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학부모교실

학부모들과 상담해보면 아직까지는 보통 자녀 두 명 정도는 두는 게 일반적인 것 같다. ‘둘 중에 누가 공부를 더 잘하나요?’ 질문을 한다. 간혹 둘째가 더 잘하는 경우도 있기는 하다. 첫째가 정신 못 차렸을 때 둘째가 나라도 집안을 일으켜 세워야지 하면서 공부하는 경우다. 하지만 대개는 첫째가 잘하게 마련이다.

그러면 또 한번 질문을 한다. ‘왜 첫째는 열심히 하는데 둘째는 첫째 같지 않을까요?’ 하면 대답은 대부분 ‘아무래도 첫째를 더 신경써서 그렇지요’ 라고 대답한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둘째는 신경을 못 써서 공부를 안 하는 것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첫째가 더 공부를 잘하는 것은 첫째가 열심히 해서이다. 그럼 왜 같은 부모의 자녀인데 누구는 안 시켜도 열심히 하고 누구는 시켜도 열심히 하지 않는걸까?

보통 첫째의 경우 어릴 때 보면 둘째 동생이 태어나기 전후로 여러 가지 변화가 있다. 밝고 명랑하던 첫째는 동생이 생기면서 부모님의 사랑이 동생에게 쏠리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러면서 표정도 어두워지고 동생을 못살게 굴기도 한다. 그러다가 나이가 들면 이제는 작전을 바꿔서 부모님 말씀을 잘 들어서 사랑받고자 노력한다. 그 결과가 바로 중고생 시절의 학업 성취도로 연결되는 것이다. 시키는데로 공부 열심히 하는 첫째의 특성은 이런 무의식적인 애정경쟁 과정에서 탄생한다.

반면에 둘째는 첫째의 행동과 반대의 성향을 갖기 쉽다. 그래서 공부만 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들이 많다고 우기는 식이다. 결국 첫째가 둘째보다 공부를 잘하는 것은 중고등학교 때 학업 성취도의 70%이상이 심리적 요인 즉, 마음에서 기인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당연한 일이다. 물론 예외도 많이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결국 같은 부모 밑에서 자라도 형제 중에 한명은 공부를 잘하지만 다른 한명은 못하는 수가 많은 이유는 머리의 차이도 아니고 환경의 차이도 아니다. 바로 마음 자세의 차이에 있는 것이다.

마지막 질문을 한다. ‘첫째와 둘째를 비교하시지는 않나요?’ 은연중에 첫째와 둘째는 항상 비교를 당한다. 그러면 당연히 공부를 덜 잘하는 둘째가 불리하다. 사람은 칭찬을 먹고 자라게 마련이다. 사람은 무시라는 작은 바늘에 찔리는 것이 가장 두려운 법인데 첫째 때문에 비교당하고 무시당하는 둘째의 정서적 상처는 보이지 않게 깊을 수밖에 없다. 이것을 방지하려면 첫째와 둘째를 서로 상관없는 별개로 보는 연습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둘째도 함께 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