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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전 우리를 처음 찾아온 여학생이 있습니다. 지금은 고1입니다.

이 학생을 보면 "참 공부머리라는게 영향력이 있구나..." 라는 것을 느낍니다. 그 공부머리라는 것이 IQ라는 것과 상관관계가 있던 없던 또는  선천적인건지  아니면 후천적으로 만들어 지는 것인지는 몰라도, 학생의 학습결과물에는 영향을 끼치는 것은 사실입니다. 본인도 자신의 상황에 대해서 아주 잘 알고 있고, 그에 따른 피해의식(?)도 있고  자신이 남들과 같은 점수를 받으려면 남들보다 2-3시간 더 책상 앞에 앉아있어야한다는 사실도 아주 잘 알고 있고 그렇게 실천해 왔습니다. 남들 2번 풀면 자기는 5번 풀어야 같아진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옆에서 보기가 안스러울정도로 성실하게...

그렇다고 항상 성실함이 좋은 결과를 주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 난 그리 열심히도 했는데... 저 아이보다 몇번을 더 문제풀어 봤는데도 , 더 낮은 성적표를 받을때마다  겉으로는 담담한 척하지만, 제 아내 앞에서는 소리죽여 우는 것을 여러번 보았습니다. 그럴때 마다  세상의 여러 가지 말로 그 아이를 다시 추스려 주었지만, 그 아이가 얼마나 성실함을 알기에 내심 그 아이에게 "지금 보다 더"라는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이 아이  국어는 잘합니다. 책도 많이 읽었고, 글쓰기도 잘합니다. 하지만 수학과 영어는....

수학이 자신없으니 문과지망했고 ,영어도 더 더욱 자신없어하는 과목입니다. 그러던 차에 학교에서 영어글짓기대회가 열렸습니다. 본인은 나가기가 두려운데, 담임선생님께서는 반장이 솔선 수범해서 나가라고 하시고... 여러번 고민상담을 제 아내에게 했는데, 아내는 " 두려워하지 말고 나가봐라, 떨어져도 경험이 될것이고, 원래 영어글짓기대회는 문법이나 단어실력에 그리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넌 글쓰기를 잘하니 승산이 있을거야. 그리고 당일날 제출하는 것이 아니고 집에서 작성해서 제출하는거라면 더 쉽지 않니..." 라고 설득해서 참석하게 되었고,  예상밖으로 입상을 하게 되었습니다.

본인도 입상에 놀랐지만 더 본인이 뿌듯해 하는 것은 초등때부터 친구이자 부러움의 대상이던 영어 아주 잘하는 친구얘는 입상을 못했는데 자신만 입상을 했다는 것입니다.  거기다가 지난 중간고사 성적도 반에서 1등이라는 결과를 받았고 ,그러자 아이의 눈빛이 다시 달라집니다. 겉으로 내비치는 포스(?)도 달라집니다.

항상 난 공부 못하는 머리 안좋은 아이야, 남들 1시간할때 난 2시간 해도 안돼라는 생각에 잡혀 있다가

이제는 실낱같은 방향등을 본 것 같습니다. 예전보다 더 집중하며 열공하는 그 아이의  모습이 참 예쁩니다.

아이들은 우리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치열하게 자신의 인생을 생각합니다. 비록 우리에게는 아무생각없이 사는 것처럼 보일때 있지만.....

어떻게든 지금에서 벗어나 나아갈 방법을 나름 치열하게 구상하지요.

 "왜 안해? 왜 못해? 넌 안돼?  도대체 뭐한거니?..."

이런 말보다는 칭찬과 격려가 그 아이로 하여금 희망의 불씨를 되살리게 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