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아들 이었답니다. 엄마말 잘 듣고, 애교도 많고, 사랑스럽고, 인사성 좋고, 친구 좋아하고 친구에게 싫은 소리 한마디 제대로 안하는... 다만, 또래보다 몸이 왜소하여 감기 등 병치레가 잦고, 직장맘인 본인은 한없이 미안하고 챙겨주지 못해서 죄스러운 느낌까지 들게 만드는... 그런 아들이었답니다.

중학교 올라가서 첫 중간고사를 치른 후 매우 궁금해서 바쁜 직장생활 하루 휴가내고 아들의 중학교 담임선생님을 찾아가 상담했는데, 담임이 얘기하더랍니다.

“왠만하면 얘는 공부시키지 마시고 다른 잘 할 수 있는 뭔가를 찾아 보시지요”

공부를 열심히 시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학원은 꼬박꼬박 보냈는데, 이제 겨우 중1인 아이를 공부 포기시키라는 얘기까지 들어야하다니...

분한마음도 들고 그런데 아들 점수들을 보니 충격적이고....밉지만 그래도 담임선생님이 그렇게까지 얘기하시는 것을 보니 심각하기는 한 것 같아서, 해결책을 찾아야겠기에, 알아보다가 잘 아는 지인 통하여 저에게 상담을 오셨습니다. 그리고 요청하셨습니다. 아이의 현 상황을 아주 솔직하게 얘기해 달라고..

저도 처음 보는 아이의 상황을 척! 알아보는 능력까지는 없기에(사실 대충 상황은 짐작이 갑니다. 이런 아이가 요즈음은 한둘이 아니거든요), 한 2주 정도 제 가까이에서 공부하는 것을 지켜보기로 했는데, 2주 필요없고 한 3일 지나니 확신이 서더군요. 그래서 그 주말에 어머니를 오시게 했더니 아버님까지 같이 오셨길래, 있는 그대로, 적나라하게 그리고 솔직하게 개인적인 의견을 말씀드렸습니다.

1.결론적으로 담임선생님의 조언을 받아 들이시는게 좋겠다고...(어머니, 아버지 확 굳어짐!)

2.아이가 착하고 뭐고 하는 것을 다 떠나서, 학습이 초3-4학년 수준정도에서 멈춰있다고..

3.학습만 멈추어 있는 것이 아니고 그 나이에 해야할 공부를 안해서, 생각하는수준이나 행동 이런 것들이 다 그 수준 초3-4학년에서 멈춰있다고...

4.어릴 때는 똑똑했었고 ,구구단도 엄청 빨리 외웠는지 모르지만(엄마가 그렇다니까..), 이 아이는 학습내용이 어려워지기 시작하는 4학년경 부터는 전혀 공부 자체를 하지 않은 아이라서, 이 아이가 다시 공부를 해서 현 진도를 따라가려면 아이의 큰 결단과 1년 365일 누가 붙어 앉아서 학습관리를 해주어야 할텐데, 아이는 그런 결단과는 거리가 먼 사고수준이고 현실적으로 365일 관리는 불가능한상태이니,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 지금이라도 다른 뭔가를 찾아 보시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나도 강하게 든다고....

초등학교에서 시험이 없어지고, 과도한 선행, 학습부담감, 조기교육등에대한 거부감이 사회적으로 퍼지기 시작하고 아이들의 놀 권리를 강조하기 시작한지 몇 년이 지난 요즈음, 이런 학생들이 엄청나게 빨리 늘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는 중입니다.

맞벌이 가정들이 급증하고 있고, oecd국가중 이혼율 1위 국가이다 보니 한부모 밑에서 자라는 아이들도 많고 ,당연히 경제적인 문제로 가정 육아등은 뒷전으로 밀리기 시작하고, 도대체 언제부터인지 아이가 어릴때는 무조건 마음껏 놀려야 인간이 된다는 논리가 사회를 지배하기 시작하더니 초등때는 전혀 학습에 신경 안쓰는 가정들이 엄청 늘었습니다. 대학은 고등학교 성적으로 가는 것이니 공부는 고등학교 가서 하는 거라고...

캉샘이 얼마전에 올리신 글중에서 인용해봅니다.

“고등학교 때 정신 차리고 공부하면 성적이 오르는 것이 아니라 중학교 때 쌓아놓은 실력이 고등학교 때 결과로 나타나는 것”

“고3학년 상담은 말기암 환자 상담과 같다.”

거기에 덧 붙이고 싶습니다.

통계적으로 고1첫 성적 이후에 등급이 2등급 이상 올라서 고3졸업하는 학생이 대한민국에 오직 2%밖에 없다는 것을 아시나요? 즉98%는 성적 올리기에 실패한다는 거지요.

그러니 중학교때 실력을 쌓으면 될까요? 초등때 마음껏 놀던 아이가 중학교 올라갔으니 요이 땡! 하고 공부 열심히 할까요? 초등 연산을 마음껏 못하는 아이가 중학교 유리수 연산이 가능할까요? 우리 학교 시스템은 이렇게 부진한 아이들에 대한 back up care를 전혀 하지 않고 있고, 아이들의 자존감을 해친다고 못하게 하고 잇습니다. 그냥 모르는 상태 그대로 흘러 가야한다는 얘기지요.

조기교육, 과도한 선행은 관두고라도 왜 이렇게 요즘은 초등생들을 놀려도 너무 놀리시는 분들이 많네요. 성적부진아에서 sky로의 진학을 이룬 화려한 주인공들의 얘기가 매스컴에 자주 등장하지만, 이들이 바로 그 2%의 기적을 이룬 사람들이라는 거지요. 혹시 내 아이도 그 2%가 될 수 있지 않을 까 생각하시는 분들 계시겠지만 묻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실패할 확률 98%인 도박이 있다면 거기에 베팅하시겠어요?

어릴 때 공부 잘 한다고 나중에도 잘하는 것 아닙니다. 성장과정중 변수가 얼마나 많습니까. 하지만 전 경험으로 확신합니다. 서울대, 용인외고, 경기과고에서 보니 그들 대부분은 어릴 때부터 공부 잘 한다는 소리 듣던 아이들입니다. 갑자기 나타난 천재? 전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나 이렇게 잘 놀았어....”라고 얘기하는 그들 일부의 무용담은 지금까지 지내오면서 아주 잠시 한눈 팔았던, 그 위험한 외도의 시기를 재수좋게 또는 본인의 이성적인 슬기로움으로 잘 넘겼다는 안도감의 한 자락일 뿐입니다.

조기 교육, 과도한 선행 등은 불필요하고 소수의 감당할 만한 아이에게 선별적으로 이루어져야하지만, 그 학년 그 나이에 배우고 익히고 읽어야할 것들은 반드시 아이가 공부하게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는 나중에 선택의 기회 조차 갖지 못하게 되지요. 초등시험이 없어지고 나니 편하게 지내시는 분들 너무 많으신데, 초등에서 시험을 안 친다는 것은 아이들의 학습 관리를 학교가 아니고 집에서 부모가 해야한다는...... 공을 가정에 떠 넘긴것이라는 것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요즈음 초딩들 너무 공부 안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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