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교사] 자유게시판 (자녀와 ID 공유 금지)

다소 과격한 제목을 붙여 봤습니다.
모두가 믿고 있는 맹모삼천지교
자식 교육을 위해서 이사 정도는 감행해야 진정한 부모인 것처럼 믿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 텐데
맹모삼천지교가 틀렸다고 하다니요.

우선 맹모삼천지교를 간단히 정리하면

맹자가 처음에 무덤가에 살았더니 곡소리를 흉내내고
그 다음엔 저자거리에 살았더니 장사 흉내를 내고
그래서 서당 근처에 살았더니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는
정말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지요.

이 얘기가 나중에 결론에 어떻게 나오는지 읽어주세요~

엄마들의 관심을 두 마디로 정리하자면 [교육]과 [부동산]이라고 할 만큼
이 두 가지를 합친 [학군]이란 것이 최대의 관심사로 떠오릅니다.

그리고 오랜 시간 내려왔던 [맹모삼천지교]와 [학군]이 좋아야 한다는 명제 때문에
부모들은 늘 고민합니다.

실제로 학군 좋은 곳이 그렇지 않은 곳보다 많으니
학군에 대한 열등감을 갖고 사는 사람들이 더 많겠지요.
그리고 자신의 부족함으로 인해 좋은 학군에 가지 못하는 것을 미안해 하며
학교도 가기 전에 실패자로 자책을 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강남 아이들이 대학을 잘 간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기도 하고요.
심지어 뉴스에서는 통계자료를 보여주며 강남에서 서울대를 많이 간다고 하고요.

그러나.....!!!

여기서 좀 더 들여다 봐야할 부분이 있습니다.

각 고등학교 실적은 서울대를 몇 명 보냈느냐로 나옵니다.
올해 기준으로 보면 가장 많이 보내는 서울예고를 제외하면, 외대부고 70명, 민사고 30명등등이 나옵니다.
그리고 내 주위의 고등학교는 등수에도 안나옵니다.
이 수치만 보면 역시 특목고나 자사고를 보내야 서울대를 갈 수 있다는 사실은 하나도 틀려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13개 일반고가 있는 강남구에서 서울대를 135명 보냈다고 하는데
각 학교당 10명은 보냈다고 합니다.
그러나 교육특구 5개구가 아닌 다른 구에서는 서울대가 1명이 나왔다고 합니다.
이미 서울에서 교육특구와 아닌 곳의 편차가 아주 심한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 보면 특목고, 자사고나 강남 일반고 실적이 뛰어나 보입니다.

그런데 제가 사는 H시의 명문 고등학교(일반고)의 서울대 입시 실적을 보면
10명 이상이 나오더라고요.
앞에서 말한 서울의 교육특구가 아닌 다른 구보다는 훨씬 나은 실적입니다.

이렇게 강남구의 일반고등학교와 서울이 아닌 유명한 일반고에서도 비슷한 인원이 나옵니다.

왜 이럴 수 있는지 생각해 보면 간단합니다.

자사고 특목고는 중학교 때 잘하는 애들이 지원을 해서 뽑습니다.
이미 잘하는 애들을 뽑아서 대학을 보내는 것입니다.

우리 동네 H시의 명문 고등학교들은 비평준고등학교라 중학교 때 잘하는 애들이 간 곳입니다.

그러니까 대학교의 입학실적을 내는 학교는 중학교 때 잘 하는 애들이 모인 곳이라는 얘기입니다.

서울대를 잘 보내는 고등학교들의 공통점은 [학군] 보다는 [학생 선발]에 있었다는 것입니다.
강남은 학생들을 학교에서 선발하지 않아도 이미 잘 하는 애들이 모여 있습니다.

여기서 전국 대상으로 모집하는 외대부고, 민사고가 각각 70명, 30명을 보낸다고 하는데요.
도대체 전교생이 몇 명이길래?를 찾아보면
외대부고는 한 학년이 350명이고 민사고는 150명이었습니다.
인원 수는 달라서 순위는 다르지만 1/5 가량이 서울대를 가는 비율은 같았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좋은 고등학교를 간다고 무조건 서울대를 가는 것이 아니라
그 고등학교에서도 최소 1/5안에 들어야 서울대를 갈 수 있다는 것이지요.

왜 이럴까요? 
그것은 바로 내신 때문입니다.
현재 전형 중에 70%를 차지하는 수시는 내신으로 지원하기 때문인 거죠.

그렇다면 여기서 답은 간단합니다.
무조건 좋은 학군을 찾아 이사를 가기 보다는

내 아이가 그곳에서 내신을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몇 등을 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만약에 특목자사고를 가서 1/5를 벗어나면 서울대를 못가는 것이고
실제로도 좋은 고등학교 가서 대학을 더 잘 못 갔다는 케이스도 정말 많습니다.
좋은 고등학교에서 가서 서울대 간 이야기는 해도
좋은 고등학교 가서 기대만큼 대학을 못갔을 때는 얘기하지 않거든요.

그래도 누군가는 그럴지 모릅니다.
그래도 강남으로 가면 분위기는 좋으니 서울대 못가도 최소 인서울은 하지 않겠냐고.
그 말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강남에 살면서 목표를 인서울로 잡는 사람이 있을까요?
만약에 대학을 잘 갈 목적으로 강남으로 왔다면 최소한 sky를 바라보는 것이지요.

그래서 강남에서 재수를 많이 하는 이유는 단순히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자신의 눈높이 보다 좋은 대학을 못가서 하는 이유도 큽니다.

지금 수시에서 내신을 가장 중요하게 보는 만큼 
고등학교 내신은 정말 중요합니다.
물론 내신 포기하고 정시 준비에 올인하는 학생들도 많지만
그건 수시의 70%보다 30%라는 더 좁은 문을 뚫어야 하니까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수시를 실패하면 더 좁은 정시가 기다리고 있다고 하지요 ㅠㅠ

그래서 저는 좋은 학군으로 이사가는 것이 마냥 좋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이유가
일단 금전적으로도 집값이란 것이 한두푼도 아니고 
학군 좋은 곳의 집값은 엄청난 곳이 많아서 
서민으로서는 더 큰 대출을 감수해야하는 것이고
또 그곳에 가서 그 아이들과 경쟁하려면 지금 보다 사교육비는 더 들어갈 것이 뻔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고도 현재보다 내신이 떨어지면(즉 등수가 떨어지면)
엄청난 실패가 될 것입니다.

물론 가서 현재 있는 곳보다 잘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학군 좋은 곳에 간다는 것 그 만큼 잘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뜻이 되는데
지금 성적보다 그 이상을 보증한다면 모를까.......

그렇다면 일단은 지금 있는 곳에서 잘 하는 게 아주 중요합니다.
그래야 이사를 가더라도 기대를 할 수 있으니까요.
학군 좋은 곳으로 가서 내 아이 성적이나 등수가 오른다는 보장이 없는 한
신중하지 않은 이사는 여러 모로 나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맹모삼천지교를 다르게 해석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맹모삼천지교를 조금 더 좋게 해석하자면
맹자 어머니는 맹자가 주변 환경에 영향을 받는 아이란 걸 알고 있어서
(내 아이에 대한 파악이 뛰어나서)
환경을 바꿔주는 현명한 판단을 내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좀 더 다른 적극적 시각으로 해석하자면
맹자가 무덤에 살아 곡소리를 배우기 시작했다면
나중에 삶과 죽음을 연구하는 철학자가 되었을 수도 있고
저자 거리에서 장사를 배웠다면 나중에 대부호가 되었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아니면 어렸을 때부터 무덤과 시장이라는 다양한 환경을 경험해서 뛰어난 학자가 되었다고 볼 수도 있고요.

사람은 주변 환경에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주변 환경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어느 쪽을 택할지는 본인의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