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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오면 항상 생각나는 순간이 있습니다.  1998년 여름..

당시 회사생활하던 저는 1998년초 4년간의 해외주재원생활을 마치고 가족과함께 분당으로 이사왔습니다. 딸은 초등 저학년,  아들은 유치원에 전학시켜 놓고, 귀국 직후 여러가지로 바빴고, 거듭되는 야근과 회식에 지쳐서  아이들 얼굴 한번 못보고 지내다가  간신히 쉬게된 어느 여름 주말 , 탄천변 산책을 나갔다가, 우리 아이들이 두발 자전거를 못탄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보조 바퀴달린 자전거 위에서 두 바퀴만으로 씽씽 달리는 또래 친구들을 부러운 듯 쳐다보는 딸과 아들에게 호기롭게 말해 줬습니다.

"아빠가 가르쳐 줄게."

즉시 이마트로 고고씽해서 자전거 구입, 헬멧 ,무릎보호대 등 안전장구 다  갖추게하고 다시 탄천변으로...

그리고 시작되었습니다. 아이가 넘어지지 않게 오른손으로 안장을 붙잡고, 열심히 페달 밟는 아이자전거를 따라서 탄천변 달리기. 딸차례 끝나면 , 그 다음은 아들, 그리고 다시 딸, 그리고 또 아들, 한 번 더를 외치는 딸.......    다리는 후들거리고 온몸은 땀으로 젖어들어가도 ,웃는 내 아이들의 모습에 하나도 힘들지 않았던 그 주말.  우리 아빠가 최고라는 아이들의 눈빛. 그래서 한번 더 힘내 뛰었던 그 때.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딸과 아들이 지난 2월 대학을 졸업하면서 5년간 아이들을 데리고 사셨던  제 어머님도 분당으로 컴백하였고, 딸도 강남으로 직장이 잡히는 바람에 이제는 집에서 다닙니다. 오직 대학원 진학한 아들녀석만 현재는 신림동에서 살고 있습니다. 실험등으로 연구실에서 끝나는 시간이 새벽2-3시 인경우가 거의 매일 이고 매번 택시를 불러 타고 나오기가 부담되어서, 아들 요청대로 스쿠터를 사주었습니다.  그런데 2달전에 아들이 얘기합니다.

" 아빠, 차가 하나 있어야겠어요"

아들이 연구실에서 맡고 있는 프로젝트때문에 최근 한강으로 실험을 자주 나가는데, 한강까지 스쿠터로 몇번 가보니 너무 위험하더랍니다.

"지난 졸업때 받은 장학금 반은 제게 주신다고 하셨으니, 그것으로 작은 차를 하나 사주세요. 아직 학교 주차는 안되고 지금 있는 오피스텔도 주차가 여의치 못하니 ,평소에는 분당에서 쓰시다가 필요할때만 일주일에 1-2번만 제가 차를 가지고 갈게요."

그래서 마침 아내가 쓰던 차가 낡고 혼자 쓰기에는 너무 커서 바꾸려던 차에 지돈 써주겠다고 하니 잘되었다 싶어서,  경차 레*를 하나 구입하고서 ,아들에게 얘기했습니다.

"네 말대로 경차를 샀다. 하지만 넌 작년에 면허 따고서 연수를 받은 적이 없으니, 도로연수를 적어도 5번은 받고서 이 차를 운전하도록해라."

아들은 그러마하고 약속했지만, 도저히 시간이 나지 않는지 도로연수를 받지 못하고 , 그리고 시간이 흘러 한강으로 실험은 더 자주 나가게 되고 차는 더 아쉬워지고, 그럼에도 아들은 연수를 받지 못하고...

그래서 제가 다시 나섰습니다.

"아빠가 가르쳐줄게".

"네가 연수받을 시간을 도저히 못내니, 내가 토요일오후에 신림동으로 차를 가지고 가마. 너도 토요일에는  분당으로 와야하니, 신림동에서 분당까지 네가 운전해라. 일요일에도 네가 운전해서 분당에서 신림동으로 가라. 아빠는 옆좌석에서 지도해줄게"

아내와 가족은 운전연수를 해주는 게 아니라는 주변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강행한지 벌써 3주차입니다.  사실 해 보니 아내 연수시켜 주던 때와는 다르더군요. 큰소리보다는  안스러움이 먼저 생기고, 아이가 실수해도 사고 안났으니 그게 어디냐는 생각이 먼저 들고....

비록 차에서 내릴때마다 손잡이를  꽉 붙잡은 오른손이 마비증상을 일으키지만,  아들이 만족해 하는 모습에 금세 몸이 풀립니다.

이런 모습을 옆에서 보던 딸아이가 얘기하더군요. "아빠, 저도 여름방학때 면허딸게요. 그럼 아빠가 연수시켜 주세요."

"당근이지" 라고 대답하고 생각해보면, 그게 제가 아버지로서 아이들에게 가르쳐줄수 있는 마지막 뭔가가 되지 않을 까 싶습니다.  요즘 전 다시 아버지여서 행복합니다. 끝