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교사] 자유게시판 (자녀와 ID 공유 금지)

캉쌤 스홀사이트 운영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계신 걸 보고 안타깝고 조금밖에 후원 못해드려 죄송하네요.

작년 아들이 중3때 고등학교 선택 문제로 많은 고민을 하다가 학교 선택 후 저도 스홀이나 교육정보 수집에서 한 발 뒤로 물러나 있었습니다.

그건 당장의 교육정보나 입시정보 보다는 아이가 더 자신의 진로와 직업에 대한 심각한 탐색작업을 하는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었죠.

처음 학교선택할 때 내 아이는 그다지 악착같은 성향이 아니라서 특목고에선 살아남기 어렵단 결론을 내렸습니다. 물론 성적도 좀 부족했지만요. 그러나 중학교 생활하는 동안 자기 나름대로는 스트레스가 많았습니다. 너무 말이 안되게 수업분위기 흐리거나 대화가 안통하는 아이들 속에서 아이는 스스로 자따처럼 생활한 면도 있었습니다. 그러니 겉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속으로는 방황하고 있는 모습이 안타까웠습니다.
결국 집 앞의 일반고를 두고 지하철 타고 조금 통학해야하는 인접한 구의 자사고로 진학했습니다.

한 학기 동안의 자사고 생활을 돌아보자면, 아이는 친구들에게 정말 만족했고 좋은 영향도 많이 받았습니다. 아침잠이 많은 아이가 눈 뜨기가 힘들어도 학교가는 걸 싫어하진 않았고, 야자 후나 주말에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을 가지며 진정 친구들과의 교류를 해가는 모습이 공부를 떠나서 청소년 시기에 좋은 추억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조금씩 인간적으로도 성숙해가는데 그리고 늘 살아온 동네가 아니라 다른 동네와 세상을 경험해본 것도 아이의 시야를 넓혀준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아이가 가고자하는 목표와 자사고의 목표에서는 괴리가 있었습니다.
중학교 시절 중상위권에서 오르락 내리락하는 아이의 성적 때문에 심각하게 특성화고 진학도 고려해봤었습니다. 그러나 아이는 어떤 특성화고도 딱 집어서 가고 싶다고 하지 않는 어정쩡한 상태라 특성화고진학은 접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침묵하고 있는 많은 중학생 학부모님 중에도 이런 경우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고등학교에 와서 대학진학, 인서울대학 진학에 가장 포커스가 맞취진 학교생활에서 아이는 또 괴리를 느끼더군요. 처음 모의고사에선 예상외로 좋은 성적을 받아서 별도의 자습실에서 야자하는 상위권반에도 들어갔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아이는 그냥 아무 고민없이 공부만 해서 대학만 가면 된다는 식의 분위기는 아니라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저와 아이에게는 대학보다 더 인생에서 현실적인 뭘하고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찾기 시작했습니다.

원래 아이가 관심있던 것을 다시 떠올렸습니다. 직접 그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분도 만나고 관련교육기관에도 가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얻은 정보와 아이의 생각을 확인해가며 차츰 진로계획을 구체화했습니다.

마지막 1학기 기말고사 성적은 떨어졌지만 아이가 이야기하더군요. 대부분의 친구들이 그냥 공부해서 대학가려고 하는 것 말고 자신만의 구체적 진로에 대해선 막연한 것 같다고요.

그렇게 자기 목표를 정하고 나서 아이에게 다시 한번 다짐을 받았습니다. 네가 정한 길에서도 열심히 하지 않으면 직업으로 연결되지 못한다고요. 지금 당장 네 목표가 좋은 대학 안가도 된다고 해서 놀아도 되는 것이 아니라고.

그려면서 집 근처 일반고로 전학했습니다. 아직 학기 시작 전이라서 학교 분위기는 직접 경험해보지는 못했지만 자사고와는 분명 다를 것이겠죠. 그러나 이젠 중학교 때와는 아들의 마음도 달라져있을 거라 믿습니다.

저는 단지 하나만 물어보려고 합니다. 자기 목표를 이루기 위해 오늘 하루도 뭔가했는지를요. 학교공부일 수도, 정보수집이나 책읽기든, 친구 사귀기나 운동하기든 그 어떤 것이라도 열심히 했는지만 물어볼 겁니다.

너무 글이 길어진 것 같네요.
무더위에 고생하시는 부모님들과 학생들 모두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