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교사] 자유게시판 (자녀와 ID 공유 금지)

중학생 부모님들을 상담하다 보면 자녀의 탐탁치 못한 성적에 한(?)이 맺혀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시는 분들을 많이 뵙게 됩니다.

고등학교에 가면 정신차리고 열심히 하겠죠?
 
옆 동네 철수가 고등학생이 된 후 정신차리고 공부해서 명문대에 진학했다라는 전설을 듣고서 막연한 기대를 품고 질문하시는 것이지요. 그러나 전설은 전설일 뿐 안타깝게도 그런 전설이 우리 집에서 일어나기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고등학교 진학 후 성적이 급상승하는 일은 로또에 당첨되기 만큼이나 어려운 일로, 고등학교 때는 성적이 떨어지지만 않아도 잘 하는 것이거든요.

특히, 일반고 진학을 고려 중이신 학부모님들의 경우는 중학교 최상위권 학생들이 특목고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우리 아이가 일반고에 진학하면 성적이 급상승할 것이다 라는 막연한 기대도 하시는데 현실은 그 반대입니다. 특목고로 빠져나가는 최상위권 학생들보다 전문계고로 빠져나가는 중위권 이하 학생들이 훨씬 많기 때문에 중학교 때의 등급을 유지한다는 것도 쉽지가 않지요. (고등학교 진학 후 중학교 시절의 등급을 유지한다면 성적이 답보 상태인 것이 아니라 상승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등학교에 올라가면 아이가 철이 들어서 공부도 열심히 하고 성적도 쭉쭉 올라가겠지 라는 막연한 기대는 하지 않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것보다는 고등학교 진학 후 어떻게 버텨낼 것인가를 고민하며 중학교 때 대비를 철저히 해놓는 것이 좋지요.

특히, 수학의 경우는 조이고 조이고 또 조이고, 갈구고 갈구고 또 갈구는 등 수단방법을 가리지 말고 어떻게든지 준비를 철저히 해놓으시는 것이 좋고요. (고등학교 수학 선행은 선택이 아니고 필수입니다. 고등학교 수학은 대다수의 학생들에게 정상진도의 경우일지라도 진도 따라가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어렵거든요.)

따라서 고등학교 성적에 대해서 막연한 기대를 품으시기 보다는 현실을 조금 더 직시해보시기 바랍니다. 고등학교 공부는 등수를 올리기 위해서 하는 공부가 아니라 등수가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 하는 공부라고 생각해보시는 것도 좋고요.

추신 1. 고등학생이 된 후에도 중학생식 사고방식을 버리지 못하고 대충대충 공부하다가 고1 중간고사 때 처참한 성적표를 받고 멘붕에 빠지는 학생들이 적지 않습니다. 처절한 성적표를 직접 받아보기 전까지는 아무리 이야기해줘도 이해를 못 하지요. 이 정도만 공부해도 그 동안 성적을 잘 받았다며 우기기만 하고요.

추신 2. 고등학교에서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등급이 더 하락하기 쉽습니다. 고2 때는 문과/이과로 나뉘다 보니 등급당 배정인원이 줄어들어서 내신등급관리가 더 어려워지고, 고3 때는 재수생들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수능등급관리가 더 어려워지지요.

추신 3. 고등학교 진학 후 등수가 올랐다며 기뻐하시는 부모님들이 계신데 알고보니 학교가 소위 X통 학교여서 내신등수만 올랐을 뿐 전국모의고사 등수는 떨어진 경우도 있더군요. 학교내 등수 뿐 아니라 학교외 등수 관리도 중요합니다.

추신 4.
스홀맘 : 고등학교 가면 정신차리고 열심히 한다라고 주변에서 이야기를 많이 해주시던데 그 분들이 거짓말을 하는 것인가요?
캉쌤 : 남의 집 아이니까 그냥 좋게좋게 이야기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우리도 옆집 아이 성적을 가지고는 좋게좋게 이야기 해주잖아요. 우리 아이 성적이라면 난리법석을 칠 점수일 경우에도요.

추신 5.
스홀맘 : 뉴스에 보면 뒤늦게 정신차리고 공부해서도 성공한 사람 이야기가 많이 나오던데요.
캉쌤 : 얼마나 드문 일이면 뉴스에까지 나올까요.

추신 6.
스홀맘 : 공신이라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뒤늦게 정신 차려서 공부한 경우도 종종 있던데요.
캉쌤 : 뒤늦게 정신차렸어도 명문대에 합격했으니 공신이라고까지 불리며 언론에 소개되거나 강연을 다니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뒤늦게 정신차려도 명문대에 합격했다라는 이야기는 앞으로 점점 줄어들 것입니다. 뒤늦게 정신차려도 명문대에 합격한 케이스는 이미 지나간 과거라서 복구할 수 없는 내신은 포기해버리고 수능 공부를 열심히 해서 정시전형으로 합격한 케이스인데, 현 대입정책의 기조는 내신의 영향력이 큰 수시전형의 확대 및 수능의 자격고사화거든요. 즉, 뒤늦게 정신차리면 내신에 발목이 잡혀서 수시 전형 중 상당 부분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