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는 강남의 한 중학교 2년차 영어교사인데, 올해부터는 대학원 공부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학기말이어서 중학교 기말시험 준비 등으로 바쁜데, 거기에 덧붙여 대학원 첫학기가 마무리되는 요즈음 제출할 리포트 마무리와 presentation(대학원 과제) 준비하느라 딸은 정신 못차리게 바쁜 것 같습니다. 그 중에서 presentatin준비가 아무래도 신경이 더 쓰이는지, “자신의 말로 표현할 수 없으면 모르는 것이다”를 철저히 신봉하는 딸아이는 저나 아내를 앞에 앉혀두고 ,우리가 신경쓰던 말든 간에 주절거리는 것이 요즘 일상입니다. 우리도 딴짓하며 듣다가 그래도 관심있는 대목이 나오면 물어 보기도 하고,그러면 서로 토론 비슷하게 되기도 하고.... 그렇게 알게 된 몇 가지입니다 (특별한 순서나 주제없이 나열).
1.수능영어가 쉬워졌다고 하는 데, 우리 수능 영어 수준은 그렇게 낮지 않다. 미국에서 정규고등학교과정을 수료한 사람들이 읽는 신문인 “시카고트리뷴“의 기사수준이 우리의 수능지문수준이다. 대학을 진학하려는 학생들은 그 정도의 지문은 소화해 낼줄 알아야 대학과정의 원서 해독이 가능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교육계의 주류여서, 앞으로도 이정도 난이도는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미국의 고등학생이 아닌 한국의 고등학생들이 그 정도 난이도 문제임에도 만점자를 비롯하여 고득점자가 많은 것은 우리나라 학생들이 영어를 열심히 공부해서가 아니고, 오직 한가지 ebs 연계 때문이란다. 즉 ebs문제집에서 70%를 출제하다 보니 미리 찍어준 문제 공부하고 시험치는 것과 별반 다름이 없어서 그렇게도 고득점자가 많은 것 뿐이란다.
2.서울대 교수님들 사이에서도 ebs연계에 관하여는 말이 많다고 한다. 사교육비 절감, 공평한 교육기회의 제공.... 등등의 이유에서 수능영어의 ebs연계출제가 불가피함을 잘 알지만,
- 엄연히 교과서가 존재함에도 한 특정 회사의 교재가 교과서를 밀어내고 잇다는 점,
- ebs교재의 충실도 ,완성도 문제,
- 과도한 연계율로 인하여 실질적인 학생들의 영어실력이 왜곡되어 나타난다는 점.......
이런 점들은 우려의 대상이란다.
3.수능영어 지문을 보면 출제유형이 여러 가지이다. 어법문제,빈칸추론 ,주제찾기, 무관한문장 찾기, 순서배열......
무관한 문장 찾기가 제일 어렵다는 조카아이가 지 누나에게(제 딸아이) 물어본다. “누나는 수능에서 어떤 유형이 제일 어려운 것 같애?” 용인외고출신의 딸아이는;
- 난 중학교 교사라서 고등학생들이 요즈음 뭘 제일 어려워하는지 모른다.
- 나 고등학교 때? 글쎄, 나 뿐만 아니고 그 때 내 친구들은 영어 가지고 고민해 본 적이 없어서...
모의고사 영어야 만점은 당연한 것이어서 1문제 틀리면 온 반아이들의 위로를 받고,2개 틀리면 전교에 누구누구가 2개씩이나 틀렸다고 소문이 쫘악 나던 때라서....
이 얘기를 듣다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당시와 요즈음은 외고의 선발방식이 바뀌기도 하였지만, 그래도 현재 외고생들 중의 상위권 대부분은 영어가지고 고민하지 않을 것입니다.
외고는 문닫고 들어가면 안 된다, 들어가서 내신이 상위 30%에는 들어갈 자신이 있으면 외고 보내라.... 등등 말이 많고, 그러면 많은 분들이 이런 질문을 하시더군요. “내 아이가 외고 들어가서 상위 30%에 들어갈 수 있을지 없을지 어찌 예측할수 있겠냐?”고.
다른 과목(특히, 수학)도 중요하지만 딸아이가 겪었던 그 상황도 외고 준비생들에게는 참고가 될 것 같습니다. “영어 가지고 고민해 본 적 없어서...” 여러분도 그렇다면 30%내에 들어 갈 수 있을 가능성이 높겠지요. 외고가면 수학이 중요하다는 얘기의 전제는 “영어는 누구나 다 잘한다”이지요. 그냥 aa11이라고 안심하면 안 됩니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