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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학원을 다니면서 공부를 잘 할 수 있지?

엄마 품에 있던 아이가 사회의 구성원이 되기까지 부모는 수많은 광고, 정보전에 노출이 되기 시작한다. 좋은 분유, 튼튼한 유모차, 알찬 학습지, 명품학원...카더라 정보를 고급스럽게 덮는 신문까지 어제 오늘이 다르고 새롭다.

커피가 몸에 좋다고 하다가 다음날이면 이를 뒤집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유산소 운동이 좋다고 하다가 체형에 따라 다르다고 나온다. 황금빛 가루를 뿌려대며 광고하던 분유에서 중금속이 검출되고 몇 백만원에 호가하던 유모차의 원가가 밝혀지기도 한다. 정보의 문제가 아니라 정보를 선별하고 받아 들이는 이의 주체적 판단이 강조되는 시대가 되었다.

수많은 공부법들이 판을 치고, 각 성공사례, 유명 학자의 이론들이 변형되고 왜곡된다. 그 왜곡의 정점에는 인간을 보는 아주 단순한 두가지 관점이 도사리고 있다. 돈과 상품이다. 돈을 쏟는 만큼 얻을 수 있는 것이 많다고 입력 시킨다. 인간의 정신과 몸을 구멍뚫린 어묵 정도로 취급한다. 함수 대입하듯 영어가 모자르면 영어를 넣어주고 수학이 부족하면 수학을 넣어 결과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흡수와 내면이라는 힘은 애초에 인간에게 존재하지 않는 다는 듯이.

왜 우리는 이런 수많은 현상에 대해 질문하지 않는가? 비판하지 않고 왜 사고하지 않는가?

피곤해서 어떻게 살아, 그렇게 까다롭게 살다가는 될 것도 안돼. 현실을 봐. 가능하다고 생각해?

품었던 아이가 세상에 나오는 순간 손가락 발가락 다섯 개만 멀쩡해 다오를 걱정했던 그 때의 나는 가장 엄마다운 엄마였다. 태어난 아이의 까만 눈동자를 보며 “넌 반드시 인서울하거라”라고 말했던 부모가 어디에 있으랴. 태초에 부모스러웠고 부모였던 부모력은 어디로 가고 그 부모 안에 사람의 거죽을 벗긴 명품백이 들어 왔다. 명품백이 될 수 없는 조짐이 보니니 넌 쓸모없는 짝뚱이라고. 짝뚱 아들을 가져서, 짝뚱 딸을 가져서 네 부모가 된 것이 너무 속상하고 답답하다고 이런 말을 쉴새없이 돌려서 말을 하고 있어도 나는 나의 부모력을 의심하지 않는다.

아이의 기저귀를 갈아주거나 목욕을 시킨 뒤 파우더를 발라 주었다. 모두가 당연히 발라줘야 하는 수순이라기데 생각없이 발라주다가 어느날 이것이 당연히 바르는 것이 맞는것인가? 라는 의심이 들었다. 뽀송거리는 느낌 때문인까? 냄새 때문인가? 이런 상품이 아이의 자연스런 피부의 숨구멍을 막는 것은 아닐까? 이런 의심은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연속적으로 발생했다.

학습지를 꼭 해야만 할까? 아이의 사고력을 키우는 것은 개념인가 문제인가? 개념은 설명으로 이해가 가능한 것인가, 스스로 습득해야 하는 것인가? 한글을 빨리 깨쳐야 하는가? 서너살에 한글을 빨리 익히는 것이 인지 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맞을까? 영어의 적기, 언어의 적기가 반드시 유아기여야 한다는 설은 어디서 나온 것인가? 학원을 보내야 공부를 잘하게 된다는 사실이 맞을까?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지 않으면 경쟁 사회에서 뒤처진다며 코딩 열풍이 불고 있는 우리 나라를 독일의 industry 4.0은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인간의 정신과 육체에 직결되는 문제에 있어서 ‘다들 하니까’ 라는 생각을 뒤집어 질문 해 보는 것은 매우 필요한 일이었다. 그래서 거꾸로 물어 본다. 학원을 다니고도 어떻게 공부를 잘 할 수 있지? 자기 복습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에 학원과 복습을 어떻게 병행하지?

석면 가루로 만든 파우더라는 뉴스가 나온 것은 이러한 의심을 한 뒤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세계 어떤 연구를 뒤져도 글자를 빨리 익힌 아이가 성공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것이 없었고, 심지어 이기숙 연구는 이른 시기의 글자 교육이 창의성을 저해한다는 결과까지 선보였다. 초등 3학년이 되어 영어를 즐겁게 접하게 되었던 아이는 영어로 공부하는 것을 가장 재밌어 했으며 친구들과 놀이를 통해 융화를 먼저 배운 아이는 경쟁과 긴장보다는 협동의 메시지를 먼저 전했다. 고3이 될 때까지 매달 학원비 대신 아이 앞으로 50만원씩 적금을 들었다.

아이는 늘 나에게 기대 이상이었다. 기대의 최전선이 ‘함께 하는 시간의 소중함’이었기 때문에 아이의 성장 자체가 늘 기대 이상일 수 밖에 없었다. 저녁을 먹으며 열띤 토론을 했고, 해외 여행이 아니어도 산책을 하고 함께 뉴스를 보며 진로를 설계했다. 대화가 아이와 부모 모두를 성장시켰다. 공부를 해야 네가 성공하고 밥벌어 먹고 산다는 현실을 인지시키기 보다 인간은 지식을 만들어 가는 개념체계를 형성할 때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 주었다. 그렇게 하는 공부야 말고 평생학습이고 세상을 이롭게 할 수 있는 공부라고.

같은 방향으로 전력질주를 해야만 뭔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다른 길이 보이지 않는다. 아주 좁은 길목 하나를 두고 다같이 달려 들어 밟히고, 으르렁 거리며, 부모 자식지간이 원수가 되어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들을 불안과 걱정으로 보내야 한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하기 전에 이 또한 의심 해 봐야할 로드맵이다.

학교를 버리고 배낭 여행을 하며 세계 일주를 하고 돌아 올 만큼 배짱이 크지도 못하고 아침 저녁 차량으로 아이를 실어 나를만큼 여유롭지 못했다. 월 백만원 이상의 비용을 감당하며 보내야 하는 대안, 특목 등의 학교 등의 선택 앞에서도 여러 의심과 고민을 함께 했다. 집앞 가까운 곳이 최고라는 억지 교훈을 만들어 위안을 했을지 모르지만 성년이 되어 주민등록증을 발급받는 그 날까지 12년 무참한 경쟁 교육과정에서 아이는 잘 버텨 주었다.

모두가 달리는 길에서 벗어나라고 한다면 어려 울 수 있다. 그러나 잠깐씩 한발을 빼고 내가 지금 이 길을 달려 가는 것이 맞는가를 고민해 보는 것도 새로운 전략일 수 있다. 그 길이 반드시 공부를 포기하라는 뜻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보편적인 아이들이에게 좀 더 필요한 것은 효율적인 적기 교육이라고 자신할 수 있다.

정말 신기하다. 똑같은 사람이 전 세계에 단 한명도 없다. 일란성 쌍둥이 조차, 한배에서 태어난 아이들 조차 똑같은 아이들이 단 한명도 없다.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난 아이들이 아니라 단 한명도 똑같은 아이들이 없다는 사실이 인간을 존엄하게 만든다. 너무나 존엄하기에, 똑같은 인강을 들어도, 하버드 교수가 와서 가르쳐도 그 아이가 갖고 있는 생각과 태도, 마음까지 똑같이 조정하고 스며들게 할 수가 없다. 부모가 정보를 아무리 많이 알고 있어도 그 정보를 전달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아이의 선택이다. 이것이 인간이다. 그래서 자식 키우기가 내 맘같지 않고 누구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

가르치는 방식을 어른이 정할 수는 있어도 배우는 방식은 아이들의 것이다. 그래서 마음대로 재단하고 비난하고 내 애처럼 안되는 다른 아이를 비난하거나 혀를 차서도 안된다. 내가 어떤 아이를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라 원석을 둘러 싸고 있었던 석고를 잘 거둬내 준 정도로 부모의 의무를 다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잡고 있던 손을 놓지는 않되 걸어가는 길은 아이가 선택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