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6학년인 큰아이. 공부를 하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물어보고 저는  제가 아는 선에서 대답을 해줘왔습니다. 특히 수학 문제를 풀 때 아이가 이해를 잘 못 한다 싶으면 여러 번 다른 방식으로 설명하다 제 자신이 자꾸 부아가 나더라구요.  이 정도 수준의 문제도 못 풀어서 어떡하나, 이해력이 부족한 건가. 학교 수업은 잘 따라가고 있나. 다른 애들은 선행을 엄청 한다는데 등등....그래서 비슷한 문제를 연습시키고 못 풀면 또 심각해지고.....아이는 아이대로 자신이 수학을 못 하는 건가 싶어 엄마 눈치를 보고...

4학년인 둘째 녀석에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오늘 배운 부분 문제집 풀라 하고 제가 채점을 하고 틀린 부분을 설명하는데 이 녀석은 자꾸 딴청만 피우고~이 정도도 못 하면 안 된다고 저는 마구 다그치고...

다른 비슷한 유형의 문제를 더 많이 풀리고...그러면 아이는 더 짜증을 내고....

그러더니 이 녀석이 이렇게 말을 하더라구요. (둘째 녀석이라 그런지 더 솔직합니다)

"엄마가 설명해 주면 듣기 싫어. 누나가 설명해주는 게 더 좋아. 엄마는 자꾸 화난 표정을 짓잖아."

그 순간, 충격!!!

아, 난 지금 뭐하고 있지? 왜 아이들이 수학 문제를 푸는데 내가 화를 내고 있지.....

그리고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계속 이렇게 해야 하나......

 이 문제는 내 것이 아니라 아이들 것이다. 그런데 나는 지금 내 문제처럼 심각하게 덤벼들어 아이들이 스스로 고민하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빼앗고 있구나. 그리고 이따금 읽곤 하는 책의 한 페이지가 떠올랐습니다.

출처: 내 인생의 모멘텀 3분 고전 박재희 저/작은 씨앗 (22~23페이지)

도와주는 것이 해가 될 수 있다.

발묘조장(拔苗助長) - [맹자]

"발묘조장이란 말이 있습니다.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억지로 싹을 뽑아서 성장을 도와준다는 뜻입니다. 군주가 백성들을 통치할 때 자신의 생각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간섭과 규제만으로 이끌어나가면 결국엔 백성들의 마음이 떠나가게 될 것이란 경고의 뜻으로 맹자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송나라에 어느 농부가 있었는데 그는 자기 논에 심은 벼의 모가 빨리 자라지 않는 것이 안타까워 매일 논에 나가 모를 바라보았습니다. 매일같이 나가서 지켜봐도 모가 자랄 기미를 보이지 않자 농부는 초조하게 논 주위를 왔다갔다하다가 모들이 자라는 것을 도와줄 방법을 생각하게 되었고, 결국 억지로라도 모가 자랄 수 있도록 자기가 도와주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그리고 논으로 달려가 모를 하나하나 뽑아서 크기를 높게 하였습니다. 금세 모들이 커 있는 것을 보고 그는 아침부터 해가 산에 떨어질 때까지 온 힘을 다하여 모를 뽑는 일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저녁에 집에 돌아가 온 집안 식구들을 모아놓고 자신이 한 일을 자랑하였습니다. 그 말을 들은 아들이 황급히 논으로 달려가 보니, 아니나 다를까 모가 모두 뽑혀져 말라죽어 있었다는 이야기로 모든 일에는 순리가 있으며 그 순리를 거슬러 억지로 조급하게 일을 처리하면 결국 모든 일을 망치게 돌 것이라는 경고입니다. 도울 조(助)에 기를 장(長) 조장(助長)은 자라는 것을 억지로 도와준다는 뜻입니다. 부모님이 자식을 조장하고 있지는 않은지, 사장님이 직원들을 조장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 합니다. 마음이 급한 나머지 억지로 싹을 키우려다 결국 농사를 망친 농부의 이야기를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때로는 스스로 일어날 수 있도록

지켜봐 주는 것도 아름답습니다."

에휴, 마음을 다시 한 번 다잡기 위해 이 긴 글을 직접 타이핑하며 올렸네요^^

그래서 수학 문제집은 어떻게 풀리게 되었냐구요>  ^^

일단 아이들이 학교 진도를 나간 만큼 스스로 풀게 해보고 스스로 답지를 보고 채점하게 한 후

못 풀거나 틀린 문제는 시간을 두고 다시 고민해보게 했습니다.

그렇게 해보니 스스로 해결방법을 찾는 경우도 있고, 도저히  풀지 못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런 경우에는 어느 부분이 왜 안 되는지 더 고민을 해보고  설명해 보게 했습니다. 아이도 저도 정말 못 푸는 문제는 해답지를 보고 같이 고민해보구요. 시간은 더 걸리고, 진도도 느리지만 이제는 수학을 푸는 것이 엄마가 화난 얼굴로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공부라 여기는 듯 합니다. 아직도 앞으로 갈 길은 멀지만 늘 이 말, 발묘조장을 돼새기며 조금씩 조금씩 나아가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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