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교사] 자유게시판 > 교육칼럼
수학이 어려워서 수포자?
2015-05-08 오후 3:53:04 | 조회 : 6047
쉬운 수학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수학교과서가 다시 한번 바뀌려나 봅니다. 지금 교육과정이 시행된지 얼마나 되었다고 다시 바뀌는 모양입니다.(사실 현 중3-2학기 교재는 새과정이 시작되지도 않았지요) 애초 발단은 “너무 많은 수포자” 와 “쉬운 수능”을 이유로 수학과정을 더 쉽게 만들자고 일각에서 요구한 모양인데, 지난 주 초에 수학계에서 발표한 개정시안은 이런 “쉬워지는” 요구와는 달리 “조금 더 어려워지는...” 쪽으로 발표가 되었습니다.
한 쪽에서는(대표적으로 사교육걱정없는 세상 등) 수포자 양산되는 현실을 무시한 처사라고 소리 높이고 있고, 수학계에서는 국가경쟁력 등을 고려하면 수준을 낮출 수 없다고 맞서고 있는 상황입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수학이 지금보다 쉬워진다거나 수학의 학습량을 줄이는 것에 반대입니다.
1. 가장 큰 이유로 얘기되는 수포자 양산문제
현재 공부하고 있는 수학의 난이도가 높아서 수포자들이 생기고 있다는 생각은 잘못된 인식이라고 생각됩니다. 난이도가 쉬워진다고, 근본적으로 “수학공부를 하지 않아서...” 생기는 수포자가 줄어들거나 없어질까요? 어릴 때부터 연산과정도 충실히 하고 꾸준히 생각하며 공부해야 하는 수학을 시험 때만 달랑 공부해서 좋은 점수 받으려고 하니 수포자가 생기는 거지요.
그리고 그런 수포자들을 구제하거나 방지하려면 수학을 어떻게 잘 이해시키고 공부시켜야하는지? 방법을 연구 개발해 내야지, 교육과정을 쉽게 만들면 수포자가 줄어 들것이라는 발상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우리 학교 다닐 때는 국사가 필수였습니다. 외울 것도 많고 어려워서 학생들이 수학만큼 어렵게 느끼는 과목이지요. 그래서 전 학생 필수였던 국사를 서울대 지원하려는 극히 일부 학생들만 배우게 했더니, 일본의 독도 위안부문제,중국의 동북공정에 시달리고 한쪽으로 편향된 대미관 등으로 흔들려서 결국 다시 역사를 전 학생 필수로 컴백시켜야 햇습니다.
2. 문과생들은 대학가서 수학이 필요없으니 수학공부가 필요없다는 인식에도 찬성하지 않습니다.
수학은 고대부터 인류발전에 영향을 끼친 과목입니다. 수학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수학을 공부함으로서 얻을 수 있는 추리력,분석력,논리력등을 생각하면 수학공부가 느슨해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3.과도한 수학공부 때문에 인문학이 소홀해진다고, 수학 난이도를 낮추어주면 그 시간에 인문학 한 권이라도 더 읽을 수 있다는 주장에는 실소만 나옵니다. 그럼 현재 수포자 학생들은 인문학 서적을 달고 사는가보지요? 수학빼고 다른 과목 성적들은 좋은가요? 물론 극히 일부는 수학을 포기한 대신에 다른 과목들을 열심히 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수포자들은 공부 자체를 안 합니다. 그래서 수포자가 된거지요. 그리고 수학에서 길러지는 그런 논리력 ,분석력 등을 갖추지 못한 아이들이 다른 과목에서 좋은 성적을 받는 다는 자체가 어려운일 이기도하지요.
4. 그리고 무엇보다 쉬운 수학을 공부해서는 대학과정을 따라가지 못합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인 수학계에서도 국가경쟁력을 언급하며 난이도 하향을 거부하는 것이고, 언젠가 제 글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는데, 서울대 자연계열/공학계열에 입학할 정도로 일반고교과정을 충실히 이해한 학생들 조차도 너무 쉽게 배운 수학/과학 때문에 전공과목을 쫓아 가지 못하는 학생들이 수두룩합니다.
카이스트에 왜 일반고 학생들의 진출이 늘지 않는지 아시나요? 1학년 때 전공기초로로 배우는 수학을 쫒아 가기 어려운게 큰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카이스트를 선택할 정도로 열심히 고교과정을 보낸 학생들임에도, 카이스트 입학후 과학고 출신들도 허덕이는 수학 난이도에 대부분 나가 떨어지지요. 그들이 공통적으로 내 뱉는 불만사항이 있습니다. “이런 공부가 필요하다면 왜 고교 때 가르치지 않느냐?”
고등학교까지 과정에서 배우는 것들은 일종의 도구학문입니다. 대학에서 전공과정을 수행하기에 필요한 과목들을 배우는 거지요. 그런 전공과목 수행에 필요한 난이도는 가르쳐야 학생들이 대학에서도 순조롭게 공부하고 자신의 꿈을 펼치지 않겠습니까?
어느 분들은 그러시더군요. 그럼 그 어려운 과정을 대학에서 가르치면 되지 않느냐고... 그러면 대학은 전체적으로 가르치는 과정을 늦추어야하고 그만큼 학생들의 사회 진출시기도 늦어질 것이고, 사회적 총비용만 증가하는 결과가 나오게 될뿐입니다. 현실적으로 입시를 앞두고도 수학공부하지않은 학생들이 대학가서 술,담배,미팅등을 하면서 고교때 안했던 어려운 수학과정을 감당해 내리라고 생각되지도 않고요.
흥분되서 제 생각을 두서 없이 썻습니다. 수포자가 걱정되면 그들이 수포자가 되지 않토록 잘 가르치고 공부 열심히 하도록 할 방안을 생각해 내야지, 수학 난이도를 줄여야 수포자가 안 생긴다”는 발상 자체가 어이없어서 글을 쓰게 되네요. 끝
추신 : 쉬운 수학을 주장하는 측에서 “ 중학수학의 도형부분에서 증명과정을 교육과정에서 삭제하라”라고 요구한 것을 보고 도대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인지 더 궁금해 졌습니다. 도대체 도형의 증명없이 어떻게 공식만 외우고 기하공부를 시키겠다는 건지.... 그렇게 공부하니 수학을 포기하게 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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