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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에서 2018학년도부터 수능 영어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라 고교 유형별 대입 유불리의 변화가 발생할 수 있기에 앞으로 발생가능한 변화를 예측해보았습니다.

1. 대입 수시모집

대다수의 대학이 대입 수시모집에서 수능 최저등급을 반영하기 때문에 수능 영어 절대평가가 대입 수시전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 학생부 교과전형 (속칭 내신우수자 전형 )

일반고 학생들의 경우 우수한 내신에도 불구하고 수능 최저등급을 충족시키지 못해서 불합격되는 학생들이 적지 않은데 앞으로는 수능 최저등급 충족에 대한 부담감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따라 학생부 교과전형의 경우 일반고 학생들에게 앞으로 더 유리하게 적용될 것으로 예상지만 학생부 교과전형은 어차피 내신관리가 상대적으로 수월한 일반고 학생들을 위한 리그였기 때문에 일반고 학생들이 특목고 등 다른 유형의 고등학교 학생들보다 경쟁력이 더 강화되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단지, 일반고 학생들 사이에서의 경쟁 참여기준이 완화되었다고 보는 것이 좋습니다.

- 학생부 종합전형 (속칭 입학사정관 전형 )

대학 수업은 대다수가 영어 원서를 교재로 활용하며, 일부 수업은 아예 영어로 진행됩니다. 그렇다 보니 대학에서는 영어 원서를 읽는데 부담이 없을 정도로 영어실력이 우수한 학생들을 선호합니다. 현재도 물수능 여파로 신입생들의 영어실력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수능 영어가 절대평가로 전환될 경우 대학 수업을 따라가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들이 더욱 증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따라 대학은 영어실력이 뛰어난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영어수업이 많고 영어실력이 뛰어난 외고 학생들을 선발하고자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학생부 교과전형은 교과성적이 정량평가되는 반면에 학생부 종합전형은 교과성적이 정성평가되고 그 외에 비교과 영역들이 반영되다 보니 영어 수업시간이 많고 영어관련 교내외 수상실적이 많은 외고 학생들의 경우 비교과의 강점을 내세워 학생부 종합전형에서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지요.

- 논술전형 

수능 최저등급 관리에 대한 부담 감소로 일반고가 유리해질 것처럼 보이지만 일반고에서 논술전형을 준비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따릅니다. 또한, 논술 전형에서 수능최저등급은 지원자격일 뿐 합격과 불합격은 주로 논술 시험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논술에 강한 면모를 보이는 특목고가 여전히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최저등급 관리가 수월해지기 때문에 논술전형의 실질경쟁률은 현재보다 상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참고로 논술전형의 경우 논술만 잘 보면 모든 것을 다 뒤집을 수 있다라는 생각에 묻지마 지원을 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다. 그렇다 보니 경쟁률은 매우 높지만 최저등급을 충족시키지 못해서 실제 논술시험에 응시하지 않는 학생들이 많지요. 그래서 대다수의 대학에서 논술전형의 실질경쟁률은 명목경쟁률의 절반 이하에 불과합니다.)

2. 대입 정시모집

수능에서 영어과목이 절대평가로 전환할 경우 풍선효과로 인해 다른 과목의 영향력이 강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리고 다양한 과목 중 현재도 대입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수학의 영향력이 가장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따라 다양한 고교 유형 중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권으로 인해 수학수업의 시수가 가장 많은 자율형사립고의 경쟁력이 가장 크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학부모님들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서울 강남구 소재 유명 일반고의 수학 수업시수는 문과 24단위, 이과 37단위인 반면에 전국단위로 학생을 선발하는 모 자사고의 수학 수업시수는 문과 32단위, 이과 44단위로 큰 차이를 보입니다.) 

즉, 수능 영어가 절대평가로 전환될 경우 고교 유형별 대입 유불리가 세부 전형별로 다르게 적용될 수 있기 때문에 수능 영어 절대평가 전환이라는 정책이 어느 고교 유형에 가장 유리한 전형이다 라고 이야기 하기는 어렵습니다. 정부에서는 일반고에 유리하게 적용될 것을 기대하며 만든 정책이 아닐까 싶지만 대입 전형이 워낙 다양한데다가, 정부의 생각과 대학의 생각은 동일하지 않다 보니 이상과 현실은 큰 괴리를 보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앞으로 대입 전형별 합격자들의 특정 고교 유형 쏠림 현상은 지금보다 강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약, 대학에서 영어실력을 추가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면접이나 본고사를 강화하기라도 한다면 정책입안 취지와 정반대로 사교육비 증가, 특목고 강세라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고요.

(대입실적이라는 명확한 결과물을 만들어 내지 못하면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는 특목고와 대입실적이 아무리 저조할지라도 정부에서 학생을 알아서 채워주는 일반고는 대입을 바라보는 입장과 태도가 다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동일한 학생들을 입학시킨다고 할지라도 일반고가 특목고의 대입실적을 따라잡기란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학생, 학부모님들께서 입시를 대비할 때 유의하셔야 할 사항이 있으니 그것은 시험이 쉬워진다고 해서 나의 학습량과 학습난이도를 낮춰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시험이 쉬워진다는 의미는 시험의 난이도가 하향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학습량과 난이도가 동일할 경우에 적용되는 의미인 것이지 시험의 난이도고 낮아졌다고 해서 학습량과 난이도까지 함께 낮출 경우 시험 난아도와 나의 학습량 사이의 간극은 여전히 동일하게 유지되기 때문에 시험의 체감난이도는 변하지 않거든요.

따라서 아직 구체적인 내용도 확정되지 않은 정책에 부화뇌동하며 영어 학습량과 학습난이도를 낮추지 마시기 바랍니다. 막연한 내용을 순진하게 믿고 섣불리 낮췄다가는 나만 낮췄더라라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거든요. 기존에 수능 영어를 대체할 것이라며 떠들석 했던 NEAT가 유야무야 사라져 버리고, 수능 영어 A/B형도 딱 1년만에 사라진 전례를 보아 이번 수능 영어 절대평가 전환 역시 각종 부작용으로 인해 시행도 해보지 못하고 사라지거나 1~2년 시행 후 사라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입니다.

(참고로 2018학년도 수능 시험이 치루어지는 2017년의 12월에는 19대 대통령 선거가 있습니다.)

정부나 교육청에서 입시정책, 교육정책을 아무리 바꾼다고 할지라도 내가 합격하면 다른 사람이 불합격하고, 다른 사람이 합격하면 내가 불합격하게 되는 제로섬 게임이라는 대입 전형방식이 바뀌지 않는 한 결국 바뀐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책만 순진하게 믿고 학습량을 줄여버리는 우를 범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뒤늦게 후회한들 이미 시간은 지나가 버렸기 때문에 나중에 수습할 방법이 없어지거든요. 뒤늦게 후회하는 그 시점에 그 정책을 입안한 사람은 이미 자리에 없을 뿐 아니라 책임도 져주지 않을 테니까요.

추신. 입시는 정부에서 권유하는 학생상과 대학에서 선발하고 싶어하는 학생상 중 어느 쪽에 맞추어 준비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까요? 선발권한을 누가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내가 선발하는 입장이라면 어떤 학생을 선발할지 객관적으로 한 번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금방 방향을 잡을 수 있으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