켜봐주세요. 그러면 성적표를 확인하지 않아도 대략 몇 등 정도인지 아실 수 있으실거에요. ^^

추신 2.

시험이 끝나고 나면 아이 등수가 아니라 엄마 속이 뒤집히네요. 시험이 이번만 있는 것이 아닌데 세상 모든 시험이 다 끝난 것처럼 놀고 있는 아이들을 보고 있자면 애들 성적보다 엄마 혈압이 더 빠르게 올라가잖아요. 그래도 심호흡 크게 몇 번 하시고 최대한 감정을 뺀 부드러운 목소리로 아이들과 이야기해주세요. 아이들과의 대화는 내용도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억양이나 감정도 중요한 역할을 하거든요. 아무리 좋은 내용도 감정적으로 내뱉어버리면 아이들은 귀를 막아버리지요.

추신 3.
시험에 대한 감각이 좋은 학생들의 경우 시험범위가 좁은 초/중학교 때는 시험기간에만 잠깐 공부하고도 좋은 등수를 얻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런 학생들의 경우 시험범위가 계속 누적되는 고등학교 때부터 등수가 점점 하락곡선을 그리지요. 어설프게 좋은 머리가 성적을 갉아먹는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어설프게 좋은 머리는 학생들에게 오히려 독이 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공부는 ‘나는 머리가 좋으니 언제든 열심히 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잘 할 수 있어!’라는 근거없는 자신감이 아니라 ‘나는 남들보다 더 뛰어나지 않으니 노력을 더 많이 해야 해!’라는 겸손한 마음을 가질 때 더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공부는 어리석게 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거든요. 느림보 거북이가 발빠른 토끼를 이기고, 어리석은 노인이 산을 옮기는 자세로 공부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방법이지요. 공부는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엉덩이로 하는 것이니까요.

‘너는 머리가 좋은데 공부를 열심히 안 해서 성적이 안 좋을 뿐이야’라는 말은 아이에게 자신감을 주는 말이 아니라 아이를 게으른 토끼로 만드는 말에 불과합니다.

추신 4.
특목고와 일반고의 학력격차가 벌어지는 이유 중 하나도 시험이 끝난 후 학교의 분위기 차이 때문입니다. 특목고 학생들은 시험이 끝나면 동아리 활동하랴, 각종 대회 준비하랴, 소논문 쓰랴 이것 저것 하느라 시험기간 만큼 바쁘게 지내지만 일반고 학생들을 보면 수업시간에 수업 안하고 영화를 보여주는 등 학교가 나서서 놀자판을 깔아주기도 하다 보니 아이들 마음이 헤이해지지요. 그렇게 2주 정도 놀고나면 방학 특강을 들으려고 해도 자세가 흐트러져서 다시 중심을 잡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추신 5.
시험이 끝난 후 공부를 안 하면 책이라도 읽게 해주세요. 특히, 여학생들은 비문학책을 읽도록 권해주시고 남학생들은 뭐라도 좋으니 제발 글씨 좀 읽게 해주세요. 남자 아이들을 보면 독서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서 문장이해력 자체가 부족한 경우가 많더라고요. 개념을 이해하지 못해서 문제를 틀리는 것이 아니라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다 보니 문제가 뭘 물어보는지 몰라서 틀리는 경우가 적지 않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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