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교사] 자유게시판 (자녀와 ID 공유 금지)

스터디홀릭 뿐 아니라 엄마들이 많이 이용하는 사이트들을 보면 아들 키우기가 너무 힘들어요라는 엄마들의 하소연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딸은 엄마하고 대화도 많이 하고 엄마 역시 여중생, 여고생 시절을 겪어봤다 보니 아이들의 생각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지만 아들은 자라면서 말수가 줄어들다 보니 그 속을 알 수 없어 답답할 때가 많지요.

특히, 사내아이들의 2차 성징은 여자인 엄마로서는 절대 경험해볼 수 없는 과정이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막막하기도 하고요. 아들의 팬티에서 몽정의 흔적을 발견하게 되면 묘한 기분이도 들기도 하고, 아들이 야동을 보거나 자위행위하는 모습을 목격하기라도 하면 배신감이나 거부감까지 들기도 하잖아요.

그래도 초등학교 시절에는 엄마보다 키도 작고 덩치도 작아서 여차하면 무력진압이라도 할 수 있지만, 중학교만 들어가도 사내아이들은 엄마보다 키도 커지고 덩치도 커지다보니 무력진압도 쉽지 않아지고요.

게다가 입시가 점점 다가올수록 아이 성적에 악영향이라도 미칠까 두려워 못마땅한 것들이 보여도 공부와 관련된 것이 아니면 이야기하기가 조심스러워지네요. 이럴 때 아빠가 적극적으로 도와주기라도 한다면 좋겠지만 아빠한테 이야기 해봤자 도움이 안되는 경우도 많고요. ( 큰아들(?)아, 우리 집에서 네가 제일 문제다! -_-^ )

그렇다보니 아들이 자랄수록 특히, 2차 성징이 본격화되는 사춘기를 기점으로 엄마와 아들의 관계는 서먹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엄마 입장에서는 이렇게 섭섭한 일도 드물지요. 엄마가 잠깐만 안 보여도 울고불고 난리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다 컸다고 엄마를 무시할 때도 있으니 배신감도 이런 배신감이 또 있을까요.

그래서 아들 키우는 엄마들은 딸 키우는 엄마들 보다 스트레스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어디서 아들 사용 설명서라도 만들어준다면 가격이 얼마라도 좋으니 당장 사오고 싶을 정도잖아요.

그런데 이런 일이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남자와 여자라는 성별의 차이를 잊고 있기 때문입니다. 남자와 여자는 신체구조 뿐 아니라 두뇌구조도 다른 별개의 성별인데, 아들이 남자라는 것을 잊고 무성으로 생각해버릴 때가 많으니까요. 그렇다보니 무성으로 생각했던 아들이 남자같은 행동을 하면 거부감이 들기도 하는 것이지요. 엄마는 아들을 동일개체로 인식하는 경향이 크다 보니 아들이 나와 다른 성별의 개체라는 것을 인정하기 쉽지 않으니까요.

따라서 아들을 이해하려고 들지 말아주세요. 아들은 엄마와 성별이 다르기 때문에 다르게 자라고 다르게 생각하는 다른 존재거든요. 아들은 엄마에게 이해되어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인정되어야 하는 존재입니다.

추신 1. 자녀를 이해한다는 것은 어쩌면 『내가 너보다 뛰어나다』라는 식의 자만심 또는 『네까짓게 뭘 안다고』라는 식의 무시가 전재되어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추신 2. 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대접은 남자로서 대우받는 것이고 가장 싫어하는 대접은 아들로서 지시받거나 간섭받는 것입니다.

추신 3. 엄마와 아들간의 탯줄이 끊어진 것이 이미 오래 전인데 아직도 마음 속의 탯줄을 끊지 못한 엄마들이 많이 계십니다. 사랑하는 내 새끼가 내 품을 떠나는 것 같아 섭섭한 마음도 들겠지만, 아들이 남자로서 자라날 수 있도록 아들을 풀어주세요. 엄마가 마음 속 탯줄을 끊지 못하면 그 탯줄은 아들의 마음 뿐 아니라 엄마의 마음까지도 옴짝달싹 못하게 옭죄여버릴 수도 있으니까요. 아들은 이제 더 이상 나와 동일개체가 아닐 뿐더러 나의 소유물도 아닙니다.

추신 4. 아들이 엄마와의 대화를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엄마와 싸우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들은 대화를 통해 결론을 찾고 싶어 하지만, 엄마는 이미 정해놓은 결론을 대화라는 요식행위를 통해 통보하려는 경우가 많거든요. 엄마는 내가 오늘도 아들을 설득시켰다, 내가 이겼다라고 생각하지만 아들은 엄마와 싸우기 싫어서 오늘도 져주었다라고 생각할 뿐이지요. 더 이야기해봤자 엄마가 정해놓은 결론은 바뀌지 않을 테니 잔소리나 덜 듣자라는 심정으로 입을 닫는 것이거든요. 아들이 한 마디 더 하면 엄마는 열 마디를 더 할 테고 그 과정에서 애초의 주제와 전혀 다르게 온갖 과거일까지 들쳐내지며 나만 더 나쁜 놈이될 테니까요.

추신 5. 아들과 대화할 때 대화의 끝맺음(마지막 말)은 꼭 아들이 하게 해주세요. 감정이 격양된 상태에서 나오는 엄마의 마지막 한마디는 최악의 한 마디가 되기 쉽거든요. 대화의 결론이 아니라 대화의 중단으로 이어지면서요.

추신 6. 아들의 모든 것을 엄마의 통제 하에 두려는 것은 아이의 인격을 무시하며 아이의 자존감을 낮추는 행동이 될 수 있습니다. 적당한 선에서 아들이 시행착오를 통해 스스로 느끼게 해주세요. 자존감이 낮은 아이들의 주된 특징 중 하나는 엄마가 아이를 과도하게 통제하거나 과도하게 대신해주려 한다는 것입니다.

추신 7. 사랑한다는 것으로 새의 날개를 꺾어 너의 곁에 두려 하지 말고 가슴에 작은 보금자리 만들어 종일 지친 날개를 쉬고 다시 날아갈 힘을 줄 수 있어야 하리라 ( 서정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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