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교사] 자유게시판 (자녀와 ID 공유 금지)

기말고사가 진행중이거나 끝나가는 이 즈음에 부모님들의 고민과 시름이 더 깊어지는 것 같습니다. 지난 20여년간 초등학생부터 고3까지 다양한 수준의 학생들을 학교, 학원, 과외를 통해 지도해 왔습니다.

그래서 초등시험과 중등시험의 근본적 차이가 무엇인지, 중등내신과 고등내신, 그리고 수능의 차이는 무엇인지 좀 들여다 볼 수 있었습니다.  

제가 느낀점은 중학교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학생들 대다수가 초등학생때 이미 초등교과 수준(초등학교시험)을 넘어서는 수준의 학습량과 자기주도학습 습관, 양과 질을 모두 만족시킨 독서습관과 독서량을 절대적으로 확보했다는 것입니다.  

초등성적과 중등성적은 별개입니다. 초등학교 때 90점 이상 받았던 학교성적을 중학교에서도 계속 이어갈꺼라고 생각하시는 부모님들이 의외로 많더군요. 주로 첫째를 이제 중학교로 진학시킨 학부모님들이 많은것 같습니다. 솔직히 초등학생 때 시험 성적은 잊어주시는게 좋습니다. 물론 초등학교 우등생이 중학교에서도 우등생인 경우도 있지만요.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고등학교의 학습량은 중학교의 최소 4배 수준입니다. 특히 국어, 수학, 영어에서 그 차이가 확연히 드러납니다. 중학교때 반에서 3등~7등 사이를 오가던 학생이(이 정도면 지역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평균 90점 내외겠죠) 고등학생이 되어 중하위권으로 추락한 경우를 수 없이 많이 봐왔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늘 강조했죠. 절대 중학교 내신성적에 만족해서는 안된다고... 학원에서 만들어준 석차, 과외선생님이 숟가락으로 떠 먹여줘서 만든 성적, 결코 믿고 안심해서는 안된다고...

그러나 고등학교에 올라가 처음으로 치른 전국연합모의고사 결과 앞에서 그 현실을 피부로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그제서야 정신차리고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이 정도만 되어도 상당히 긍정적인 경우죠.)

수능시험 역시 초중학교 때 누적된 학습량, 독서량을 확보한 학생들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시험제도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러니 "중학3년, 대학을 결정한다"는 책 제목이 결코 과장이 아니라 생각됩니다. 책 서문에서 밝혔듯이 고등학교 1학년은 본격적인 대입 레이스가 시작되는 마라톤의 출발점입니다. 저자는 고1때 이미 대입 레이스의 출발점이 다르다고 간파하고 있습니다만 전 출발점은 같으나 선수들의 상태가 다양하다는 생각입니다. 말하자면 출발선상에 들어선 선수들의 면면이 참 다양합니다. 근육질의 몸매와 엄청난 심폐량을 가진 선수, 수차례의 단축 마라톤 경주 참여를 통해 레이스의 감각과 기본 체력을 기른 선수, 마라톤은 아니어도 평상시 꾸준한 운동과 자기관리로 체력을 기른 선수가 있는 반면 평상시에 운동과는 완전 거리가 멀어서(주로 스마트폰을 통한 손가락 운동에만 집중... ㅜ.ㅜ) 마라톤은 커녕 1000m 달리기도 뛰어본적 없을 뿐 아니라 마라톤이 얼마나 긴 레이스인지도 모르고 참가한 선수, 왜소한 체구에 몸과 다리에 근육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고 레이스 시작 10분 만에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급기야 30분경에는 경주를 포기하는 선수까지...

출발선상에 들어서 선수들을 바라보는 부모님들은 손모아 기도하며 우수한 성적으로 레이스를 완주하고 결승선을 통과하길 바라고는 있으나 사실 아시다시피 경주의 순위와 승패는 이미 결정난 경우가 많습니다. 예전 학력고사 시대에 있었던 기적같은 역전의 드라마는 안타깝지만 이제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것 같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중고등 학생이 우등생으로 6년을 살아가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습니다. 그 길을 함께 걸어가야 하는 우리 스홀 학부모님들은 부디 인내롭고 현명한 협력자가 되기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