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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녀석.. 이번에 외고에 합격을 했습니다.

원래 수학 과학을 잘해서 과고도 생각해 봤었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결국 기숙 외고에 도전하게 됐어요.

이 녀석은 제가 생각해도 머리가 참 좋은 녀석이에요.  주변의 평도 그렇고요... 칭찬이 아니라 노력이 부족하다는 말의 반증입니다.  

별다른 준비 없이 교육청 영재원을 수료하기도 했고 3학년때 성적은 1%내였답니다.  지필기준으로 전교 1등을 한적도 있고요. 

하지만 이녀석 공부 열심히 하는 것(모범생 다운 것)을 오히려 부끄럽게 생각하는 못된 생각이 있어요.  공부 안하면서도 잘한다는 말이 내심 폼나고 듣기 좋은 것일까요? 

그렇다고 공부를 아예 안하는 것은 아닙니다. 

시험 때가 되면 공부 하기 싫어 버둥버둥 하는 녀석을 질질 끌어다 책상에 앉혀놓고, 감시하고, 잔소리하고, 때론 협박하고,,, 가끔은 원하는 선물로 당근까지... 그러면 효과는 있어요.  항상 제법 훌륭한 성적표를 들이대니까요.  

하지만 저는 늘 불안해요.  제가 잔소리 안하고  내버려 두면 바로 성적이 곤두박질 칠것 같아서죠. 

이제 덩치도 머리도 굵어진 고등학생이 되는데.. 그것도 기숙학교에 가게 되는데,  제가 가끔 만나는 시간마다  이것 했는냐 , 저것 했느냐,  이건 하면 안된다,  저건 꼭 해야 한다........ 이런 잔소리만 할 수도 없고,  스스로는 절대 안할 것 같고...     괜히 기숙학교에 보냈나 하는 후회도 살짝 들고 말입니다. 

처음 기숙학교를 선택한 이유도 제가 간섭하는 상황에서 벗어나 스스로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어서 였고,  TV에 나오는 좋은 엄마처럼  주말에 집에 온 아들 어깨 두들겨 주면서 "수고 많았다.  좀 쉬어라. 뭐 맛있는 거 해 줄까?~~"  뭐 이런 스토리를 원한건데......     이녀석 하는 말이 주말에 집에 오면  평소에 게임 못하니까 친구들이랑 PC 방  갈 꺼라는 둥, 핸드폰을 몰래 가져갈거라는 둥,  학생인권조례 덕에 머리를 기를 꺼라는 둥, 밴드부에 들고 싶다는 둥....... 듣고 있으면 제 가슴이 쿵닥쿵닥합니다.  

아들녀석 홀로 서기를 시키기는 해야겠는데,  당최 자신이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