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교사] 자유게시판 (자녀와 ID 공유 금지)

아침 저녁으로 선선해 지고, 청명한 가을 날씨가 계속 되네요. 날씨는 아주 좋은데 아이들 성적 때문에 이런 날씨를 느낄 여유가 없는 분들도 많으십니다.

"왜 성적이 이모양이지?"  

"왜 이과목 만 이러지?"  

" 열심히 한다고 하던데..."

우리 아이들 공부 신경써서 대학보낸 후 가진 노하우 살리자며 ,남의 아이들 공부에 관여한지 1년여가 지났습니다.

그 동안 왜 아이들 성적이 안오르는지 그 원인에 대하여 제 아내와 얘기하던 것을 정리해 봅니다. (순전히 저희 부부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성적이 오르게하려면;

아이가 스스로 공부하는 절대공부시간이 많아야함은 기본입니다. 그러니 이 조건은 필수라고 생각하고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얘기도 동감하지만 여기는 입시관련 사이트이니 입시, 성적과 관련된 얘기만 해 보겠습니다.

1.공부를 안해서 못하는 건지, 못해서 못하는 건지를 구별해야겠더군요.

대부분의 학부모님들은 "우리 아이는 하면 될건데..., 머리도 되고 기본도 되어 있는데, 안해서 성적이 그 모양이다"라고 생각하고 계십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안해서 그렇지 하기만하면 아주 잘할 수 있어요라고 생각합니다..----> 착각이십니다. 최상위권 얘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 아이 과고 다닐 때 전과목 부동의 1등인 아이는 제 아들에게 이렇게 얘기하더랍니다.“ 난 너희들보다 머리가 안좋아. IQ도 그냥 그렇거든. 그러니 열심히라도 해야지.” "나도 너만큼 물리하면 세상 부러울게 없겠다. 난 무조건 외워서 해야하니 ..."   남들 일반물리공부할때 수능 물리책 갖다 공부하고....

" 걔 진짜 물리 이해못하더라" 이렇게 얘기하며 깝치던(?) 우리아들 시험치면 내신30등이고 그 아이는 1등이었습니다.

상당히 많은 아이들은 안해서 가 아니고 못해서 성적이 안오르는 것입니다. 평소 놀다가도 시험을 앞두면 대한민국 누구나 열혈학생이 되어 공부합니다. 하지만 막상 공부하려고하면 진도가 안나가지죠. 무슨소리인지 이해를 못하겠으니 처음 개념부터 다시 봐야죠. 그러니 시간이 없죠. 시간에 쫒겨 이해보다는 일단 암기라도 해야지하고 해보지만 이해가 안되어 있으니 암기해도 곧 잊어버립니다. 문제라도 많이 풀려고 문제집의 탑을 쌓는데,숫자만 살짝 바꿔서 나와도 맞히지못합니다. 그래서 성적은 늘 그렇습니다. 그래도 중학교 때까지는 어찌어찌해서, 선생님이 나눠주신 프린트 꼭 챙기고, 교과서 본문 달달 외우고,예상문제 플고 또 풀고 이러면 상위권이 유지됩니다. 하지만 고등학교 가면 곤두박질 치죠..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공부하는 시간이 보장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용건입니다. 그래서 무슨 수를 써서든지 자녀를 책상 앞에 앉혀 놔야하지만 ,아이가 기본을 모르는데 ,자기 학년것은 고사하고 지난 학년것도 제대로 이해가 안되어 있는데, 앞에 펼쳐놓은 참고서가 ,문제집이 머리에 녹아들 수 있을까요? 절대 아니지요. 선행을 그렇게 많이 했는데 설마 제 학년 것을 모르겠냐고 생각하시면 오산입니다. 중학생활을 무난한 성적으로 마쳤으니 당연히 고등학교 과정을 공부해야하는 것 아니겠냐고 생각하시면 아니되옵니다

물론,선행도 중요합니다. 고등학교 과정 따라가고 내신 받으려면 선행 없이는 힘든 것이 현실이지요. 하지만 제대로 된 선행을 하려면 앞서 나가는 와중에서도 후행 중에서 뭔가가 ,어떤 작은 부분이 자신에게 부족한 지를 끊임없이 찾아내주어야합니다. 저희가 보고 또 듣기에 일반 중학교에서 제대로 선행을 하고 ,또 해도 되는 아이들은 학교에서 한 학년에10-20명내외인 것 같아 보이더군요. 중학교 성적으로 인서울을 얘기해도 되는 아이들이 4-5% 수준이라고 하니, 대체로 저희가 말하는 아이들의 숫자와 일치한다고 하면 비약일까요?

2.아니다 싶으면 한 개만 먼저...

전 어릴때 문무겸전이란 말을 좋아햇습니다. 처음 그 말을 듣고 그래 맞아 사나이란 모름지기 이래야지. 공부만 잘하는 것이 아니고 공부도 잘해야지. 라고 생각하고 공부하면서도 열심히 운동하고 ,다양한 취미활동도 꾸준히 하고 ,잡기조차도 배워두면 쓸모있겠지하고 열심히 하고.....,,, 그러다가 대학 못가는 줄 알았습니다.(휴!~) 그때 알앗습니다. 난 슈퍼맨이 아니엇습니다.

다행히 미아리 대지극장에서 동시상영 영화감상중인 저를 체포해주신 어머님의 놀라운 수사력으로 공부에 복귀하여 신촌에서 대학교생활을 할 수 있었죠.

그런데 언젠가부터 전인교육의 열풍이 불어 닥치면서 많은 대한민국학생들이 예체능은 필수라며 사교육을 받습니다. 테니스 ,탁구, 피아노, 키타, 중국어, 일본어 ,심지어 독서 까지......

맞습니다. 예체능도 하고 평생 취미가 될만한 것도 익혀야지요. 인성에도 좋다고하고 사회생활에도 도움이 되고... 그래서 저희들도 아이들 초등때까지는 거의 예체능학원 위주로 학원편성을 했지요. 딸은 피아노, 바이올린, 미술, 발레, 테니스, swimming, 스케이트, 스키. 아들은 피아노, 플루트, guitar, 태권도, 수영 , 검도, 테니스, 탁구, 농구, 스케이트, 스키, 골프. 많이 시켯죠. 근데 초등때까지만.

아이가 그쪽 방면으로 나갈 것이 아닌데 그것만 잘하는게 무슨 소용있겠습니까? 공부가 안되는 데 굳이 그것을 같이 병행시킬 이유는 없는 것 같습니다. 수능봐서 대학갈거면 일단 성적을 어느 궤도에 올려 놓아야지요. 성적은 그럴 때가 아닌데 뭐 이렇게 하는게 많은건지요... 대학가서 해도 되는 건데요.

공부과목에서도 그렇습니다. 국영수중에서 안되는 과목이 있으면 그 과목에 대한 배정을 늘려서 빨리 원상복구시켜야 아이가 계속 경쟁해 나갈 수 있지 않을 까요? 한문,논술,중국어,스페인어.... 심지어 기가까지....

물론 그 과목들도 필요하지요. 하지만 우선순위에서 밀리잖아요. 지금 복구하는 데는 1시간 늘리면 되지만 내일 복구하려면 2시간 늘려야할지 모릅니다.

이것 저것 같이 하다보니 공부는 싫어지고 ,성적은 안오르는데 아이가 그 쪽에 재능을 보인다고하지 이참에 아예 그 방면으로 나갈 것을 고민하는 부모와 자녀들도 봅니다. 그러면 일단 시켜보세요. 아이가 공부말고 그 방면도 쉬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해 주는 것도 방법인 것 같습니다.

제 딸이 초등5년 인가 6년때 심각하게 얘기했습니다. 바이올린을 전공해서 대학가겠다고... 레슨 선생님도 재능있다고 하고, 음악영재센터에 합격하기도 하고해서 그렇게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레슨선생님도 바꾸고(그래야한다고해서 그랬더니 레슨비도 확 올라가더군요), 집안의 현금 싹 털고 적금 깨서 정말 거금을 들여 전공자용 바이올린도 사고 ,3개월 레슨하더니, 딸이 저희 앞에 바이올린 반납하면서 얘기하더군요.

“힘들어서 못하겠어요. 하루에 8시간씩 서서 연습하는 걸 견디지 못하겠어요. 공부해서 공부로 대학갈게요”

우리 딸 용인외고 거쳐 서울대 다닙니다. 공부가 그나마 쉽습니다.

3.체력은 아낄 때가 있고, 쌓을 때가 따로 잇습니다.

공부에 체력은 중요한 변수입니다. 딸 용인외고 다닐 때 보면 고1땐 성적 리더보드 상단에 여학생 천지입니다. 여학생이 기숙사에서 숙제, 수행평가에 열중할 때 ,남자 애들은 낮에는 농구하고, 밤엔 노트북에 영화 다운 받아 보죠. 당연히 남자애들 성적은 안 나오고 리더보드 위의 이름만 듣다보면 용인여자외고인지 착각하게됩니다.

그러다가 1학년이 겨울이 되면 체육관이 쓸쓸해지고 ,슬슬 남자애들 이름이 인구에 회자되기 시작하다가, 3학년 모의고사 보기 시작하면 모의고사 성적표 상단은  남학생들이 major가 되게 됩니다.

몇일 씩 밤을 새서 공부해도 끄떡없는 남자애들에 비해서, 대부분의 여자애들은 하루가 고작이지요. 그렇게 체력은 중요한 변수입니다. 하지만, 보통의 중학생이 학기 중에 수업 후에 한시간 흠뻑 젖도록 운동하고 나면,공부에 전념할 수 있을까요? 그건 마치 1시간 컴게임하고 나면 스트레스 날리고 공부할 마음이 생길거야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은 착각인 것 같습니다. 운동 흠뻑하고 밥먹고 샤워하고 나면 한참을 자야 공부할 수 있는 수준으로 회복이 되는 것이 일반 사람입니다. 원래 그렇게 만들어져있더군요.

체력은 방학때 기를 쓰고 쌓는 것입니다. 그리고 학교 다니는 학기중에는 체력을 아껴 쓸 때입니다. 학교 다니는 것만으로도 아이들 체력소모가 어마어마하잖아요. 그래도 굳이 체력을 쌓으려면 주중말고 주말을 이용하시고 평소 체력은 책보는 데 할애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그것만으로도 체력이 딸리거든요.

쓰다보니 너무 길어졋습니다.  주중이어서 체력을 아껴야겠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