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공부비법

■ 내신, 수능, 논구술 그리고 입시제도

 

인생에 있어서 모든 고난이 자취를 감췄을 때를 생각해 보라! 그 이상 삭막한 것이 없으리라. -니체

 

중학교 공부는 현재 진행형의 내신 시험위주로 평가된다. 조금씩 범위를 나눠서 보는 내신시험은 그 학생이 현재 얼마나 공부하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지표다. 그래서 중학교 공부는 특목고를 준비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거의 내신 시험공부에 초점이 맞춰지게 된다. 이 경우 학교 선생님의 수업이 절대적이며 그것만 잘 따라가면 크게 탈이 없다.

 

그러나 고등학교는 다르다. 세 가지 요소가 종합적으로 작용하여 대학 입학을 결정짓는다. 바로 내신+수능+논구술 이다. 이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잘 잡아야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구조다. 그래서 평소에는 수능이나 논구술을 위한 기본 실력을 다져야 한다. 시험 기간이 다가오면 내신에 대비해서 내신 공부도 해야 한다. 내신도 서술형 고사의 비중이나 난이도가 높아져서 만만치는 않다. 결과적으로 고등학교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이런 이중적 구조에 잘 적응하기 위한 계획 세우기와 공부포트폴리오 구성이 정말 중요하다.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해서는 목표로 하는 결과를 얻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뒷장에서 더 자세히 다룬다.

 

재미있는 것은 중학교 내신이 학생의 현재 진행의 결과만 알려주는데 반하여, 고등학교 공부의 세 가지 요소는 학생의 과거+현재+미래를 모두 알려준다는 점이다. 즉, 고등학교 내신 성적은 그 학생의 과거의 기록이다. 고등학교 재학기간 동안 얼마나 성실하게 공부했는지를 알려주는 지표다. 수능시험은 그 학생의 현재의 기록이다. 현재 그 학생이 얼마만큼의 실력을 갖추고 있는지 알려주는 지표다. 물론 명칭은 대학에서의 수학 능력을 평가한다고 되어 있지만 사실 그런 객관식 시험은 대학에서의 수학 능력과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지 불분명하다. 마지막으로 논구술로 대표되는 대학별고사는 그 학생의 미래에 대한 예측을 알려주는 지표다. 글이나 구두로 기술하는 대학별고사야 말로 그 학생이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 어떤 성취도를 올릴지 예측할 수 있는 지표가 된다. 결과적으로 현재의 대학입시 전형요소들은 학생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종합적 판단을 돕는 것들이다.

 

요새 학원가에 유행하는 말 중에 하나가 ‘죽음의 트라이앵글’이다. 2008학년도부터 적용되는 새로운 입시제도에서 내신-수능-논술이 모두 중요해져서 수험생들이 곤란한 지경에 놓였다는 말이라고 한다. 사실 이런 죽음의 트라이앵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내가 속했던 95학년도를 포함한 94~96학년도에도 이런 비슷한 경우였다. 어쩌면 지금보다 더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는 않았다. 그때는 내신과 수능, 논술뿐만 아니라 대학별로 본고사 까지 있었다. 수능이 쉬워지고 한 과목만 잘해도 대학 간다는 말에 공부 안하던 세대들이 이른바 ‘단군이래 최저학력’ 세대라면, 아마 내가 포함되었던 그 시절은 ‘단군이래 최고학력’이 아니었을까 한다. 요새 학생들은 수학의 정석(기본)도 어렵다고 울상이지만 그때는 본고사 때문에 수학의 정석(실력)으로도 부족해서 일본, 미국 수학책까지 봐야 했다. 또, 학력고사의 암기부담은 현격히 줄었지만 거의 새로운 제도였던 도입 초기의 수능은 실체가 아직 모호해서 막연한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유형별 학습이니 하는 것들도 없이 그냥 이해위주의 공부를 하면 된다는 게 전부였다. 사실 그 때에 비하면 현재의 입시 제도는 굉장히 완성도 높은 고차원적인 의도를 반영한다. 그 의도를 굴절시키는 사교육 단체나 기타 이익 집단, 학부모들의 이기주의가 제도를 엉뚱한 방향으로 몰고 가기 때문에 혼란스러울 뿐이다. 따라서 현재의 입시 제도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굉장히 중요하다.

 

 

입시제도에 대한 이해와 전략 준비의 필요성

 

요새는 대학교마다 학과마다 입시에서 전형방식이 다르다. 반영요소의 비율도 제각각이어서 수능 점수 높다고 무조건 합격한다는 보장도 없다. 굉장히 아이러니 하지만 그게 현실이다. 중학교 때는 입시에 대한 이해나 준비 자체가 필요 없다. 그냥 열심히 공부해서 학교시험 잘 보면 그걸로 끝이다. 그러나 고등학교 때는 엄연히 입시를 위해 공부하고 있고, 거기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한다.

 

옛날처럼 단순한 입시제도 하에서는 점수 순으로 줄서서 대학 들어가는 환경이므로 공부만 죽어라 열심히 하면 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최근의 입시제도는 그렇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공부는 당연히 열심히 해야 하고, 더불어 전형방식을 잘 알고 이에 맞는 지원전략을 세우기까지를 요구한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자신이 원하는 대학의 학과에 맞지 않는 전략을 세웠다가는 입시에서 실패할 수 있다. 이것을 생각하면 오히려 지금의 현실은 ‘죽음의 트라이앵글’이 아니라 ‘죽음의 피라미드’라고 해야 마땅하다. 내신-수능-논술 거기에 입시제도 에 대한 준비까지 필요하다. 공부할 시간도 부족한 학생 입장에서 지원 전략까지 연구해야 하니 오죽 고통스럽겠는가!

 

그러나 아무리 힘든 고난 속에서도 다 죽으란 법은 없다. 입시 제도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차근차근 하나씩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 본래 죽음의 트라이앵글이란 말은 삼각형의 조화로움으로부터 출발한다. 세 가지 요소가 모두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어 수험생만 죽을 맛이란 얘기다. 그래서 이걸 어떻게 대비하나 걱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어떤 조화로움을 깨부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바로 부조화라는 바이러스를 침투시키면 된다. 세 가지를 모두 한꺼번에 잡으려고 하니까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는 것이다. 콜럼버스가 달걀을 깨트려서 세웠듯이 조화로운 세 가지 요소도 어느 하나부터 잡아서 해결해보자. 그래서 거기서 생기는 부조화와 빈틈을 이용해서 나머지를 해결하자.

 

그 순서는 다음과 같이 한다. 1.내신 -> 2.수능 -> 3.논술 -> 4.입시제도. 저학년 때는 우선 고민할 시간에 내신 성적을 잘 따자. 특히 중학교 때는 크게 문제되지 않는 서술형 문제 대비를 해두는 것은 나중에 논구술에도 도움이 된다. 학년이 올라가면 수능을 준비한다. 사이사이에 방학 때는 수능과 내신의 차이가 크고 평소에 준비하기 힘든 언어/탐구 영역을 공부해 두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고3직전부터 논술과 입시 제도를 고민하면 된다. 저학년 때부터 이런 저런 얘기에 현혹되고 끌려 다니면서 고민만 하지 말고 내신 시험부터 혼신의 힘을 다해서 공부해보자. 특히 수시에 올인 하는 전략은 삼가는 게 좋다. 수시는 수능등급요건을 꼭 받는다는 보장도 없고 수능등급자격 미달시 충원도 없는데다가 잘못하면 정시 페이스만 놓치게 되기 때문이다.

 

고통스런 현실도 받아들여야 할 때가 있는 것이다.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을 얻기 위해서 말이다. 스스로를 믿고 노력하면 세상에 불가능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