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교사] 자유게시판 (자녀와 ID 공유 금지)

가입한지는 좀 됐으난 글재주가 없어 눈팅만 하는 소심한 중등, 초등맘입니다.

이렇게나마 인사드리게 되어 좋네여^^

항간에 회자가 되고있는 공부의 배신이라는 프로그램에 대해 관심도 많으시고 자조섞인 논쟁도 하시고 그러다 더 좋은 환경을 갖춰주지 못한 미안함에 몸둘 바를 몰라 하시는 부모님들을 보며 저 역시 맘 한켠이 짠한 요즘입니다. 저 역시 두 남매를 키우며 도대제 얘들은 왜 이런걸까?하는 한탄과 걱정으로 지샌세월이 어느새 15년이네여. 큰애가 중2가 되고 보니 이제는 아이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고 조급한 마음을 자꾸 다잡는 요즘입니다.

특목고-명문대의 코스를 밟아 재원으로 거듭나는 옆집아이를 보며 부러움의 시간을 보내던중. 저희 동네 정육점을 하셨던 분의 얘기를 들려드리려구요.

눈이오나 비가오나 한결같은 모습으로 장사를 하시던 두분에게는 딸이 있습니다. 집주변 일반고를 다니며 형편이 되지 않아 사교육을 그리 많이 받지는 않았대요..고3때 영어과외는 점수가 하도 오르지 않아 받았다고 하더라구요..입시를 치루고 나서 K대와  인서울대(개인적인일이라 학교이름은 그냥*^^) 를 붙었는데 장학금때문에 인서울대를 택하더군요..저는 공부를 잘했나보다..그 정도 생각했져..학교를 들어가고 제가 저희 아이들 과외 좀 부탁할까 해서 말씀드렸더니 하는 공부가 있어서 좀 어렵다고..무슨공부인지는 몰랐져..

그 친구가 3학년이 되고나서 행시를 준비했다는 걸 알게 됐고..행시를 한 번에 붙었다고 두 분의 얼굴에 웃음꽃이 떠나지를 않았습니다. 동네분들도 다 내 일처럼 기뻐해주시고 저 역시 제 일도 아닌데 기쁘더군요.. 이 친구를 우연히 정육점에서 보게되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게 됐는데..

장학금 때문에  K대를 가지 못한게 서운하지 않았냐라고 하니, 환경도 역량인데 미련은 없다고..그게 무슨 상관이냐며;; 자기 학교를 엄청 사랑하더군요..고등 때 공부는 어찌했냐라는 뻔한 질문에 역시 그저 열심히 했다..그리 잘난 척도 안 하면서 자기는 고등 때 탑이 아니었다고...

왜 행시를 했냐고 했더니 하고 싶은 분야가 그 쪽이었다며 그럴려면 행시가 가장 좋은 길처럼 보였다고..

제가 그 친구를 보고 느낀 점은 부모로써 더 좋은 환경과 조건을 주지 못한 미안한 맘을 잠시 접어두고, 우리 아이들이 조건으로 차별받아 억울하다, 불평등하다라는 우울감에 빠지는 대신 자신의 현재에서 최선을 다 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그 결과가 어떻든 (물론 저 친구는 결과가 무지하게 좋았습니다만..) 부모로써 응원해줄 수 있는 맘을 갖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역시 잘 되지는 않아여..ㅋㅋ 애들이 더 잘 해주기를 바라져..시험 못봐오면 저 혼자 병이 나기도 했답니다(애들은 멀쩡하게 잘 살고 있는데^^) 근데 이제는 우리 아이가 좀더 담대한 마음을 갖도록 해줄려구여..

가진 것에 감사하고 소중한 하루하루를 보내도록 말입니다.. 저 역시도..

항상 애써주시는 캉쌤과 열공서포터님께도 감사드리구요..스홀의 번창을 기대하구요^^ 언제 오프라인에서 함 뵈면 좋겠네여.. 여름같은 5월에 우리 스홀가족들 건강하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