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교사] 자유게시판 (자녀와 ID 공유 금지)

제 딸과 아들은 할머니(제 모친)와 함께 신림동에서 생활합니다.벌써 4년째네요.딸이 대학(설대)에 입학하면서 분당집에서 등하교하기에는 너무 멀고, 기숙사는 해당사항이 없어서,제가 모친께 부탁드려 설대 입구역에 아파트전세를 얻어서 생활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을 이사 시키면서 두가지 다짐을 받았습니다.

" 너희들의 편의 때문에 신림동에 아파트를 얻고 ,네 할머니께서도 수고을 마다하지 않으시게 되엇는데, 첫째, 공부하여 학점이 일정 수준(딸은 3.5 아들은 3.3)이 안 나오면 ,그런 favor를 받을 자격이 없는 것이니 바로 분당으로 소환하여 2시간이 걸리던 말든  분당에서 등하교해라. 둘째 무슨일이 잇어도 딸은 11시, 아들은 12시 까지는 귀가하고 그 시간을 넘겨야하면 반드시 나에게 미리 보고해라. 안 지켜지면 바로 분당으로 소환한다"  다행히 지금까지 첫째 조항은 잘 지켜지고 잇습니다. 둘다 공부 열심히해서 전액 장학금 받으며 서울대 다니고  있습니다. 둘째 조항에 대해서도 딸은 철저하게 잘 지킵니다. 저녁 6시되면 아빠에게 오늘 일정 문자로 보고하고 늦을 것 같으면 미리 시간 허락받고,집에 들어가서는 귀가했다고 반드시  집전화로 전화하고....그런데 아들은 입학초기부터 삐꺽삐꺽 대더니 3학년 올라와서는 아예 집에도 안들어 오는 날이 많아지더군요. 마침 그 때부터 연애도 시작해서 카톡은 불이나고 ....부모로서  걱정 안할수 없어서, "도대체 어디서 밤을 지새는지?" 물어보면 본인은 학교에서 공부하느라 그렇다고....  전공과목이 늘어나니,  모둠과제수업이 많아지니 그렇다고..... 어디냐고 전화하면 도서관이라고....

이걸 믿어야하나?   워낙 초딩때부터 중대형사고 전담반이었던 아들이었고 과고시절에도 한때 춤바람으로서 우리 애간장를 태웠던 전력이있어서,  얘가 또 무슨 사고를 치려나 ... 인생 심심하지 않게 해줘서 고맙다고 해야하나...걱정 만땅이다가도 , 주말에 집에 왔다가 일요일밤에 늦게 신림동 데려다 줄때 보면 아들은 내일 아침에 레포트내야한다면서 공대도서관에 내려달라고 하고......

  그래, 한학기 두고 보면 알겠지. 1학기 성적 나오면 보자. 그랬는데, 과수석/전액장학금의 성적표를 제출하는 아들에게 뭐라 할 말이 없어졌습니다.  그 후로는  아들의 귀가시간 족쇄를 아예 풀어 주었습니다.

그러고 나니  궁금해지더군요. " 아니 무슨 공부를 어떻게 하길래 그렇게 날밤들을 새워야하는 거야?"

이번 주에 3차 중간고사(설대공대는 보통 중간고사를 3번치더군요) 가 끝난다는 아들이 어제 밤에 갑자기 집에 들렸습니다(지난 번에 날씨 갑자기 추워져서 우리부부가 골라 가져다준 옷들이 마음에 안들어서 바꾸러 왔답니다. 요새는 그런 스타일 안입는 답니다. 어이가 없어서...)

그래도 얼굴에 피곤해요라고 가득 써있는 아들이 안쓰러워서 차로 데려다 주었습니다. 역시 공대건물앞에 내려달라고 하더군요. 자정이 넘은 시간에 도착해서 궁금함에 건물안에 들어가 보앗습니다.

우와! 훅 밀려오는 긴장감에,건물 안은 대낮이고,그 시간에 웬 사람들이 그리 많은 지....학부생,대학원생 할 것없이 공부에 미쳐 있는 학생들로 넘치더군요. 눈들에서 불이 튀어 나올것 같았습니다.

아들은 꽤 기다린 듯한 모둠 사람들 사이에 섞여 들어가고 , 전 재빨리 숨죽이며 건물을 나섰습니다.

그리고 맘속으로기도했죠. 한때나마 아들을 의심했던 저를 용서해주시고, 저안에 있는 사람들의 노력과 땀이 결실을 맺게 해 달라고....

어려운 우리 경제 언젠가 저들때문에 다시 활기차 질것을 확신했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