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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클릭! )에서 수능이 절대평가로 전환되면 가장 큰 피해를 볼 수 있는 학교가 지방 공립 일반고가 될 수 있다는 말씀드렸는데, 그 내용을 보면서 다음과 같은 의문이 드신 분들이 계실 겁니다.

‘수능이 절대평가로 전환되면 내신의 영향력이 더 커지기 때문에 내신관리가 쉬운 지방 일반고가 가장 큰 이익을 보는 것 아닐까? 그렇다면 특목고나 자사고 보다 일반고를 가는 것이 좋고, 일반고 중에서도 강남처럼 내신관리가 어려운 학교들은 피하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라고요.

충분히 위와 같은 생각을 하실 수 있습니다. 실제로 대입 수시모집에서는 내신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최근에는 내신관리를 위해 일부로 일반고에 진학하는 학생들도 늘어났고, 대치동 엄마들 사이에서는 탈대치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입의 학생부 전형은 학생부 교과전형과 학생부 종합전형으로 나뉘어 집니다. 그리고 학생부 교과전형은 교과내신을 주된 평가지표로 활용하며 내신성적도 숫자 그대로 정량평가해서 반영하지요. 그렇기 때문에 수능이 절대평가로 전환되서 내신의 영향력이 커지면 학생부 교과 전형에서는 내신관리가 유리한 지방의 일반고가 절대적으로 유리해집니다. 전국에서 공부를 가장 못하는 고등학교라고 할지라도 그 학교에서 내신 1등급을 받으면 민사고, 상산고, 외대부고의 내신 2등급 학생들을 이길 수 있지요. 하지만 지금도 학생부 교과전형 지원자의 대부분은 일반고 학생들이기 때문에 수능이 절대평가로 전환된다고 해도 일반고가 지금보다 더(!) 유리해질 부분은 많지 않습니다. 어차피 학생부 교과전형은 일반고 학생들을 위한 리그인 것이지요.
(물론, 수능이 절대평가로 전환되면 수능 최저등급을 충족시키는 것이 더 수월해지겠지만 최근 입시 기조는 수시에서 수능 최저등급 반영을 완화하거나 없애는 추세이고, 수능이 절대평가로 전환된다면 수능 등급을 받기가 더 쉬워지기 때문에 대학에서도 기준을 올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면에, 학생부 종합전형은 교과내신 뿐 아니라 비교과 활동 등도 함께 반영하는데, 이 때 내신을 임의의 기준을 갖고 정성평가 합니다. 학교별로 차이를 둘 수도 있고, 같은 학교 학생이라도 A와 B 학생의 내신반영을 다르게 할 수도 있지요. 말 그대로 정성평가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학생부 종합전형에서는 특목고 4~5등급 학생이 일반고 1등급 학생을 이기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같은 학교 2등급 학생이 합격하고 1.5등급 학생이 불합격하는 사례도 발생하고요. 내신이 다소 부족해도 학생부 관리가 잘 되어있고 면접을 잘 보면 충분히 뒤집을 수 있지요.
(하지만 말 그대로 뒤집는 것이기 때문에 똑같은 조건이라면 내신이 더 좋은 학생이 유리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다만, 학생부 종합전형에서는 내신이 절대적인 의미를 갖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인서울 주요대학들은 학생부 교과전형 선발비율이 매우 낮다는 것입니다. 학생부 교과전형으로는 학생을 단 한 명도 선발하지 않는 학교들도 있거든요. 학생부 교과전형으로 단 한 명도 선발하지 않는 대표적인 대학이 바로 서울대학교입니다. 서울대학교는 수시모집 인원 전원을 학생부 종합전형으로 선발합니다. 인서울 주요대학들은 내신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내신은 학교간 학력차를 반영하지 못하는 시험이기 때문에 전국단위 평가에서는 공정한 평가요소라고 보기 어려우니까요.

서울대가 내신을 얼마나 신뢰하지 않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바로 수능 최저등급 적용 방식입니다. 서울대학교는 수시모집에서 일반전형과 지역균형선발전형을 운영합니다. 일반전형은 누구나 지원할 수 있는 전형이고, 지역균형선발전형은 교장선생님의 추천을 받아야만 지원할 수 있는 전형이지요. 따라서 겉으로 드러난 지원요건만 보면 일반전형 지원자들보다 지역균형 선발전형 지원자들이 훨씬 우수해 보입니다. 일반전형은 전교 꼴등도 본인이 원하면 얼마든지 지원할 수 있지만, 지균은 학교장 추천을 받아야만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각 학교 문이과 전교1등이 지원하기 때문입니다. 즉, 일반전형보다 지균의 지원자격이 훨씬 까다롭고, 지균 지원자들의 내신이 더 높습니다. 지균 지원자들의 내신은 1.0에 근접할 정도로 거의 완벽한 내신이거든요.

하지만 서울대는 일반전형 지원자들에게는 수능 최저등급을 요구하지 않고, 지균 지원자들에게만 수능 최저등급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일반전형은 내신이 다소 낮더라도 특목고, 자사고, 과학고, 교육특구 일반고 학생들이 지원을 많이 하기 때문에 굳이 수능 최저등급을 요구하면서까지 지원자들의 학력을 평가할 필요가 없지만, 지균은 각 학교 전교 1등이 지원하지만 그 실력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참고로 서울대 지균의 수능 최저등급은 2등급 3과목입니다. 2등급은 전국 11% 안에 들면 받을 수 있는 등급이니까 각 학교 1% 수준인 전교 1등에게 전과목도 아니고 딱 3과목만 전국 11%안에 들어오라는 것은 상당히 쉬운 조건처럼 보이지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지균 지원자의 절반은 2등급 3과목이라는 수능 최저등급을 충족시키지 못해서 불합격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서울대는 물론이고 서울 주요대학들이 내신을 신뢰할 수가 없지요. 그렇다 보니 올해(2018학년도) 대입을 봐도 인서울 주요대학 중 서울대, 연세대, 서강대, 성균관대, 경희대, 건국대, 동국대 등은 학생부 교과전형으로는 학생을 단 한 명도 선발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수능이 절대평가로 전환되면 인서울 주요대학들은 학생부 종합전형 선발비중을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학생부 종합전형에서도 내신의 영향력을 지금보다 낮출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정부에서 가만히 있겠냐고요? 정책적으로 막아버리지 않겠냐고요?

학생부 종합전형에서 내신의 영향력을 낮추는 방법은 매우 간단합니다. 많은 대학들이 학생부 종합전형의 1단계에서 서류 100%(교과+비교과)로 모집정원의 3~5배수를 선발한 이후, 2단계에서 1단계 성적과 면접 점수를 합산하여 최종합격자를 선발하는데 1단계 선발인원을 늘려서 내신 커트라인을 낮추고, 2단계에서 면접 비중을 높이면 내신의 영향력을 크게 낮출 수 있지요. 아예 2단계에서는 1단계 점수를 반영하지 않고 면접만 반영할 수도 있고요. 이미 서울시립대의 경우 2단계에서 1단계 점수를 반영하지 않고 면접만으로 최종합격자를 선발하고 있으니까요.

입시제도가 변화할 때 가장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지역은 전형변화 자체로 피해를 입는 지역이 아니라 변화하는 전형을 따라가기 어려운 지역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가장 피해가 적은 지역과 학교는 변화하는 상황에 가장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곳이지요. 특목고 vs 일반고, 서울 vs 지방, 강남 vs 강북이라는 식의 대결 구조를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학종에 대처할 수 있는 학교, 학부모, 지역인지 여부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3가지를 가장 잘 대응할 수 있는 학교가 바로 수도권에 위치한(이라고 쓰고 대치동과 가까운 이라고 읽음) 특목고, 자사고, 교육특구 아이들이겠지요.

그러면 어느 학교가 제일 뜰 것 같냐고요? (가장 유리해지는 학교가 아니라 가장 대응을 잘 할 것 같은 학교) 개인적으로 용인에 위치한 외대부고라고 생각합니다. 외대부고는 외고로 개교했지만 전국단위 모집을 유지하기 위해 학교유형을 자율형사립고로 전환할 만큼 정부정책에 순응하기 보다 뚫고 나가는 전략을 선택하는 학교니까요. 전국단위 자사고인 만큼 학생들의 실력은 두말할 필요없이 뛰어나고 부모님들의 교육열이나 경제적 지원도 상당하고요. 외대부고 지역전형에 지원자격을 얻기 위해 용인으로 이사하시는 분들도 있을 정도니까요. 게다가 자동차로 분당까지는 30~40분, 대치동까지도 1시간 조금 넘는 정도면 갈 수 있다 보니 사교육 인프라 활용도 가능합니다. 체험활동이나 봉사활동 등을 할 때도 서울의 각종 인프라 활용이 가능하고요. 그래서 대한민국에서 수시와 정시, 문과와 이과, 국내 대학과 해외 대학 모두를 대처할 수 있는 가장 막강한 학교는 외대부고라고 생각합니다. 자율형사립고이기에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권도 갖고 있어서 고교 학점제에도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고요.

그렇다면 어느 학교가 가장 불리해질 것 같냐고요? 아직까지도 정시위주로 입시지도를 하고 있는 지방에 위치한 특목고, 자사고 등 선발형 학교들입니다. 이런 학교들은 체질개선을 하지 않으면 제도변화의 흐름 속에서 뒷쳐질 가능성이 높지요.

따라서 수능 절대평가 전환이라는 제도변화의 득실을 단순히 특목고 vs 일반고, 서울 vs 지방, 강남 vs 강북이라는 식의 2분법적 논리로 보지 마시고 어느 학교와 어느 지역이 제도변화에 가장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부모의 교육열과 경제력, 사교육 환령)과 의지를 갖추었는지 확인하며 고입 전략을 세워보시기 바랍니다. 내가 열심히 하지 않아도 학교나 지역이 열심히 해서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 있는 지역과 학교가 있는 반면에, 내가 열심히 할수록 잘난 척 한다거나 유난을 떤다며 손가락질만 당할 수 있는 지역과 학교도 있으니까요.

추신 1. 많은 중학생 부모님들이 일반고에 가면 내신관리가 쉬울 것이라고 생각십니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특목고로 많이 빠지기 때문에 일반고에 진학하면 중학교 때보다 등급이 상승할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것이지요. 하지만 현실은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특목고로 빠져나가는 내 위의 아이들보다 특성화고로 빠져나가는 내 아래의 아이들이 훨씬 많거든요. 일반고에서 내신관리가 쉽다는 것은 특목고나 자사고보다 상대적으로 쉽다는 것일 뿐 절대적으로 쉽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고등학교에서도 내신성적 좋은 아이들이 다른 실적도 싹쓸이하는 상황은 계속 되기 때문에 자칫하면 교과도 어정쩡, 비교과도 어정쩡한 상황이 될 수도 있습니다.

추신 2.

스홀맘 : 지방 공립 일반고도 체질개선을 하면 학종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일단, 내신관리가 쉬우니까 실적만 쌓으면 되잖아요.

캉쌤 : 지방 공립 일반고들은 내신관리가 수월하다는 장접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들이 순환근무를 하신다는 단점이 있지요. 학종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학교 내에 다양한 동아리와 교내대회 등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데 아무리 좋은 시스템을 갖춘다고 해도 그 시스템을 운영할 선생님들이 매년 20~30%씩 교체되다 보니 시스템이 제대로 운영되기 어렵지요. 게다가 공립학교 선생님들은 학교를 거쳐가는 근무지 중 한 곳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입시실적을 올리는 것이 인사고과에 그 어떤 도움도 되지 않기 때문에 학교의 명예를 드높이려는 마음이 사립고 선생님들에 비해 부족한 편입니다.

추신 3. 스홀이 경제적인 문제로 운영중단의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 글이 도움이 되셨다면 캉쌤에게 커피 한 잔 사신다고 생각하시고 부담가지 않는 선에서 스홀 후원에 참여해주세요. ( ☞ 자세히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