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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영역 학습법

-대성마이맥 김동욱 선생님

Ⅰ, 2010학년도 수능 언어영역 총평과 이후 전망

 

2010학년도 수능 언어 영역은 한마디로 쉽게 출제되었다. 6월과 9월 수능모의평가 시험이 모두 난이도 있게 출제되어 아마도 어려울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측을 벗어났다. 1등급 컷이 94점이었을 정도로 시험의 난이도가 낮아서 변별력이 떨어지는 부작용도 있었다. 상위권 수험생 중에는 시험 당일 긴장하여 몇 문제를 놓쳤는데, 그로 인해 만족할 만한 점수를 얻지 못한 학생들이 있었다.

1. 듣기와 쓰기, 어휘·어법

듣기와 쓰기, 어휘·어법은 무난하였다. 1번부터 12번 문항까지의 정답률이 모두 80% 안팎일 정도로 쉽게 출제되었다. 특징적인 문항도 찾기 힘들다.

듣기는 어려운 시험에서도 정답률이 80% 정도 되므로 특별히 약하지 않다면 학교에서 치르는 모의고사 등을 통해 연습해 주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쓰기는 정해진 유형에 따라 내용만 바꾸어 출제되고 있으므로, 기출 문제 등을 통해 이러한 유형을 익히고 연습하면 그리 어렵지 않은 부분이다. 자료를 해석하고 도표에서 필요한 정보를 추출하여 문제에 적용시킬 수 있는 능력은 중요하다.

어휘·어법은 지식을 요구하지 않고, 문제와 보기에서 제시된 정보를 추출하여 선지에 적용하는 경향이 굳어진 듯하다. 문제가 요구하는 바를 정확히 파악하고, 어법을 암기할 필요는 없으나 기본적인 용어들(󰃚 어간, 접사, 자립성 등)에 대한 이해는 필요하다.

 

2. 문학

올해 수능에서 나타난 문학에서의 특징은 작품 선정의 기준이 변하였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보통 18종 문학교과서에 수록된 작품이 아닌 것 중에서 기존 출제되었던 지문을 기피하던 경향에서 벗어나서 학교에서 많이 다뤄지고 기존에 나왔던 작품을 다시 출제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현대 소설에서는 2003년에 출제되었던 이문구의 <관촌수필>이, 시나리오에서는 2001년에 현대 소설로 출제되었던 윤흥길의 <장마>가 장르를 달리해서 출제되었고, 고전소설은 비교적 내용이 평이하고 학생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김시습의 <만복사저포기>가 출제되었다. 현대시와 고전시가가 복합으로 출제된 운문에서는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고전시가로 2003년 수능과 2007년 6월 수능모의평가에 출제되었던 <면앙정가>가 다시 출제되었다.

올해는 낯익은 작품들이 대거 출제되었지만 이러한 경향이 지속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낯선 작품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데, 우선은 기본적인 작품을 이해하겠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수업을 들어 수동적으로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읽는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 문학 작품을 수업 시간에 배우기 전에 꼭 먼저 읽어보기를 권한다. ‘이 현대시는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 구절이 도대체 무엇을 뜻하지?’ 이런 질문 후에 스스로 그 대답을 지문 안에서 찾아보자. 설령 100% 맞지 않더라도 그렇게 해 보는 과정이 낯선 문학 작품을 쉽게 읽어내는 능력을 기를 수 있는 방법이다. 그리고 수업을 들으면서 자신이 궁금해 했던 것을 해결해 보자.

 

3. 비문학

문학에 비해 비문학은 상대적으로 어렵게 출제되었다. 2010년 6월과 9월 모의평가에 비해 지문과 문제의 난이도는 훨씬 낮아졌지만, 지문의 내용과 구성이 치밀한 점이나 도표나 그림 등의 시각적 자료를 주고 해석하게 하는 문제 유형은 변하지 않았다. 문제도 단순 내용 일치형의 문제는 사라지고 지문 내용을 바탕으로 창의적으로 새로운 내용을 이끌어 내어야 하는 추론형의 문제와 지문 내용을 보기를 통해 주어진 자료에 적용해야 풀 수 있는 문제들이 출제되었다. 평소 깊이 있는 사고력과 독해력을 키워왔던 학생이라면 오히려 지문이 논리적이고 답이 명쾌하게 떨어지는 것에 쾌감을 느꼈겠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시험장에서 풀리지 않는 문제를 앞에 두고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 앞에 답답해 해야 했을 것이다.

 

학생들에게 비문학 문제풀이를 시켜 보면 시간 단축이라는 명목이나 초조하고 조급한 마음에 지문의 내용을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날림으로 끝까지 읽고 문제부터 푸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비문학 지문에서 문제란 지문의 내용을 변형시켜 확인하는 것에 불과하므로, 지문을 날림으로 읽으면 지문의 내용이 무엇인지 모르므로 문제를 풀기 위해 다시 지문을 봐야 하고 쳇바퀴 돌 듯 다시 지문과 문제 사이를 방황하다가 시간은 허비하고 문제도 틀리게 되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언어 영역은 기본적으로 어떤 글을 읽고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히 파악했는지 테스트하는 시험이다. 내용만 장악이 된다면, 문제 유형은 큰 의미가 없다. 따라서 학생들은 차분히 스스로의 힘으로 생각하며 지문을 완전히 장악하여 내 것으로 만드는 훈련을 계속하여야 할 것이다.

 

 

Ⅱ. 언어 영역 학습법

 

 

1. 학습의 대원칙 - 언어 영역은 지문을 통해 글쓴이와 의사 소통을 하는 것이다.

 

지문을 장악하라 - 글쓴이와 방금 대화한 것처럼

 

언어 영역은 기본적으로 어떤 글을 읽고 글쓴이가 전달하고자하는 내용이나 메시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언어 영역 시험이 비문학과 문학으로 나뉘어 있지만, 궁극적으로 평가하고자하는 바는 동일하다. 따라서 학생들은 시험에 나온 문제를 맞추기 위해 수동적으로 지문을 읽는 자세를 버리고, 글쓴이와 이 글을 통해 독자에게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는지를 능동적으로 파악하며 지문을 읽어 나가야 한다. 예를 들어 지문을 다 읽고, 마치 방금 글쓴이와 대화를 나눴다는 느낌이 든다면 이는 100점짜리 독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이런 식의 독해가 이루어진다면 문제를 틀리기도 힘들 것이다.

 

그런데 이 정도는 학생들도 대부분 수긍하고 동의할 것이다. 그럼에도 왜 이런 독해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일까? 그 이유는 언어 영역에서 시간 단축이라는 명목으로, 또는 빨리 풀어야 겠다는 조급함에 지문을 날림으로 읽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문 내용을 장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문제를 풀려고 하면, 이 또한 쉽게 풀릴 리가 없다. 결국 다시 지문을 왔다갔다 하면서 시간은 시간대로 보내고 결국 문제는 틀리고 만다. 특히 평소 혼자서 연습할 때는 잘하다가도 실제 시험에서 언어를 망치는 학생들 대부분이 이런 오류에 빠져 있다. 따라서 학생들은 실제 시험에서 난이도와 유형에 상관없이 당황하지 않고 지문 내용을 완전히 장악할 수 있도록 꾸준히 연습해야 한다.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이 당연한 것만 제대로 지켜도 언어 영역은 90%이상 끝난 것이라고 봐도 좋다.

 

이를 위해 학생들은 항상 스스로 생각을 하며 자신의 힘으로 독해를 해야 한다. 글에 밑줄을 긋고 있으나, 실제로는 필자의 생각을 따라가지 못하고 눈으로 글자만 읽고 있지 않는지 반성해야 한다. 자신이 제대로 독해를 하고 있는지 판단하기 쉬운 방법은, 지문을 읽을 때 중간에 이해가 안되는 부분에서 멈추고 내용을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지 그렇지 않고 그냥 일단 쭉 읽어 내려가는지를 따져 보면 된다. ‘음 이런 측면도 있지… 서론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으니 본론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오겠지… 결론은 이런 주장을 하지 않을까…’와 같은 생각을 하며, 필자의 생각을 따라가면서 비판해 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이 연습을 하는 데에는 절대 시간에 구애받지 말고, 이해가 될 때까지 내용을 되새겨 보면서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 설사 이런 방법으로 하루에 한 지문 밖에 읽지 못했다 하더라도, 아무 생각없이 20지문을 읽고 문제를 푸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2. 수준별 학습법

 

1) 상위권:고난이도의 문제를 풀어보자.

 

상위권에 있는 학생들은 언어영역에 대해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상위권 학생들대부분은 거기서 더 이상 점수를 올리지 못 하고 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 있으므로 상승의 여지 가 적은 탓도 있지만 막연한 자신감이 치밀한 학습 전략을 세우는 데 방해 요소가 되는 탓도 있다. 상위권 학생들은 약간의 전략만 있다면 충분히 만점을 얻을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있다. 상위권 학생들은 고차원적인 사고 능력을 요하는 고난이도 문제를 많이 풀어 볼 것을 권하고 싶다. 단순히 글의 이해차원을 넘어서 <보기>를 제시하고 이를 활용하여 능동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력을 요하는 문제나 실제 상황에 적용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고난이도의 문제들이 최근 들어 많이 출제되고 있다. 따라서 다양한 분야의 글들을 논리적으로 꼼꼼하게 분석해 가며 읽어 보고 그 글에 담긴 글쓴이의 관점이나 태도를 파악하는 훈련이 필요하며, 고차원적 사고를 요하는 유형의 문제를 반복적으로 풀어보며 요령을 터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상위권에게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2) 중위권 : 다양한 작품과 글을 접해보자

 

중위권 학생들에게는 교과서에 나와 있는 작품 이외에도 동서고금을 막론한 다양한 작품을 접해 볼 것을 권하고 싶다. 최근의 수능 경향은 지문으로 활용되는 문학 작품의 범위가 최근의 작품으로까지 확대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교과서에 실린 작품과 교과서 수준의 널리 알려진 명작, 대표작들이 지문으로 이용되던 과거와는 달리 잘 알려지지 않았던 작품이나 최근에 발표된 작품들까지 출제 대상이 되고 있다. 이에 적절히 대처하기 위해서는 교과서에 실린 작품뿐 아니라 그 밖의 작품들까지 폭넓게 감상하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또한 작품에 대해 암기하려는 태도에서 벗어나 주요 작가, 주요작품을 중심으로 다양한 장르의 문학작품의 감상 원리를 익혀야 한다. 특히 그 동안 잘 다루어지지 않았던1980년대 이후의 작품에 대해서도 주의를 기울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비문학 영역의 공부를 위해서도 평소에 많은 분야의 글을 접할 것을 당부하고 싶다. 최근의 수능은 다른 교과서 내용이나 시사적인 문제와 결합된 통합교과적 성격이 강화되고 있다. 기초 식을 바탕으로 해결하는 문항이나 시사적인 내용을 활용하는 문항의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따라서 교과서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글들을 읽어보고 기본적인 개념들을 정확하게 읽어 두어야 한다. 또한 시사적인 문제에도 늘 관심을 가지고 문제의 본질과 그에 대한 다양한 시각들을 이해해 두는 자세가 필요하다.

 

3) 하위권 : 집중력을 가지고 문제를 풀어보자

 

언어영역 점수가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는 학생들은 대체로 읽기 제재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지고 문학 제재들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이런 경우 실력의 문제와 습관의 문제가 반반씩 섞여 있다. 실력은 갑자기 늘지 않겠지만 연습을 통해 습관을 바꿔 주는 것은1년 동안 충분히 가능하다. 습관을 바뀌면 언어 영역 점수를 의외로 쉽게 10점~20점 정도는 올릴 수 있다.

언어영역에서 많은 수험생들이 고민하는 부분이 시간 부족이다. 특히 최근 2, 3년간의 출제 경향을 보면 지문과 선택지의 길이가 길어지는 추세이고 생소한 내용을 담은 지문도 많아지고 있어 시간 부족이 수험생들의 최대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결국 누가 더 오래 집중력을 발휘하는가 하는 것이 언어영역의 성패를 가르는 잣대가 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부터는 실제 시험의 시간 감각에 맞추어 집중해서 문제를 푸는 연습이 필요하다. 지문 하나를 읽고 그에 딸린 4∼5문제를 푸는 시간은 대략 7∼8분 정도밖에 주어지지 않는다. 이제부터는 반드시 언어영역 문제를 풀기 전에 스스로 제한 시간을 정해두고 문제를 풀어야 한다. 시간에 신경을 쓴다고 해서 초조해할 필요는 없다. 단지 집중력을 배가시킬 만큼의 긴장감만 가지면 된다. 처음 지문을 읽을 때 최대한의 집중력을 발휘한다면 문제를 풀 때마다 지문을 재차 반복해서 읽느라 시간을 빼앗기는 일을 덜하게 된다.

두 번째는 출제자의 입장에서 지문을 읽으라는 것이다. 읽기도 전에 한숨을 내쉬거나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다. 자신이 수험생이 아니라 출제자라고 생각하고 이 지문에서 어떤 문제들을 낼 수 있을 것인지 생각하며 읽는다. 실제로 문학이든 읽기든 기본적인 문제 유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예측이 불가능할 만큼 다양한 문제들이 출제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몇 번 문제들을 예상하면서 지문을 읽다 보면 예상한 문제들이 실제로 나오기도 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읽는 것 자체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고 두려움이 사라지면 잃은 점수의 절반은 찾아 올 수 있다.

 

Ⅲ. 언어를 망치는 10계명

 

많은 학생들이 제게 묻습니다. 언어는 대체 어떻게 공부해야 하느냐고 제게 질문을 해 오죠. “이럴 땐 이렇게 공부하십시오”라고 알려 줍니다. 시간이 지나면, 또 새로운 학생들이 와서 같은 질문들을 던집니다. 그럴 때 참으로 당혹스럽습니다.

언어라는 과목이 어려운 과목이 아닌데도 왜 갈팔질팡 제대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을까. 공부에 대한 열의가 있음에도 아까운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 같아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이에 여러분들이 부디 잊지 않도록 언어를 이렇게 공부하라는 말보다 언어는 이렇게 하면 망한다는 문구로 언어 공부방법을 제대로 각인시켜 드리고 싶습니다. 다음에 나오는 내용처럼 언어를 공부하시면 절대로 안 됩니다. 언어에 실패하는 지름길이 됩니다.

 

1. 언어는 공부해도 안 오르고 안 해도 안 떨어지니, 굳이 공부할 필요 없다.

 

언어도 공부하면 성적이 오르는 과목입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막연하게 지문을 읽고 문제를 풉니다.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모르니 공부한다고 시간과 에너지를 써 봐도 효율적이지 못하여, 결과적으로 실력이 늘지 않습니다. 그러니 ‘언어는 해도 안되는 과목이야’라고 스스로 위안하며 포기하고 맙니다. 영어나 수학은 기초가 있어야 상위 학습을 할 수 있는 단계형 학습이지만, 언어는 기초가 필요한 학습이 아니며, 제대로 된 공부 방법으로 꾸준히만 공부하면 누구나 잘 할 수 있는 과목입니다.

 

2. 언어는 혼자서 문제집만 많이 풀면 된다.

 

흔히 ‘양치기’라 부르는 학습 방법입니다. 물론 이러한 방법이 독해 시간을 단축시키고 여러 지문을 접하고 감각을 익힌다는 측면에서는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 방법을 통해 성공적인 결과를 내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양치기’는 결과적으로 점수 상승에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실질적으로 언어 실력을 근본적으로 향상시켜 주지는 못합니다. 즉 ‘양치기’를 통해 문제 풀이에 숙달되는 훈련을 한 것이지 지문을 이해하고 문제에 접근하는 능력을 키운 것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또 시중에 나온 모의고사나 문제집을 살펴보면, 실제 수능에 나올 만한 수준의 엄선되고 우수한 문제들은 양치기를 할 만큼 많지 않습니다. 수능 기출 문제의 출제 경향을 그대로 답습한 질적으로 빈약한 문제를 통해 무슨 훈련이 가능하단 말입니까?

대부분의 양치기 수험생들은 모르는 문제가 나오면 지문을 장악하고 출제 의도를 생각해 보는 것이 아니라 결국은 만만한 것을 골라 찍고 바로 답과 해설을 확인한 후 ‘그렇구나’하고 넘어갑니다. 양치기를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므로 차분히 고민하고 생각해 볼 시간이 없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실제로 언어 영역을 푸는 데 필요한 독해력이라든지 출제자가 요구하는 문제 풀이의 사고과정은 알지도 못한 채, ‘나는 문제집을 10권이나 풀었어’라는 만족감에 스스로 도취되고 맙니다. 그러다 실제 수능 시험장에서 조금만 흔들리면 무너져 버리고 맙니다. 대학이 요구하는 것은 사고력이고, 수능 언어 시험은 지문을 통해 학생들의 생각하는 능력을 측정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문제 풀이의 양으로 스스로를 위안하지 말고, 궁극적으로 생각하는 힘을 키워야 합니다.

 

3. 언어는 아침에 공부하지 말고 졸릴 때 틈틈이 공부하라.

 

실제 수능에서 언어는 아침 8시 40분에 시작해서 10시에 끝납니다. 사람의 습관이란 무서운 것이므로 평소에도 가급적 언어는 실제 수능 시간대에 맞추어 아침에 공부하는 것이 좋습니다. 어떤 글을 읽고 필자의 생각을 파악하기 위해 씨름하는 데에는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됩니다. 흔히 하는 말로 머리가 핑핑 돌아가야 합니다. 하지만 평상시 8시 40분의 학생 여러분의 모습을 떠올려 보십시오. 대부분이 흐리멍텅 비몽사몽 정신을 못차리고 있을 것입니다. 실제 수능 시험장에서도 그러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아침시간을 머리가 맑고 집중력을 최고로 발휘할 수 있는 언어 공부 시간으로 만드시기 바랍니다.

 

4. 날림으로 읽더라도 시간 내에 풀어라.

 

시간에 대한 압박을 가지고 문제를 풀다 보면 지문을 덜렁 읽고 문제에서 고민하게 됩니다. 하지만 아무리 문제를 붙들고 씨름을 한다고 해도 지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문제가 풀리지 않을뿐더러 다시 지문으로 돌아가게 되고 시간만 낭비하게 됩니다. 즉, 시간 부족은 지문에 대한 이해력 부족에서 오는 것입니다. 또 앞으로의 수능에서는 지문의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추론 능력을 묻는 문제들이 강화될 것인데, 이런 문제들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지문을 정확히 이해하고 나서 문제의 근거를 명쾌하게 찾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주어진 시간 안에 풀어야겠지만, 처음부터 시간을 지킬 수 없다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완전히 이해될 때까지 지문을 읽고 명확한 답을 고르면서 독해력을 길러야 합니다. 이렇게 해야 문제도 맞추면서 시간도 단축됩니다. 문제는 여전히 틀리면서 시간 단축한다고 날림으로 읽어서는 항상 그 점수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5. 언어는 감으로 풀어라.

 

학생들이 생각하는 ‘감’의 정의를 내려 보면 “지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는데도 신비롭게 답을 발견하는 능력” 정도가 될 것입니다. 학생들이 언어에서 ‘감’을 이야기하는 데에는 언어란 어차피 주관적인 요소가 강하기 때문에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능력보다는 직관적이고 주관적인 능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큽니다.

하지만 수능은 전국에서 60만 수험생들이 동시에 보는 시험입니다. 만약 수능에서 어떤 문제의 정답에 대해 이의 제기가 들어왔는데 평가원에서 “이 문제의 답은 ‘감’으로 1번입니다”라고 한다면 그것은 코미디이겠지요. 60만 수험생 누구나가 납득할 수 있는, 다시 말하자면 이 문항에서는 답이 1번일 수밖에 없는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근거가 존재할 것입니다. 그걸 찾아내는 사고력 배양이 아예 되어있지 않거나, 사고가 치밀하지 못하여 스스로도 정리가 되지 않으니 ‘감’으로 찍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물론 운 좋게 ‘감’이 착착 들어 맞으면 다행이겠지만, 1점이 중요한 시험에서 단순히 ‘느낌’에 소중한 인생을 걸 순 없겠지요. ‘감’을 버리고 독해력과 사고력을 키워 치밀한 ‘논리’로써 언어에 접근해야 합니다.

 

 

6. 지문에 대한 이해보다는 문제 풀이 스킬(구조, 유형)을 키워라.

 

많은 학생들이 “문제를 푸는 스킬은 뭐에요?”, “언어에 비법은 없나요?”라고 묻습니다. 저는 없다고 말합니다. 아니 지문에 나와 있다고 말합니다. 스킬과 비법을 찾으면서 정작 언어의 본질을 외면하면 망합니다. 언어는 필자의 생각을 담고 있는 글입니다. 사람이 다 개성이 있듯, 필자가 자신의 생각의 흐름을 나타내는 방법은 참으로 다양합니다. 이런 글을 이해하는 데에 스킬이 있을 수 없습니다. 만일 스킬이 있다면 제가 그것을 제일 먼저 앞장서서 배워서 그것을 수업시간에 적용시켰을 것입니다. 그러나 언어에 스킬이란 없으며 스킬이 있을 수도 없습니다. 우리가 외국어를 배울 때에는 착실히 성실히 배우려고 하면서 유독 모국어인 언어를 배울 때에는 스킬을 찾습니다. 이러한 언어에 대한 잘못된 인식은 버려야 합니다. 언어도 외국어와 같이 착실히 성실히 하나하나 쌓아 나가겠다는 자세가 있어야 합니다. 날림으로 글을 읽거나, 매일 꾸준히 공부하지 않다가 갑자기 양치기로 해 나가겠다는 것은 언어에서는 통하지가 않습니다.

언어는 얼마나 성실히 꾸준히 공부하며 얼마나 충실히 ‘생각하는 훈련’을 했는지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지는 과목임을, 사고의 성실성을 요하는 매우 정직한 과목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7. 틀리면 지문을 읽지 말고 해설지만 읽어라.

 

틀려서 지문을 해설지를 들입다 읽고는 ‘무슨 내용인지 잘 모르겠어요’라고 하는 학생이 있었습니다. 지문의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했는데 해설서의 내용이 이해가 갈 리가 없고, 설령 이해한다고 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문제에서 제시된 내용에 정답을 억지로 짜맞추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정작 중요한 어떻게 하면 지문을 올바로 읽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게 됩니다.

언어는 앞에서도 말했듯이 충실한 사고력을 훈련하는 과목입니다. 실전에서는 우리가 직접 모든 문제들을 해결해야 합니다. 말하자면 스스로 해설서를 써야 하는 것입니다. 해설서가 없다고 생각하고 공부하십시오. 우리가 직접 해설을 쓴다는 마음으로 공부하십시오. 이런 마음을 가진다면 우리는 언어를 충분히 잘 할 수 있습니다.

 

 

 

8. 문학 문제는 작품을 배워야만 풀 수 있다. 그러니 최대한 많은 작품을 공부해라.

 

시험에 나올 만한 문학 작품을 모두 공부하겠다는 마인드를 가진 학생이 있었습니다. 과연 다 읽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작품은 최신작도 쏟아져 나오고 있고 고전 문학 작품도 연구 중에 있기 때문입니다. 시중에 유통되는 모든 문학 작품들을 다 읽어 놓고 시험장에 가겠다는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그게 가능하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모든 문학 작품을 다 읽을 시간은 없습니다. 그리고 수능에서 요구하는 것이 그러한 모든 문학 작품을 미리 읽고 학습하여 그 배경 지식을 이용해서 문제를 풀라는 것을 요구하는 것도 아닙니다.

모든 작품을 볼 시간이 없다면 우리는 문학을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요? 그것은 문학 작품을 스스로 분석할 수 있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는 것입니다. 문학에서 개념을 익히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리고 문학 작품으로서 수작으로 정평이 나 있는 18종 교과서의 문학 작품에 대한 공부를 하는 것은 좋습니다. 그러나 낯선 작품들을 스스로 찾아서 이를 미리 읽고 공부하고 나서 시험장에 들어 가겠다는 마인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그러한 마인드를 수능에서 요구하는 것도 아닙니다.

문학 작품을 익히고 암기하는 공부보다 스스로 생각하여 분석하는 공부를 해 나가야 합니다. 18종 교과서에 실려 있는 문학작품도 그렇게 공부해 보십시오. 여러분의 문학 실력이 월등히 높아질 것입니다.

 

9. 국어사전을 버려라.

 

어휘는 틈나는 대로 국어 사전을 찾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어휘는 양이 방대하고 출제 범위가 포괄적이므로 평소에 모르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찾아 보며 정리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정말 어찌할 수 없는 파트입니다. 실제 시험장에서는 모르는 어휘가 나오면 문맥 속에서 그 뜻을 파악해야 합니다. 하지만, 혼자 공부할 때는 귀찮을 수도 있고 ‘지금 이거 몇 개 찾는다고 해서 뭐 달라지겠어?’ 이런 마인드를 버리고 성실하게 공부해 나가길 바랍니다.

 

10. 일단 적어라. 이해는 나중에 하자.

지금까지의 계명을 충분히 이해했다면, 마지막 계명은 쉽게 납득하리라 생각합니다. 언어는 궁극적으로 지식을 테스트하는 시험이 아닙니다. 스스로 생각하여 지문에 드러난 필자의 생각을 이해하는 능력을 테스트하는 시험입니다. 그러니 예습할 때나 수업 시간에도 선생님이 가르치시는 내용을 수동적인 자세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사고하는 자세를 지니길 바랍니다. 되도록 수업 시간에는 이해를 위해서 필기를 자제할 것도 당부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