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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고 1학년 첫 중간고사

시험 첫날부터 아이의 문자 폭탄이 시작됩니다

"엄마 죄송해요...제가 이정도 밖에 안되네요"

"전 이런앤가봐요"

"열심히 공부만 하면 될 줄 알았어요"

결국은 대성통곡을 하면서 전화가 왔어요. 우느라고 말도 제대로 못하네요

제일 큰 걱정은 안나온 성적보다 아이가 자기를 비하하거나 다시 앞을 보고 달릴 힘을 잃어버리는것이었어요.

아이가 참 좋아하는 말은 "명경지수" "명불허전"이런 말인데 문자로 보내줬어요.

그리고 주저앉지 말고 남은 시험 최선을 다하자 했더니 "저도 그러면 되는 줄 알았는데 쉽지가 않네요"라는 답글이 왔어요.

둘째날 ..이날은 잘 나왔어요.그래서 무사히 넘어가고 세째날 수학 ...

참 나 어이가 없네요.

또 대성 통곡을 하네요.내가 늙어요 늙어.한 십년은 순식간에 늙었어요.결국 제가 몸살이 다 나버렸어요.

네째날 제2외국어 무사히 치르고 아이가 집으로 오는 날이네요.

아빠가 혼자 가기 싫다고 같이 가자고 해서 데리러 가는데 참.....맘이 무겁네요.

아이를 보고 무슨 말을 해 줘야 할까...

아이는 엄마 아빠 얼굴을 보며 얼마나 미안해 할까...

일찍 가서 수학학원 상담도 해 보고 아이를 만났어요.(아이는 인강으로 공부하고있어요)

까칠해진 얼굴 누르댕댕하게 뜬 얼굴.....

얼마나 성실하게 해 왔는지를 알기 때문에 더 맘이 아프네요.

수학학원 원장님이 그러시더라구요.우리 아이만큼 성실하지 않은 외고생이 어디있냐고...

그리고 우리 아이만큼 압박감 없이 공부하는 고등학생이 어디있냐고..

다들 성실하고 같은 압박감을 느끼면서 공부를 한다네요.

일단 엄마가 먼저 강한 마음을 가져야한다는걸 배우고 나왔어요.

아빠가 갑자기 펜션으로 여행을 가자고 하네요.아이는 피곤하니까 그냥 자고 싶어 하는데 아빠가 우겨서 무창포로 떠났어요.아...차는 얼마나 막히던지 한시간 반 거리를 다섯시간 걸려서 도착을 하니 이미 날은 어두워졌어요.

차에서 아빠가 말씀하십니다

"시험 보느라고 고생많이 했지 우리아들..오늘은 그간 고생한거 털어버리고 포기 할거 아니면 재정비를 해야 하니까 즐거운 마음으로 가서 맛있는거 먹고 새롭게 출발하자"

갑자기 아이 얼굴이 환해 지면서 치아를 다 보이며 소리 없이 웃습니다.

그 환한 얼굴을 보니 내마음에도 달님이 떠오릅니다

저녁에 회를 먹고 바닷가를 돌아보고 펜션에서 라면을 끓여먹고 아이와 대화를 했습니다

이번 시험에 대해 우리가 무엇을 준비했고 무엇이 준비가 되지 않았는지를...

아이는 아주 편안한 마음으로 속마음을 털어놓고 새로운 계획이 추가 되었습니다

결국 학원은 지금처럼 안다니고 인강을 하되 기출문제와 모의고사 문제를 추가 하는걸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아이가 말합니다

"3일을 쉬려고 했는데 얼른 가서 계획을 짜고싶어요.이미 다 쉰것 같아요.다시 출발할 수 있는 에너지가

어디서 충전이 되었는지 모르겠네요."

부처님 오신날이어서 쉬는 날인데 아이는 도서관엘 갔습니다

오늘까지 쉬라 했더니 이미 충전이 끝나서 도서관엘 가고 싶답니다.저녁이면 다시 학교 기숙사에 데려다 줘야 하구요.

너무 낙담해서 주저 앉으면 어쩌나 걱정을 했는데 그건 단지 걱정이었나봅니다

다시 날아오를 수 있는 힘을 얻게 해준 애 아빠의 현명함에 감사하고 아빠의 말씀에 귀 기울이고 경청하는 아이에게 또 감사합니다.어떤 절망의 순간에도 빛이 있음을 아는 아이로 자라게 하고 싶습니다.

어쨌거나 이 엄마는 십년 늙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